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 마트 채소코너 모습. 황진환 기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오르면서 '역대급 고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재료값 상승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5일 서울 구로구의 식당가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물가 상승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오른 식당 가격뿐 아니라 장을 볼 때도 물가 상승을 실감한다고 설명했다.
구로구청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전기설비업자 한모(62)씨는 "식당만 가도 물가 오른 것이 확 체감된다. 음식이 20~30%씩은 다 오른 것 같다"며 "작년에 7천~8천원이었던 것이 지금 가니까 1만2천원씩 하더라"고 말했다.
50대 직장인 A씨는 "채소나 재료값이 많이 올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채소값이 나중에 내려가면 찌개가 8천원에서 올라서 1만 원됐던 것이 다시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삼겹살 가격도 한 번 올랐다가 요즘 다시 떨어졌는데 음식값은 안 떨어지지 않느냐"며 "결국 서민들이 더욱 살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대형 마트 정육코너 모습. 황진환 기자4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있고 기름값도 오르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분위기이긴 하다"며 "그래도 월급은 그대로 인데 물가가 크게 오르니 부담이 안 갈수가 없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오르는 식비 부담에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시민도 나왔다. 공무원 최모(29)씨는 "요즘 8천원 갖고는 백반도 못 먹는다"며 "구내식당에 가거나 자장면, 김밥을 주로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취를 하는데 장을 볼 때마다 같은 품목을 사는데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홍모(31)씨는 "전에는 집에 있을 때는 배달음식만 시켜먹었는데 최근에는 배달비라도 아끼자는 마음으로 직접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있다"며 "음식 가격 자체가 오르니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게 된다"고 말했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시민들도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장바구니 물가 지표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7.4%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황진환 기자
60대 주부 최모씨는 "식용유, 밀가루, 채소 등 안 오르는 것이 없다"며 "작년 코로나19라고 할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새 대통령이 경제를 못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급' 물가 상승에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시름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재료값이 계속 오르는데 음식 가격도 그에 맞춰 올리지는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방문한 분식집들은 김밥 한 줄과 라면 한 그릇을 합해 8천원~1만 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 저가형 분식집 직원 B씨는 "우리도 이미 6월에 500원~1천원씩 가격을 인상한 상태"라며 "식용유, 채소가 들어가는 메뉴가 많은데 가격을 유지하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식집 사장 C씨는 "상추 등 엽채류 가격이 특히 크게 올랐다"며 "2개월 전에 음식 가격을 전반적으로 500원 정도 올린 상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식집은 특성상 가격을 무작정 올리기도 어렵다"며 "1천원만 올려도 손님들이 '왜 이렇게 올랐냐'며 즉각적으로 반응이 와서 식당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