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프로덕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우리가 익히 들었던 '학익진'과 '거북선'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김한민 감독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순신 장군과 그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긴 한산대전. 이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영화적인 상상력을 덧붙여 생생하게 구현해내기 위해 무술부터 미술까지 충무로 최고 스태프들이 '한산: 용의 출현' 프로덕션에 참여했다.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이순신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이자 김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한산'을 위해 '명량'을 함께했던 오리지널 스태프들과 새로운 스태프들이 최고의 프로덕션을 완성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프로덕션 코멘터리 영상.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물 없는 해전 현장의 생생한 구현
바다와 육지를 가로지르는 전투를 디자인한 최봉록 무술감독은 압도적 카타르시스의 해전을 표현하기 위해 "활을 어떻게 썼고, 총을 어떻게 쐈고 등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 무술감독은 '악인전' '강철비' '아수라' '검은 사제들' 등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무엇보다 김한민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명량'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산'에서는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촬영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를 위해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실제 비율의 판옥선, 안택선 2~3척이 들어갈 초대형 규모의 실내 세트는 물론, 여수에 야외세트를 조성했다.
특히 도전이었던 물이 없는 해전 현장은 촬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과 촬영 과정을 미리 시뮬레이팅하는 단계는 필수였다. 여기에는 최첨단 촬영 시스템인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사전 시각화 작업), 버추얼 프로덕션(대형 LED 벽에 실시간으로 3D 배경을 투영한 후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하는 작업) 기술이 한몫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승리호' VFX(시각특수효과) 스튜디오 M83 정철민 슈퍼바이저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이미 마블 영화 등을 통해 눈높이가 상당한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다"며 "하지만 바다 촬영에 제한되지 않고 마음껏 시각효과를 구현해 바다에서 촬영하지 않은 최초의 해전 영화를 만들자는 목표가 점점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고 진행된 해전 촬영은 할리우드 시스템에 버금가는 새로운 현장을 구축해냈다.
바다에서 치는 파도와 바람은 실제 자연환경을 CG로 만들어내야 하는 최상급 난이도의 작업인 만큼 물속에서 배가 지니는 무게감, 물거품이 움직이는 속도 등 실제 물에 가까운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유기체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철저히 계산했고,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정성진, 정철민 슈퍼바이저는 "좀 더 정교한 영상이나 최종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프리 비주얼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실제 촬영을 시작해 그 시대에 돌아간 것 같은 스케일을 보여줬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다 위 용의 출현…조선군에겐 '수호신', 왜군에겐 '두려움'의 상징
김한민 감독의 말마따나 '한산'에서 중요한 것은 학익진과 거북선이다. 학익진과 거북선 모두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절대적인 판단력과 기세를 확인할 수 있는 요소였다.
영화의 주요 전투인 한산대첩은 총 56척의 조선 배와 73척의 왜선이 싸워 47척을 격파하고 왜군 1만여 명을 전사시켜 임진왜란 전투 중 가장 최초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에 속한다. 김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 압도적인 승리의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최대치로 전달하기 위해 학익진 연출과 거북선 디자인 및 작업에 공을 들였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난중일기'에는 한산도 대첩이 발발했던 때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고, 제작진은 최대한 여러 사료와 영화적 상상력을 조합한 연출에 신경 썼다. 특히 거북선 연구가들의 분분한 의견들 속에서 '임진왜란 개전 초기 일어난 전투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실효성 있는 모델은 어떤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산'만의 거북선이 모델링 됐다.
이렇게 완성된 거북선에 생명을 불어넣은 또 한 사람이 바로 김태성 음악감독이다. '명량'에서 함께했던 김 음악감독은 "용의 출현을 표현하기 위해 용의 소리를 초반부부터 존재감 있게 등장시킨다"고 전했다.
거북선이 등장할 때는 수십 개의 고무공을 문지르는 효과음을 구상했다. 왜군 진영에서 느끼는 거북선의 소리와 조선군이 바라보는 거북선의 소리도 다르게 표현했다. 왜군 입장에선 거북선을 '복카이센'(전설 속의 해저 괴물)이라 불렀던 만큼 두려움을 느낄 만한 소리로, 반면 조선군에게 있어 승리의 신호와도 같았던 거북선의 느낌은 수호신의 소리로 표현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38년 장인의 손에 의해 탄생한 전투복
'한산' 속 전투는 단순히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만이 아니다. 바로 '의'(義)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한산대전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조선군과 왜군의 숙명적 대결을 완성하기 위한 또 다른 디테일이 있다. 바로 '의상'과 '미술'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최종병기 활' '명량 등 시대적 미(美)와 캐릭터의 개성 모두를 담아낸 의상을 38년간 선보여온 장인인 권유진 의상감독은 "(조선군)의 '두정갑'은 당시 조선군의 주요 전투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왜군은 칼에 강한 전투복은 입어 전술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두정갑'은 안에 철판을 덧댄 형태로, 당시 전투의 주 무기였던 활에 압도적으로 강했던 조선군 갑옷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반면 근접 전투를 주요 전술로 사용했던 왜군의 갑옷은 칼에 강한 '도세이구소쿠'로 제작했다. 이는 실제 고증에 기반을 둔 것은 물론 영화적 재미를 살릴 수 있는 창작 요소를 가미했다.
의상과 함께 전투에 현실감과 생생함을 불어넣은 요소가 '미술'이다. '친절한 금자씨' '짝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전우치' '신세계' '역린' '내부자들' '덕혜옹주' '밀정' '택시운전사' '마녀'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장르 불문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과 작업한 조화성 미술감독이 참여해 '한산'의 완성도를 높였다.
조 미술감독은 "전투의 희열감을 주기 위해 조선과 왜쪽 진영의 미술 포인트를 뒀다"며 이번 작업에서 염두에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