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선 의원이자, 1997년 입당해서 당직자 근무를 시작한 이래 25년간 민주당을 쭉 지켜오고 있는 이원욱 의원 모시고 쓴소리 듣겠습니다.
◇ 김광일> 25년을 지키고 계셨어요. 좋았던 때, 나빴던 때, 다 경험하셨을 것 같은데 우리 인터뷰가 사실 그전에 계속 우울하고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은 다르게 민주당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로 열어봤으면 좋겠어요. 기억이 있으실까요.
◆ 이원욱> 97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데 '이번에 정권교체를 못하면 정말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싶어서 하고 있던 사업을 같이 하고 있던 친구한테 넘겨주고, 새정치국민회의의 자원봉사로
◇ 김광일> 당직자 전에는 자원봉사를 먼저 시작하신 거군요.
◆ 이원욱> 예. 자원봉사로 선거대책위원회에 들어갑니다. 그때 설훈 의원님하고 같이 선거대책위원회 실무 일을 봤죠. 그런데 제가 정치를 해봤다거나 선거 경험을 했다거나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설훈 의원님한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하겠다. 하다 못해 청소라도 해야 되겠다' 해가지고 들어가게 됐고 그 이후에 다행히도 김대중 대통령이 이겨주시죠. '아, 천추의 한을 풀었구나' 싶었어요. 그 이후에 물론 많은 굴곡, 정권의 부침, 이런 것들이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가졌던 철학을 펼칠 수 있었던 시기였죠.
◇ 김광일>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
◆ 이원욱> 단 한 명의 정치보복을 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해나가죠. 그때 결국 국민들이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 모으기'로 보답해준 이유가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아니었냐… 불과 3년 만이었죠. IMF를 극복하는, 세계에서 아주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죠.
◇ 김광일> 그런 국민통합 정치를 아주 젊은 시절에 경험하시고 교훈을 배우신 거잖아요.
◆ 이원욱> 저는 지금도 그래서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아주 많은 과제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저출산 고령화, 청년의 절망,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김광일> 국민의 정부 시절에 막내… 이제 막 여의도에 뛰어든 열혈 청년이었다면, 최근까지 집권했던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 현업에서 전면에서 선수로 뛰는 사람으로서 보내셨던 건데, 그때랑 비교하면 지난 5년 집권의 경험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 이원욱> 촛불 민심에 의해 대통령 당선이 되고 집권을 했는데 아쉬운 것은 '촛불 정신이 무엇이냐'라고 하는 것에 대한 해석이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 겁니다.
◇ 김광일> 분분했죠.
◆ 이원욱> 어떤 분들은 '촛불 정신은 가열찬 개혁이야' 이런 말씀 하시고, 어떤 분들은 '아니야. 촛불 정신은 연대와 통합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연대와 통합, 화해와 용서의 정치를 해왔던 것을 지금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촛불 정신은 연대와 화합의 정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촛불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주요한 인물군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유승민…
◇ 김광일> 정치권 안에서 봤을 때.
◆ 이원욱> 유승민 의원이 참가를 했었고요. 지금 여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안건을 결의를 해서 본회의에 상정을 해줬죠. 그리고 안철수 의원도 촛불 연대에 같이 했었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이 했었고.
◇ 김광일> 친박 일부를 빼고는 정치권이 다 같이 참여했었죠.
◆ 이원욱> 완전 연대였죠. 친박의 일부를 제외한다면 완전 연대를 해서 진보 세력으로는 정의당과… 민주당 혼자 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그분들이 다 어디에 가 있나'라고 봤을 때 정의당을 제외한다면 전체가 다 윤석열 후보와 함께 했다는 겁니다. 만약에 우리가 촛불 정신을 '연대와 화합의 정신'이라고 해석을 했다면 그분들이 지금도 우리하고 함께하고 있을 것이고 극우 보수라고 얘기했던 친박 세력들은 아마도 정치권에서 사라져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 김광일> 말씀대로라면 5년 동안… 다섯이서 손잡고 있었는데 싹 다 잘라버리고 지금 우리 편만 남았다, 라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왜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들이 이루어졌을까요.
