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대기업과 부자들은 챙기면서 정작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 검찰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비선 논란이 이는 등 인사 문제도 강하게 규탄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교섭단체 연설에서 "경제는 다급한 비상 상황이고 민생은 깊은 위기 속에 놓였는데 정작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재벌과 부자만 챙겨"…"법인세 감축 막겠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대선 이후 인수위 두 달 동안 허송세월만 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강행하느라 정작 챙겨야 할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었다"며 "대선 이후 넉 달, 취임 후 두 달이 지난 이달 초에야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주재했다"고 짚었다.
이어 법인세 감세 정책을 두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던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처방을 내놓았지만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결국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한해 수십 조 원의 이익이 나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라고 비판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며 "재벌 대기업과 부자들은 챙기면서 정작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면서 민주당은 법인세 감세를 막고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민생우선실천단을 발족해 △유류세 인하 △근로자 식비 비과세 한도 인상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지원 확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과제를 선정해 주진중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폭락과 부동산 PF·주택담보대출 부실 위험에 대한 대책 마련,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윤 정부를 지적하는 태도가 "내로남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설 이후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이 경제와 민생 위기란 점과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와 함께하겠다는 의지 표명에 대해선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위기가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사과가 선행돼야 하는데 마치 출범 두달 밖에 안 된 윤 정부가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처럼 호도하는 건 잘못된 태도"라고 반박했다.
'부자감세'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는 "부자감세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마다 단골로 내뱉던 철 지난 주장"이라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받아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아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김건희 여사 권력실세"
민주당이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에 빗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검찰 출신 '문고리 육상시'가 장악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도 지적하는 등 대통령실의 인사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것 역시 눈에 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박 원내대표는 "인사 대참사에 비견되는 내각 인선은 부실한 사전 검증으로 네 명이 줄줄이 낙마했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사 난맥에 대한 윤 대통령의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적격 사유가 명백했던 정호영, 김승희 후보자조차 시간을 질질 끌며 인사 강행의 명분으로 활용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만취운전 경력 등으로 낙마 사유가 분명한 박순애 교육부총리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언론과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았다'며 검증과정이 부당하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짚었다.
대통령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주요 보직은 온통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통들의 몫이 됐다"며 "내 식구 챙기기식의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 내부에서조차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대통령실 지인 채용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 논란은 점입가경"이라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친인척과 지인 채용 추가 사례를 찾기 위한 취재 경쟁이 붙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고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6촌 친척과 지인들의 가족이 대통령실에 채용돼 근무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도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시 민간인 지인이 수행해 논란이 컸다"며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민간인 신분으로 1호기에 탑승하고 영부인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던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권력의 실세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되겠나"라며 "사적 채용, 측근 불공정 인사 등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