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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조원' 美 반도체지원법 무산되나…착공 앞둔 삼성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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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미국의 인텔, 그리고 대만의 TSMC와 함께 반도체 지원법안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보조금이 사라지는 '악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등에 520억달러(약 65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경쟁법안'의 처리가 결국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조만간 착공할 예정인 삼성전자는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15일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set·NI)'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 미국의 외교 정책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반도체 부족을 악화시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NI는 '바이든의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전쟁은 미국인을 해치고 있다'(Biden's War on Chinese Computer Chips Harms Americans)는 제목의 기사에서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을 늦출 뿐만 아니라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 전쟁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역효과적인 공격을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 홈페이지 캡처.내셔널 인터레스트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 현지에서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0개 이상의 미국 제조업 부문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에 의존하는 부문의 가격은 그렇지 않은 제조업 부문보다 6%포인트(p) 높았다.

특히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는 지난해 애초 계획보다 700만대를 감산해야 했다. 그 결과 신차 가격은 8% 올랐고, 중고차 가격은 무려 40%나 상승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의 3분의 1이 자동차 때문이며 모두 반도체 부족 현상에서 기인했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반도체 부족에 크게 기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중국 기업이 미국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미국 기업과 계약한 기업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차단했으며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SMIC를 비롯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했다.

NI는 "중국 반도체 회사에 대한 미국의 적대감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황 상태를 촉발시켰고, 기업들은 재고를 늘리기 위해 대량 주문을 함으로써 반도체 부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적 긴장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다국적 기업은 반도체를 사재기하기 시작했다"며 "중국 내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걱정하는 기업들은 향후 제재를 대비해 미국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를 비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NI는 "미국 정치인들은 공급 중단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방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없었다고 해도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의 4분의 3을 설계하고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SMC는 고급 반도체의 90% 이상을 제조하고 네덜란드의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하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만드는 최첨단 반도체에 비해 2세대나 뒤처져 있고, 대만과 한국 모두 중국의 지적 재산권 도용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I는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반도체 회사가 중국을 이길 수 있도록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520억달러(약 65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경쟁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든 징후는 그 법안이 무산될 태세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제조 활성화와 대중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국경쟁법안 입법이 의회에서 오랫동안 표류한 끝에 무산될 위험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의회는 상원이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하원이 올해 2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한 뒤 두 법안을 병합해 심사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65조원)를 지원하는 큰 줄기는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 이를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해서다.  

블룸버그는 "병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의회가 여름 휴가에 들어가는 8월 초까지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시간이 부족하고, 그 이후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선거전이 시작된다"며 "공화당은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승리를 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인플레이션이 오늘날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국내 최우선 과제"라며 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막대한 반도체 보조금 정책의 당위성이 약해진 셈이다.  

NI는 이와 관련해 "520억달러의 보조금이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사용된다 해도 생산까지 최소 3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반도제 부족을 완화하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새 파운드리 공장 부지 항공사진. 삼성전자 제공.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새 파운드리 공장 부지 항공사진. 삼성전자 제공
자유보수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NI마저 이처럼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수백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확충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경쟁적으로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발표한 기업들은 난감한 처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공장과 인접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의 인텔, 그리고 TSMC와 함께 반도체 지원법안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보조금이 사라지는 '악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투자 결정을 할 때 지원금을 감안해 전체 투자 규모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만약 반도체 지원법안 무산으로 보조금이 없었던 일이 될 경우 계획을 다시 검토해 투자 액수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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