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원욱> 촛불 정신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졌던 것 같은데요. 아마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촛불 정신을 '개혁이다. 아주 순결한 개혁이다'
◇ 김광일> '적폐청산'부터 시작해서
◆ 이원욱>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적폐청산, 진영 정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이러다 보니 진영 정치에 신물 났던 사람들이, 세력들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이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 김광일> 뭔가 돌이킬 여지가 없었나요. 어땠을까요.
◆ 이원욱> 그런 경고들은 계속 있었죠. 그런데 주요 선거 국면마다 여러 변수가 터지면서 선거는 압승을 했지만 민주당이 '거봐, 우리가 선거에 이겼어'라고 하면서 다시 '연대'를 돌아보지 않고 우리가 오만해진 것 아닌가… 결국 그것이 지금까지 흘러나오고, 이번 대통령 선거까지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그것을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민주당 스스로도 못한, 그런 과정에서 두 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아요. 한 지점은, '여당이 단일 대오를 만들어야 돼. 다른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마 지지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 김광일> '원팀 민주당'을 강조했었죠.
◆ 이원욱> 그렇죠. 그런 생각이 하나가 저변에 깔려 있었고요.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의 영향. 예를 들어 조국 사태라든가 이럴 때 발언 한 번 하면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야, 이거 큰일 나나 보다'라고 하는 위축된… 이런 것이 말을 막게 되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김광일> 그러면서 내리 세 번이죠.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그리고 최근 지방선거까지 계속 연패를 하게 된 것 같은데, 25년을 계셨잖아요. 지금 당이 어렵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절들이 기억하시는 게 있을 것 같아요.
◆ 이원욱> 있죠. 김대중 대통령 말기, 노무현 대통령 중반 이후… 이럴 때는 심지어 민주당의 지지도가 15%대가 나올 때가 있었어요.
◇ 김광일> 당 지지율이?
◆ 이원욱> 굉장히 어려웠고
◇ 김광일> 집권 여당인데도?
◆ 이원욱> 네. '이걸 어떻게 극복하냐'라고 하는 거에 대한 고민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래도 말문이 막혀 있지는 않았습니다.
◇ 김광일> 알겠습니다. 얘기를 지금 시점으로 옮겨와서… 어쨌든 다음주부터는 전당대회 국면으로 가게 될 거예요. 앞으로 만약에 '이재명의 민주당'이 된다면 당은 어떻게 변화가 될까요.
쓴터뷰 캡처◆ 이원욱> 분열과 갈등이 굉장히 심해질 것 같습니다.
◇ 김광일> 이재명 의원이 만약 당 대표가 된 다음에 정말 잘해서 의원들 사이 이견을 잘 조화롭게 꾸려가고 의사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당을 꾸려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이원욱> 그러기를 바라죠. 그러기를 바라지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아 보여서…
◇ 김광일> 분열과 갈등이 나타난다고 하는 게 딱 그려지지가 않아서… 이를테면 당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판하는 그런 입장들이 계속 나오고… 그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 이원욱> 이재명 후보가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 사안에도 사사건건 시시비비가 걸리고… 그건 사실 좋은 일이긴 한데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은 '분열과 갈등'으로 비춰지고, 이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광일> 제일 많이들 우려하시는 게 분당의 경험이 있어서… '혹시 또 그렇게 되는 거 아니냐'라는 우려를 김민석 의원 같은 경우에는 공식적으로 표명하시기도 했고 사석이나 물밑에서 계속 그런 우려가 감지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당이 그렇게까지 갈까요?
◆ 이원욱> 분당 가능성은 없습니다.
◇ 김광일> 없어요?
◆ 이원욱> 네. 없습니다. 만약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총선 직전. 만약에 정말로 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 이렇게 나뉘었는데… 예전에 한나라당이라든가 저쪽 당에 '피의 학살' '공천 학살' 이명박 대통령이 됐을 때 박근혜계를 완전히 학살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이명박계를 완전히 학살하고 이러면서 친박연대도 만들어지고 이런 시도들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 김광일> 민주당에서 2024년 총선에서 그런 시나리오가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보십니까?
