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양양군 남애항 인근 바다 속에서 수거한 침적쓰레기. 수협중앙회 제공바다 속에 버려진 폐그물과 통발 등 선박사고와 수산자원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는 행사가 강원 양양군에서 진행됐다.
수협중앙회는 21일 양양군 남애항에서 '강원어업인 연안어장 침적쓰레기 수거 시범사업'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수협중앙회, 강원지역 수협 회원조합, 해양수산부, 강원도, 양양군, 강원지역 수산단체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일정기간 조업을 중단하고 연근해 어장에서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으로 지난 2020년부터 수협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날 침적쓰레기 수거에는 조업을 중단한 양양지역 통발어선 24척이 동참했다. 이들 어선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양양군 남애항 인근의 연안어장에서 폐그물, 통발, 폐타이어 등 40톤의 쓰레기 인양을 목표로 수거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침적쓰레기 수거는 먼저 잠수사가 수거해역에 들어가 부표를 이용해 침적쓰레기 위치를 파악한 뒤 통발어선이 갈고리를 이용해 폐어구를 끌어 올리거나 부피가 큰 것은 크레인이 달린 선박을 활용해 직접 인양했다.
인양된 쓰레기를 운반선에 실어 육지에 하역하면 집하장에 전문처리업체에서 재활용하거나 소각해 처리한다. 이처럼 생업을 마다하고 지역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침적쓰레기 수거에 나선 데에는 침적쓰레기로 인한 어업인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 바다 곳곳에 쌓인 침적쓰레기량은 11만 톤으로 파악된다. 매년 5만 톤이 유입되고 있지만, 수거량은 3만 톤에 불과해 순유입이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양양군 남애항 인근에서 수거한 침적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 수협중앙회 제공해양쓰레기는 해안에 떠밀려 쌓인 해안쓰레기와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쓰레기 그리고 바다에 쌓인 침적쓰레기로 나뉜다. 침적쓰레기의 경우 바다 깊이 가라앉아 있다 보니 다른 쓰레기에 비해 육안상으로 확인이 쉽지 않고, 많은 인력과 예산도 필요해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어업인들의 조업 안전까지 위협하면서 실제로 지난해 1786건의 선박사고 가운데 15%(267건)가 어망이 선박 추진기에 감겨 발생한 사고였다.
침적쓰레기는 선박사고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어망을 훼손시키고 그물에 딸려 올라와 어획물과 섞여 조업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고기가 침적쓰레기에 걸려 죽는 유령어업으로 인해 발생되는 피해액은 무려 연간 3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해양수산부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에도 예산 460억 원을 투입해 주로 항만과 항구 등을 중심으로 침적쓰레기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어업인이 조업하는 어장에 대한 수거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근해어장의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려면 조업을 일시에 중단해야 하고, 어구 이동도 필요하기 때문에 조업 어장까지 수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업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에 수협은 '희망의 바다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어업인들의 자율적인 참여하에 시범사업인 침적쓰레기 수거사업 실시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오랜기간 조업활동으로 어장 내 해저지형, 어구 유실위치, 규모 등 바다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 갈고리 같은 간단한 장비로도 쉽게 수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침적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기 위해서는 바다 속사정을 잘 아는 어업인과 유휴어선을 활용해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수협 자체 예산만으로 엄청난 양의 바닷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