연합뉴스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자진 사퇴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박순애 장관은 정책 혼선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라고 했지만, 그에 따른 사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 인사가 낙마한 것은 이제 5명에 이른다.
출범 한 지 석 달 된 새 정부의 국무위원 자리가 세 석이나 비어있다. 그것도 부총리급인 교육부 장관에 코로나 대응을 지휘해야 할 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같은 주요 직책이다. 특히 교육부 수장이 두 차례나 낙마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출범과 함께 천명한 주요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교육개혁작업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지명단계에서부터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논문 중복게재에 따른 투고금지 처분, 각종 갑질 의혹에 음주운전 전력까지, 논란이 될 만한 사안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논란 끝에 임명된 박순애 장관은 취임 후 '뭔가를 보여 줘야한다'는 부담에 시달린 탓인지 성급한 정책발표로 혼선을 초래했다. 만 5세로 취학연령을 낮추겠다는 발표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자신의 사퇴로 이어지고 말았다.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 쓰인 사교육비는 23조 4천억 원에 이른다. 당장 밥을 굶어도 아이들 교육비는 아끼지 않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입시 제도를 조금 손보는 과정도 국민적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또한 교육정책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교육정책 변화는 정파적인 입장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정책이 잘못되면 여당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취학연령 하향조정 같은 파급력이 큰 정책을 제대로 된 의견수렴절차조차 없이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교육부장관으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5명의 장관 후보자와 국무위원이 낙마한 것은 '인사 참사'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이 참사의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대통령 비서진에 대한 인선과정에서 특정 직군에 편중된 인사로 큰 논란을 빚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검찰 출신 인사들의 중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대로 인사를 이어갔다.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민정 수석실을 없애고 인사검증업무를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로 이관했다.
적절하지 않은 인물이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되는 것은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인물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언론과 야당 때문에 고생했다"는 취지의 위로를 건네며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태도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34일 만에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문제는 성급한 정책 발표로 혼선을 초래한 국무위원 한 명을 교체하는 것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통령실에서 일고 있는 사적채용 논란부터 잠재우는 일이다. 여기에는 김건희 여사의 회사 직원부터 극우 유투버까지 포함돼 있다. 사적으로 아는 인물이라도 채용과정이 공정하고 적합한 능력을 갖췄다면 문제가 아니지만, 극도로 편향된 성향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실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당당한 태도에서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초심에서 시작한 첫 작업이 논란 많은 국무위원의 교체라면 국정을 쇄신할 후속 대책 역시 인사쇄신이다. 이와 함께 당당하고 독선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지지율에 신경 쓰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 것만이 잃은 민심을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