◆ 이원욱> 저는 거기까지는 안 가리라고 봅니다.
◇ 김광일> 그거는 두 단계인데… 공천이 그렇게 이루어질 거냐 그리고 공천에 대한 반발이 그렇게 있을 거냐인데… 첫 번째 단계가 그렇게까지 가지 않을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이원욱> 네. 그렇게 못 갈 겁니다. 2020년 총선을 대비해서 1년 전에 공천 시스템을 확보를 해놨거든요.
◇ 김광일> 이해찬 대표 시절에?
◆ 이원욱> 네. 그러면서 당내 갈등이라고 하는 것을 굉장히 줄여갔었는데 그런 공천 시스템을 미리 확정을 해놓는다고 한다면 그 시스템 하에서 준비를 할 수가 있거든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야 물론 당 대표나 그 지도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측에서 일부의 물갈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공천… '원인 불문하고 이재명계가 아니기 때문에 잘라야 되겠다'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습니다.
◇ 김광일> 옛날에 민주당의 분당, 창당, 합당, 이런 경험들이 많았어서 그래서 그 우려를 하시는 것 같아요.
쓴터뷰 캡처◆ 이원욱> 우리가 분당했던 경험은 열린우리당 한 번 정도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작용으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하긴 했지만 그때도 어떻게 보면 뿌리 없는 정당이 됐습니다.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튼튼한 기층 당원 구조가 사라져 버렸던 거였죠. 호남 당원들이 민주당에 남아 있었어요. 이러다 보니 지지율이 15%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조건이 됐어요. 그런 경험을 이미 해봤기 때문에 아마 분당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시대정신을 제대로 타고 가면 분당으로 일시적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열린우리당과 같이 최종적으로는 결국 통합을 해내지 못하면 그 정당은 망한다는 걸 저희는 충분히 경험을 해봤습니다.
◇ 김광일> 분당을 한다면 거기에 같이 따라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저기가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야지 많이 유출이 되고 그러면서 분당이 이뤄지는 건데 그런 경험들을 해봤기 때문에 '가도 별 게 없다'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계시다는 거군요.
◆ 이원욱> 네.
◇ 김광일> 얘기가 중간에 잠깐 나오긴 했는데 팬덤 정치… 아마 요새 문제로 지적받는 팬덤 정치는 일반적인 팬보다는 강성, 아주 극단적인 '사생팬' 같은 느낌이 얘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원욱> 그들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될 문제죠. 저는 일반적인 팬덤은 전혀 문제가 안 되고 오히려 장려해야 될 분위기인데 아주 극렬화된 사람들 소수 강성파들에 대해서 '이건 팬덤이 아니고 정치 훌리건이다'
◇ 김광일> 훌리건. 사실 정치인 입장에서도 어떻게 보면 유혹이 될 것 같아요. 그 팬덤 정치라는 게 나한테 팬으로 온다고 하면 정치적인 입지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이거를 하지 말라고 하기가 어려울 것도 같은데.
◆ 이원욱> 폭력적 팬덤은 말리는 게 맞죠. 폭력적 팬덤… 말하자면 정치 훌리건들. 국민의힘이 태극기 부대한테 잡혀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대선은 우리가 이겼습니다. 거기가 손절을 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아니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었던 거였고요. 우리는 지방선거가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검수완박' '검찰 개혁법안'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물론 팬덤과 짜진 않겠지만 공조가 이뤄집니다. 의원들한테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켜라'라는 문자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그러면서 의원들의 입을 막고, 만약 그때 우리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어땠을까.
◇ 김광일> 그러면 달랐을 수 있을까요?
◆ 이원욱>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원내지도부가 완전 당론법으로 결정을 하게 되고 통과시키는데… 실제 그것이 통과되고 나서 지지도가 철렁하죠. 팬덤정치의 폐해를 이번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 거 아닌가 싶습니다.
