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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우영우'는 열광, 전장연은 외면…우리는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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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 드라마 '우영우' 신드롬급 인기
'우블' 다운증후군 배우 출연 등 미디어 변화는 계속
자폐인 진정성 있게 다뤘지만 여전히 보이는 '한계'
장애인·소수자 인식 변화는? "이중적 태도 돌이켜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와 배우 정은혜씨와 한지민. ENA 제공, 한지민 SNS 캡처'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와 배우 정은혜씨와 한지민. ENA 제공, 한지민 SNS 캡처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인기가 가히 신드롬급이다.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가 가진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언론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국내에서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이 등장한 작품은 '우영우'가 처음은 아니다. 영화 '말아톤', 드라마 '굿 닥터' 등이 흥행하며 그 때마다 '자폐증'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말아톤'이 실화 바탕이었다면 해외 리메이크까지 된 '굿 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 자폐인 중에서는 아주 소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같이 서번트 증후군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등 고기능 자폐 캐릭터들이 등장해 단순화된 자폐증 이미지를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알린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이영옥(한지민 분)의 동생 역으로 실제 다운증후군 배우인 정은혜씨가 출연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앞선 작품들과 '우영우'의 다른 점은 사회적 소통이 중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설정에 있다.

로스쿨 수석 졸업 등 화려한 이력에도 변호사 우영우에게 세상은 어렵기만 하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기 때문.

그러나 우영우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크고 작은 편견들을 하나씩 깨뜨리며 성장한다. 신입 변호사들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을 잃지 않는다. 솔직한 우영우의 시각을 통하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 거대한 장벽 같은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허물어진다. 우영우와 소통하며 점점 달라지는 비장애인 변호사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물론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폐가 불편하고, 가까이 하기 힘들고, 돌발 행동을 한다는 인식이 바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영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폐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고, 특히 주인공 우영우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폐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입장에 설 수 있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영우'는 자폐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중증도 자폐인들을 향한 혐오까지 짚어낸다. 의대생 형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자폐인 김정훈(문상훈 분) 에피소드에서 우영우는 김정훈을 향한 사회적 비난을 보며 "80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김정훈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 그것이 우리가 짊어진 삶의 무게"라고 또렷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폐 스펙트럼을 다루는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그러나 '비장애인 배우의 장애 연기' 공식이 지속되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우영우'는 자폐성 장애의 특성을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고, 잘 반영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변호사 생활 속에 장애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러다 보니 이를 잘 접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자폐의 특성과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자폐인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고, 우영우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지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우영우처럼 자폐성 장애인이 전문직에서 일하는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이고 이게 가능하려면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데 우영우처럼 '지원 없이도 가능하다'란 인식이 생길까 우려가 된다. 또 우영우 같은 캐릭터가 아닌 발달 장애인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장애 특성을 연기하는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와 면담이 진행되는 시각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와 면담이 진행되는 시각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그렇다면 '우영우' 신드롬은 자폐인 등 장애인·소수자를 향한 진정한 인식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우영우'를 향한 열광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향했던 일각의 차가운 시선과 역설적 관계를 지닌다. 드디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윤석진 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의 노력과 진정성, 선한 의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신드롬에는 수용자 측면의 냉정한 진단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드라마에서 가공된 형태의 장애를 바라보는 것과, 실제 장애에 대한 인식의 괴리감이 존재한다. '우영우' 신드롬과 전장연 시위, 그 온도 차를 어떻게 생각해야 되나 싶다. 실제 장애인들의 절박함에는 눈을 닫지만 드라마에는 열광한다. 이걸 계기로 우리가 갖고 있는 이중적 태도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방송될 때에만 한정적으로 열광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게 된다. 만약 드라마 속 갈등 요인이 아니라 현실 속 예능에서 장애를 다룬다면 미디어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고, 건강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비장애인의 프레임' 안에서 재현되는 장애인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능력이 뛰어난 자폐인 캐릭터가 오히려 일반 자폐인들의 삶에 또 다른 편견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우영우' 역시 장애를 바라보는 기존 미디어의 시선을 답습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우영우처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면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라며 "우영우의 성취나 능력은 '정상성'의 프레임 내에서 결정된 것이라 이 자체가 차별적이다. 노력하면 우영우처럼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장애인은 '비정상'이라는 편견이 생겨날 위험성도 있다.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은 좋지만 평소의 소재주의적 접근법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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