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원회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부재로 직무대행을 맡게 된 권성동 원내대표와 최고위원회의 구성원들은 윤리위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기댈 수 있는 카드는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8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례도 당 윤리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분위기상 보니까 왠지 교사했을 것 같다는 것 아니냐, 이런 징계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징계의 정당성도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징계 결과의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대표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그런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리위원회 규정에 '위원회의 징계 의결에 따른 처분은 당 대표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주요당직자가 행한다'고 적시된 부분을 근거로 징계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위임을 받은 주요 당직자'가 이양희 윤리위원장이며, 관례적으로 윤리위원장의 통지를 통해 징계가 이뤄졌다며, 징계가 발효됐다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취지에 대해 설명했는데,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며 향후 6개월 동안 직무대행인 자신이 주요 업무를 관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윤리위는 국가로 이야기하면 사법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거나 "사무처의 해석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미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거쳐서 해석에 이견이 없었다면 수용해야 한다"며 여지를 두지 않았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초유의 당대표 징계 사태를 관행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오지만, 최고위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는 이상 이 대표가 노리던 '징계 처분 보류' 조치는 현실성이 낮아졌다.
이 대표는 주말 사이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윤리위 결정에 대한 재심 청구와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이다.
먼저, 재심 청구는 징계 의결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요청하면 되는데, 재심에서 처분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은 "이번에 징계를 의결한 윤리위원들과 재심을 맡게 되는 윤리위원이 같아 처분이 바뀔 리가 없다"며 "재심은 다른 윤리위원들이 맡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초유의 사태이다 보니 규정의 허술함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사법부가 정당 정치의 영역에 개입을 자제해왔다는 점이 변수지만, 당사자에게 피해가 큰 징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판단의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윤리위 결정이 무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기에 이 대표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돼 윤리위 결정이 뒤집힌다면 이 대표가 여론의 우위에 설 수 있고 이를 윤리위 해산의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당헌당규의 미비점을 파고들어 '징계 무효'를 주장하는 여론전에 더욱 매진할 수도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의 징계 처분권이 위임이 돼 있었다고 하려면 미리 규정이 돼 있어야 하고,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관행이 어디까지 정착이 됐으며 절차대로 진행된 것인지는 따져 볼 문제"라며 "관행이 꼭 적법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2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선거 승리를 이끌고도 토사구팽 당한 '피해자' 처지를 부각하며, 당원권이 정지된 이 대표가 오는 11일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자기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는 이행하는 것이 맞고, 윤리위 결정으로 타격을 입었는데 수용하는 대신 분란을 일으키는 행동은 힘을 받기 어렵다(재선의원)"거나 "가처분 신청까지는 권리라고 보지만, 그 이상 선을 넘는다면 젊은 정치인의 재기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것(중진의원)"이라는 의견 등 이 대표의 돌출행동은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