◇ 김광일> 당내 선거에서 특히 팬덤 정치 영향력이 막강한 것 같아요. 지금도 당에서 최고위원 선거, 당대표 선거를 하고 있는데 예전에 출마했던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그때 어떤 고민이나 유혹, 마음이 어떠셨어요? 그 팬덤 정치와의 관계에 있어서?
연합뉴스◆ 이원욱> 제가 그때 출마 선언을 할 때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 김광일> 공정성 논란이 있었죠.
◆ 이원욱> 그러죠. 그리고 조국 장관에 대한 문제, 이런 데서 우리 민주당의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이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그런 비슷한 내용의 출마 선언문을 써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직후부터 조국 장관을 지켜야 되는 팬덤들. 아까 제가 조국 사태로 인해서 팬덤들이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분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지기 시작을 하죠. 민주당의 온라인 사이트, 각종 온라인 사이트, 이런 데서 아주 광범위하게 '이원욱은 안 된다'고 하는 얘기들이 퍼지기 시작을 하고, 아마 제가 대의원 투표에서는 1등을 했는데 당원 투표에서는 아주 뭐… 7등인가? 뭐 하여튼 아주 저조한 기록을 했습니다.
◇ 김광일> 제 기억에 그때 그 처음 입장문 이후에는 약간… 강경 당원들의 목소리와 비슷한 식으로 메시지가 갔던 기억이 얼핏 있어요.
◆ 이원욱>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웃음)
◇ 김광일> 하하하. (웃음)
◆ 이원욱> 그래서 괜히 '아이, 나의 메시지만 흔들렸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갈 걸' 그래서 마지막에 끝나고 나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웃음)
◇ 김광일> '그냥 원래 내 캐릭터대로 갈 걸'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는 선거를 보통 사람들이라 안 해보지만 어떻게 보면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 이원욱> 그렇죠. 일단은 돼야 되니까. 일단은 돼야 되니까… 최고위원이 돼서 활동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 김광일> 그런 고민들이 당내 선거하면서 계속… 아마 이번 전당대회 주자들도 그런 고민들을 계속 느끼고 있을 겁니다. 있는 것 같아요.
◆ 이원욱> 네. 많이.
◇ 김광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요.
◆ 이원욱> 구체적으로 해야죠. 일단 저는 '대표 수박'으로 자처를 했는데. 이번에 지방선거 바로 직후에.
◇ 김광일> 자처하셨죠?
◆ 이원욱> 자처했죠. '국민들은 수박을 여름에 시원한 수박을 너무 좋아한다. 우리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민주당이 단일 목소리로 가지 않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 수박을 자처했습니다. 자처했는데 정치 훌리건들하고 일부 논쟁도 하고 등등을 하면서 그런 것을 옆에서 지켜봤던 의원들의 목소리가 열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봅니다.
쓴터뷰 캡처◇ 김광일> 아 그래요?
◆ 이원욱>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텔레그램 단톡방을 운영을 하는데 거기에도 가끔가다 그런 거에 대한 비판적 얘기들. 아직까지는 외부에 공개를 안 한다 하더라도 그런 얘기들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이런 목소리들이 광범위하게 나오고 그랬을 때 그때그때 거기에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같이 해주고 이러면 두려움으로부터 탈피되는 겁니다. 여태까지는 두려웠던 거거든요.
◇ 김광일> 예전에 보궐 선거 끝나고 젊은 의원들 5명인가 그때 나와서 조국…
◆ 이원욱> 초선 5적. (웃음)
◇ 김광일> 예. 찍혀서 고생을 했던 거잖아요.
◆ 이원욱> 그때도 참 아쉬웠던 게 그때 초선 5적이 '조국의 강을 건너자'라고 하는 얘기를 했었고 무지하게 공격받았죠. 그때 저도 그렇고 좀 지나서 의원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면 '아, 저것 좀 지켜주자'
◇ 김광일> 그 당시에도 중진 의원들 모여서 '우리가 지켜주자'라는 메시지를 내자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그게 잘 안 됐었던 걸로.
