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하면 바닥에 칠해진 핑크색 구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역은 '여성 우선' 주차구역으로 서울시에서 2008년부터 여성 운전자를 위한 조례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제25조의 2에 따르면, 주차대수 규모가 30대 이상인 노상ㆍ노외ㆍ부설 주차 구역에는 전체 주차 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이 우선하여 사용하는 여성 우선 주차장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는 여성을 범죄에서 보호하고, 임산부 및 영유아를 동반한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양천구 목동 내 위치한 임산부 및 여성 우선 주차구역. [눈] 이희선 인턴 PD
여성 우선 주차구역은 일반 주차장 칸보다 조금 더 넓은 칸을 사용하는데, 이는
여성 중에서도 특히 임산부가 차에서 내릴 시 편리하게 나오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아이를 동반한 경우 카시트에서 아이를 승하차해야 하는데 옆 차와의 간격이 좁아 승하차가 어렵거나 안전사고 위험이 있어 좀 더 넓은 구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장애인전용주차장'과는 다르게 여성 우선 주차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영유아를 동반한 경우 남성 운전자도 여성 우선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마포구에서는 교통 약자를 성별이 아닌 상황에 따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포괄적 개념으로 BPA 주차구역을 도입했습니다. 넓은 주차장을 뜻하는 Broad Parking Area에 더해, 교통약자인 유아 동반자(Baby caring person), 임산부(Pregnant person), 노약자(Aged person)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차구역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마포구의 한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BPA 주차 구역. 마포구청 제공BPA 주차구역은 성인 여성보다는
유모차를 동반한 남성,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 출산을 앞둔 임산부, 지팡이나 보행 보조기를 이용하는 노인이 승하차 때 편리하도록 일반 주차면보다 0.3~0.5m 넓게 설계됐습니다.
또한,
이동 편의를 위해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배치하되, 주차 공간의 색상은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연보라색으로 나타냈습니다. 2021년 기준 신규 주차장 및 기존 주차장 여유 공간을 활용하여 총 21면의 주차구역이 설치되었습니다.
아이 우선 주차구역 예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캠페인 저널리즘 [눈]은
성별이 우선되는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 아닌 아이가 우선이 되는 아이 우선 주차구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배려가 필요한 교통약자를 여성과 남성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으며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라는 이름 자체가 남성도 영유아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된 건 아닐까요?
육아는 남녀가 함께하기도 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도 육아하는 현실이 반영이 안 된 이름입니다.
연령별 출산율 및 합계출산율. 통계청 제공'0.86명'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합계 출산율은 0.86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수준입니다. UN 인구통계에 따르면 이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19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합계 출산율이 1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출산율이 낮다고 말하기 이전에 아이를 위한 나라, 국가를 만드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