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지코의 미니 4집 '그로운 애스 키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코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기보다, 심플하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제 안에 데이터가 되게 많이 쌓였다면, 그 모든 데이터를 지우고 저의 메모리를 새로 펼칠 수 있게, 동기화해서 머릿속이 굉장히 개운해진 상태예요. 창작하는 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바뀐 것 같아요."가요계 대표적인 '음원 강자'이자 '아무 노래'(2019)로 숏폼 콘텐츠를 통한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지코가 2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컴백했다. '다 큰 어른'이라는 뜻의 네 번째 미니앨범 '그로운 애스 키드'(Grown Ass Kid)는 지난달 27일 나왔지만, 컴백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에 확진돼 음악방송 일정이 취소되고 기자간담회 역시 미뤄졌다. 건강한 모습으로 밝은 미소를 보이며 등장한 지코는 새 앨범과 관련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었다.
방송인 이지애가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 지코는 전 곡의 하이라이트 음원을 들으며 한 곡 한 곡을 설명했으며, 타이틀곡 '괴짜'(Freak)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새 앨범을 두고 지코는 "2년 공백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더라.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급속도로 변할 때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저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열정, 에너지, 정체성이다. 그런 변하지 않은 것을 함축해서 '그로운 애스 키드'라고 한 것 같다"라며 "과거의 제 모습을 끄집어내서 새로운 모습을 재해석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본업에서 거리를 두고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코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처음 음악 접했을 때 마음가짐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대중과의 접점이 없었기에 만든 음악을 피드백할 당사자도 본인뿐이었다. 다만 그게 방해가 되진 않았다.
지코가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지코는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그걸 청취하는 주체도 저이다 보니까 혼자 놀이하듯이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다. 예전의 지코 음악에 가까운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굳이 수식하자면 '날 것 그대로의 지코'가 틈틈이 보이는 것 같다. 발성도 그렇고 랩을 만드는 스트럭처에도 예전 지코의 모습이 많이 들어있으니 유념해서 들어주시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지난 2년을 감내해야 했던 '우리'에게 전하는 선공개곡 '서울 드리프트'(SEOUL DRIFT), 래퍼 창모와 함께해 재치 있는 펀치라인을 가득 담아낸 '트래시 토크'(Trash Talk), 뼈 있는 가사가 인상적인 'OMZ 프리스타일'(OMZ freestyle), 8분의 6박자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트랙 '녹터널 애니멀즈'(Nocturnal animals)와 신나고 흥겨운 바이브를 응축한 타이틀곡 '괴짜'가 실렸다.
타이틀곡을 '괴짜'로 한 이유에 관해 지코는 "다른 후보도 많았고 그 곡들도 무척 좋았지만 '괴짜'라는 게 지금 타이밍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칠고 러프한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아니면 언제 낼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답했다.
화사, 청하 등과 함께한 '아무 노래' 챌린지로 '숏폼 콘텐츠 챌린지'의 주역으로 꼽히는 지코는 이번 신곡 '괴짜'에서도 챌린지를 준비했다. 기존에는 주요 멜로디와 간단한 동작을 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챌린지'라는 말에 좀 더 걸맞은 결과물을 지향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괴짜'다. 총 5곡의 신곡이 담겼다. KOZ 엔터테인먼트 제공지코는 "이전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단순한 율동으로 모두가 따라 하기 쉽게 했다면 '괴짜'는 풍기는 분위기가 빠른 속도감과 거친 이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 이미지와 최대한 흡사하게 해서, 정말 '챌린지'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라이브 위주의 곡으로 활동했던 그이지만, 이번 '괴짜'는 안무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지코는 "이번에는 춤추면서 라이브하는 거다 보니까 안무 연습실에서 조금 더 시간 많이 보냈던 것 같고, 저를 가르쳐 주시는 안무단장, 팀원들이 더 고생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오랜만에 퍼포먼스를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달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점진적 과부하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수이자 프로듀서이며, KOZ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인 지코는 공백기 후 맞은 현재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팬데믹이 벌어진 후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지 않나.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음악을 더 다양한 분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구상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음원 강자'라는 기대가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좋은 성적을 내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으로 음악 작업을 해 온 건 사실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성취감을 느끼자는 마음이고, 아쉬운 결과 나오면 더 분발해야지 하고 새로운 동기를 받아서 어느 부분으로든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최대한 좋은 관점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지코가 K-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음원 강자' 외에도 대중이 본인에게 갖는 기대가 있다면 무엇일지 묻자, 지코는 "대중이 저에게 갖는 기대감은 이런 것 같다. 다들 어떤 감정을 필요로 하거나 극대화하고 싶을 때 곡을 찾아듣지 않나"라고 운을 뗀 후 "흥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때, 흥이라는 수식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로운 애스 키드'를 평가한다면, 지코는 꽤 만족한다고 밝혔다. 점수로 따지면 80점. 하지만 곧바로 "내가 가지는 만족도와 청자들의 만족도는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도가) 높다고 해도 청자들이 그렇지 않다면 저는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래퍼를 통틀어 가수 경력도 11년차 되어가고 있는데 여러 가지 챌린지(도전)를 거듭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대중이 원하는 것, 팬들과 코어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찰하고 사색에 잠기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동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보다 더 창의적인 구성원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지코는 타이틀곡 '괴짜'로 이번 주부터 각종 음악방송 활동을 시작한다. 오는 4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이 첫 방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