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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우석의 강직함이 그립나요?…뮤지컬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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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래시계'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서 8월 14일까지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모래시계'가 공연 중인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2030 여성이 주를 이루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객석은 중장년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1020세대 자녀와 함께 자리한 5060세대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자리했다.

2017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TV 방영 당시 일명 '귀가시계'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던 동명 드라마(24부작)를 무대로 옮겼다. 초연 때처럼 드라마 속 명대사 "나 떨고 있니?"는 뺐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드라마에서 이정재가 연기했던 재희 역도 없앴다. 대신 이승연이 맡았던 기자 영진 캐릭터의 비중을 높였다. 공연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진은 앞선 세대인 태수와 혜린, 우석이 다음 세대 몫으로 남겨 놓은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을 용기와 정의감을 가진 청춘이자 시대의 기록자로 그려진다.

작품은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1978년)부터 제6공화국이 출범(1988년)하기까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세 청춘이 고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담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보도지침 등 슬프고 부끄러운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관람포인트다.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특히 혜린의 아버지인 대한 카지노 윤회장(황만익·정의욱)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검사 우석의 강직함은, 검사 출신들이 핵심 요직이 자리 잡아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2022년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대비되어 씁쓸함을 남긴다.

이번 시즌은 3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넘버(음악)와 무대를 새롭게 바꿨다. 넘버는 세 사람의 고뇌와 방황, 우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15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데, 현악기와 관악기의 비중을 높여 서정미가 돋보인다. 등장인물 간 대립상황을 극대화하는 회전무대와 극의 시간·공간적 배경을 적재적소에 바꿔주는 영상 활용도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극의 맛을 살려준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장점인 조형균(민우혁·온주완)은 굴곡진 삶을 사는 태수 역을 맛깔나게 소화했다. '나 떨고 있니?'라는 대사 없이도 관객을 여러 번 들었다 놨다 했다.

최재웅(송원근·남우현)은 신념으로 똘똘 뭉친 검사 우석 역을 진중하면서 카리스마 있게 연기했다. 나하나(유리아·박혜나)는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이 심한 혜린의 내면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냈다.

극은 타자를 치는 영진에게 혜린이 "이제, 네 차례야"라고 말을 건네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작은 모래알도 쌓이다 보면 언젠가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삶은 끝없이 반복되고 우린 작은 모래알 같겠지만 우리가 모이고 또 모이면 언젠가 달라진 내일이 올 거야"('모래시계' 넘버 中)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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