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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인가, 필연인가…윤석열의 검찰, 이번에도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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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발 사정정국 본격화하나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두 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윤석열 정부 초기 사정정국이 현살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검찰도 고발을 접수한지 하루만에 수사팀에 사건을 배당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수사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전 정권 수사에 또 국정원이 나선 데에 곱지 않은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국정원 고발 하루만에 검찰 사건 배당
박지원·서훈 정조준…사정정국 신호탄
법조계 "국정원발 사정이슈에 기시감"
윤석열 과거 '국정원 수사' 이력도 회자

연합뉴스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박지원·서훈 등 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자체 고발하면서 전 정권을 겨냥한 윤석열 정부의 사정정국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지 하루 만에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2개 부서에 사건을 배당하면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불법이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정원을 발판으로 한 검찰의 국면 전환용 수사에 기시감을 느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국정원 수사로 좌천을 겪고, 국정원 수사로 공을 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의 이력에 비춰 이번 사안에서도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어 보인다는 말들이 나온다.

국정원發 사정정국…속도 내는 檢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번주 각 부서의 지검장 업무보고를 마친 뒤 현안 사건 수사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법무부의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지난 4일 신임 중간간부들이 전입하면서 중앙지검도 그간의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수사에 집중할 전열을 갖췄다.

현재 중앙지검이 맡고 있는 사건 가운데 속도감 있는 수사가 예상되는 사안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탈북어민 북송사건'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두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당시 '월북'이 아닌 '표류' 쪽에 무게를 싣는 첩보 보고서가 작성되자 이를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 전 원장의 경우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사건 때에 통상 보름 이상 소요되는 합동신문을 사흘만에 종료시키고, 이들 탈북어민들을 강제 북송했다는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대검은 국정원으로부터 고발장이 들어온 당일 사건을 중앙지검에 이첩했고, 중앙지검은 이튿날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두 사건을 배당하면서 발빠른 수사 의지를 보였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고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진행된 대북 관계 전반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수사팀은 빠른 시일 내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해 증거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윤석열과 국정원, 곡절의 인연



국정원의 고발 이후 대통령실은 "국가가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했다면, 또 북한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 탈북어민의 인권을 침해했다면 굉장히 중대한 범죄"라며 수위 높은 언어로 박지원·서훈 전 원장의 혐의를 직격했다. 다만 '국정원 조사 결과가 대통령실에 보고됐느냐'는 질문에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은 국정원이 언론에 발표한 이후에야 고발 내용을 인지했다는 입장이지만, 정권 교체 직후 재차 국정원발 사정 이슈가 검찰 수사로 넘어온 데에 기시감을 드러내는 시각이 상당하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국정원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임명했을 때부터 "전 정권 수사에 국정원이 또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 보좌했고,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국정원 수사도 회자된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문재인 정부 초기에 출범한 '국정원 적폐청산 TF' 기조에 맞춰 전 정권을 정조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중앙지검은 김성호·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전직 국정원장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에는 특별수사팀장으로 사건을 총괄하다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고검검사로 좌천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은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도 남겼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스타 검사로 만든 데에도 국정원이, 화려한 복귀 이후 키를 잡은 적폐청산 수사 때도 국정원이 있었다"며 "대통령 당선 이후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도 어김없이 국정원이 등장한 건 악연인지, 필연인지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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