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이제는 '남' 아닌 '우리'

※이 기사는 영화 '완득이'의 등장인물인 결혼이민자 '완득모'와 완득의 옆집에 살면서 막말을 서슴지 않는 남자 '두식'의 사이에 '기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기자가 두 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결혼이민자에 대해 취재하는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대화 내용의 일부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중 결혼이민자들로 인해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은 적이 있는 응답자가 서술한 답변 내용을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안산시 다문화마을특구 키다리아저씨 조형물. 안산시 제공안산시 다문화마을특구 키다리아저씨 조형물. 안산시 제공
2022년 한국의 어느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문득 두식은 물건을 고르던 나에게 묻는다. 많이 못마땅한 어투다. 우리 주위에 있지만 절대 마음을 내주지 않는 두식. 그에겐 나름에 논리가 있다.

결혼이민자를 이웃으로 둔 김단아(가명·인천 연수구)씨

Q. 결혼이민자와 이웃으로 지내면서 일상에서 겪었던 불편함이 있으셨나요?
A. 네,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헬스장 시설을 이용할 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뛰어다녀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들에게 주의를 주고 싶어도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번거롭게 관리실을 통해 말해야 하죠.
또 한 번은 실내 흡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지 집 안에서 흡연을 너무 많이 해서 그 연기가 아파트 복도를 뒤덮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소통이 되지 않아 당신 나라의 언어로 안내했음에도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죠. 아무튼 사람들이 괜히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지방자치단체외국인주민현황. 행정안전부 제공지방자치단체외국인주민현황. 행정안전부 제공
결혼이민자를 불편한 존재로 생각하는 두식의 말대로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결혼이민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 중이다.
사실 주변에서 두식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편견이 생기게 된 이유는 한국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한 것도 있다.
한국은 산업화로 인해 수많은 농촌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또한 힘든 농사일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가족, 교육, 문화 등 농촌의 생활 여건이 도시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결혼 후 농촌에서 살림을 차리는 것을 꺼리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지방자치단체외국인주민현황. 행정안전부 제공지방자치단체외국인주민현황. 행정안전부 제공
그나마 유교 사회와 농경사회의 전통에 따라 남성 청년들이 농촌에 남았다. 따라서 2000년대 초 한국은 외국 여성과 농촌 남성 사이에 국제결혼이 집중되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결혼이민자의 여성 비율과 여성 결혼이민자의 농촌 거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여전하다. 미미하지만 그 차이가 감소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의 국적 또한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됐다. 온라인 설문으로 10대에서 70대 총 211명을 대상으로 자체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결혼이민자의 국적에 따라 인식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식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하는 국적'은 아시아권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았다. 대다수 국가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고 도시에 많은 이민자를 한국으로 내보내는 국가였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성혼한 결혼이민자의 삶의 질과 배우자와의 관계의 만족도를 예상해 보는 질문에서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 다음으로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많은 사람이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성혼한 결혼이민자들의 결혼 생활의 만족도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
하지만 실제 집계된 통계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2020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들은 결혼중계업체를 통한 만족도에 대해 '매우 만족'과 '만족' 등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약 85%가 넘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바와 달리 그들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또한 자체 인식조사 결과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성혼한 결혼이민자들의 혼인을 지속하는 정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0.7%가 혼인을 지속한다는 조사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결혼중개업 실태조사(2020년). 여성가족부 제공 결혼중개업 실태조사(2020년). 여성가족부 제공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이민자 응우옌 티 한(가명·경기 안산)씨

Q.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셨는데, 전반적으로 가정의 분위기가 어떤가요?
A.좋아요. 특별한 건 없어요. 중개업체를 이용했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다른 부부들처럼 일 끝나고 오면 같이 맛있는 밥도 먹고 여행도 하고,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요.
여성가족부가 2018년 공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결혼이민자들을 포함한 외국 이민자에 대한 수용성이 높지 않다. 중립의 입장이 압도적으로 많고 긍정과 부정의 입장 차이가 거의 없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이주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보다 '내 이웃이 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아가 '내 친척과 결혼하여 나와 가족이 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더 많다.
즉, 한국에 들어와서 사는 것은 크게 상관없지만, 자신과 이웃이 되거나 결혼을 통해 가족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2018년). 여성가족부 제공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2018년). 여성가족부 제공 
결혼이민자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결혼이민자에 대한 수용 태도가 상당히 소극적이다. 이에 2020년 12월 11일,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족 포용 대책을 수립하여 그 내용을 브리핑했다.
김경선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
정부 간행물 교육자료 등에 특정 국가, 혹은 국민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포함되지 않도록 한국건강가족진흥원에 다문화 모니터링단을 설치·운영하겠습니다. 아울러, 누구든지 특정 문화·인종·국가 관련 혐오 발언으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다문화가족 포용 대책에는 '상호문화 존중을 통한 다문화 수용성 제고'와 '균등한 기회 보장과 포용 사회 환경 조성'이 약속됐다.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결혼이민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을까? 결혼이민자들이 꾸린 많은 가정이 한국 사회에 어려움 없이 잘 융화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열과 성을 다해 그들을 돕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안산시 포토뉴스 캡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안산시 포토뉴스 캡처 

안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근무자 남가영(가명)씨

Q.그들이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A. 초기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센터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편입니다.
Q.결혼이민자가 겪는 제도적인 차원의 어려움이 있나요?
A.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의 결혼이민자는 외국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차원의 어려움으로는 외국인과 같은 제약을 받는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결혼이민자는 센터의 프로그램의 주 대상자로서,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다양한 제도적인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편견의 문제 외에 제도적인 제약은 크게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Q.그렇다면, 결혼이민자가 겪는 제도적 차원 이외의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정착기 결혼이민자들은 취업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아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취업처에서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편견과 차별로 인해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다문화가정과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실현 가능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센터에 방문한 완득이 어머니가 직원분의 말씀을 거들었다. 그는 우리가 곁에서 진심으로 우리가 되고 싶어했다.
※이 기사는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학생들이 결혼을 주제로 참여한 데이터 저널리즘 프로젝트 결과물입니다. 취재=백승원 최인열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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