◆ 이원욱> 그러니까. 그런 거를 지켜주자 이런 얘기들이 생각도 하고 나오려고 하는 시점이었는데 바로 24시간도 안 돼서 반성문이 초선 5적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저거 뭐야? 그냥 끝나버리고 말겠네' 이러니 그냥… 싹.
◇ 김광일> 본인들이 뒤집으면서?
◆ 이원욱> 그렇죠. 이게 지켜지지 못하고 그냥 해프닝과 같은 사건으로 그냥 끝나버리고 말죠.
◇ 김광일> 근데 지금은 다른 물결이 일고 있다는 말씀?
◆ 이원욱> 훨씬 깊습니다.
◇ 김광일> 제가 정치부 기자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꾸 이렇게 계파적인 해석을 하려고 하거든요. 그러고 보면 '뭔가 이재명 쪽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니까 그쪽과 먼 쪽에서 과거에는 이런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잘 얘기하지 않았다가 이제 당의 주류가 넘어가는 상황이 될 것 같으니까 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 이원욱> 물론 이재명 의원 측에서는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문재인 때는 전혀 그러지 않다가 그때 팬덤들은 왜 괜찮은 사람이고 이재명 팬덤들은 나쁜 사람들이야?' 이렇게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우리 민주당의 의원들이 팬덤에 의해서 입이 막혀 있었음에 대해서 스스로 지금 자성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하는 겁니다.
◇ 김광일> 그때를 포함해서.
◆ 이원욱> 그때는 저희가 '원팀 만들어서 정권 성공 위해서 잘 해보자' 이런 것들이 워낙 강하게 지배했던 시기였으니까 또 참고, 참고, 참고, 참았지만 대선 지고 나서 보니 '아, 우리가 집단지성을 만들어내지 못했구나. 말문이 막히면서 민주성이 사라지니까 각종 실패된 전략이나 법안이 나올 수밖에 없던 거구나. 그때 왜 나는 얘기를 못 했던가. 만약에 부동산 정책 하나라도 제대로 얘기를 했다면 우리가 대선은 충분히 이겼을 텐데'라고 하는 자기반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기반성이 대선 패배 이후에 생긴 거죠.
◇ 김광일> 지금이 더 절박해졌다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당의 가치, 구도, 방향, 민주성, 그리고 팬덤정치, 여러 가지 다뤄봤는데… 더 하실 당을 향해서 하고 싶으신 쓴소리, 고언이 있으실까요?
◆ 이원욱> '아니, 이원욱이도 지금 쓴소리하고 분열적 언사를 하면서 그런 얘기하는 건 이율배반적 아니야?'라고 지적하시는 분도 꽤 계세요. 그런데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당은 헤어나지 못한다'라고 하는 거죠.
◇ 김광일> '지금이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말씀. 이거는 제가 마지막에 할까 말까 계속 고민을 했던 건데… 말씀 듣고 보니까 아무래도 의원님이 25년간 당 지키시면서 당을 향한 애정이 누구보다 더 많으실 것 같아요. '대표 수박'으로서 민주당을 향한 영상 편지 한번… 카메라 보고 해주실 수 있을까.
◆ 이원욱> 갑자기 하시니까…허허허. (웃음) 우리 민주당은 70년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이죠. 해공 신익희 선생이 민주당을 만든 이후에 70년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땅인데 그사이에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지금 국민들로부터 이번 대선 패배를 당해서 우리 민주당이 힘들어하고 어떻게 보면 환자가 됐다고 그럴까? 어려워하는 상황인데요. 그래도 민주당은 결국에는 이러한 어려움, 병을 치유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래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다시 반드시 태어날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을 우리 민주당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민주당 힘내라. 파이팅!
◇ 김광일> 지금 눈물을 살짝 보이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말씀을 아마 많은 당의 구성원들이 생겨 들으실 것 같고 물론 생각이 다르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여러 가지 의견들을 같이 나누고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 또 직접 역할들을 앞으로도 계속 해 주시리라 기대를 하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 이원욱>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