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우상호 의원. 윤창원 기자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공식 출범했다. 우 의원이 위원장이 되는 과정은 압도적인 지지로 이뤄졌지만, 이후 당 수습과 전당대회 준비, 지도체제 개편 등 숙제를 푸는 과정은 극심하게 분열된 의견들로 점철될 것으로 보인다. 이슈마다 얽힌 친문재인(친문)-친이재명(친명) 간 의견 차를 어떻게 수렴시킬 지가 관건이다.
"'이재명 책임론' 과거됐다"는 전략, 통할까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4선 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구성을 92.7% 찬성으로 의결했다. 비대위원으로 3선 대표 한정애 의원, 재선 대표 박재호 의원, 초선 대표 이용우 의원이 포함됐다. 여기에 여성·청년 할당 비대위원 3명을 이번주 중 추가 인선한 뒤 다음주부터 공식 일정에 나설 예정이다.
문제의 처음과 끝은 당내 계파 갈등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은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친명계와, 이 의원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친문계로 쪼개졌다. 이 의원이 차기 유력 당대표 후보로 떠오르면서, 계파 갈등은 전당대회 룰 변경과 차기 지도부 체제에 대한 논의로 구체화되는 중이다.
당장 우상호 비대위가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부터 난관이다. 비대위는 대선 패배의 원인 등을 분석할 기구를 구성할 계획인데, 양 계파가 모두 수용할 인사 구성부터 '이재명 책임론'을 어떻게 풀어낼 지 등이 모두 미지수다. 우 의원은 "어떤 분들로 평가기구를 구성할지, 어떤 주제를 다룰지 지혜가 필요하다. 비대위원들과 상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약고나 다름 없는 '이재명 책임론'과 관련해 우 의원은 이미 논의 단계가 지나간 이슈라며 일종의 '건너 뛰기'를 모색 중이다. 그는 "전당대회 룰 문제로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책임론 등 대선 패인에 대한 분석이 아닌) 대안에 대한 논의로 흐름이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어떤 결론이든 욕 먹을" 전당대회 룰·지도부체제 논의
윤창원 기자
과거 대신 미래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민감한 부분을 피해가려는 우 의원의 전략은 의원들의 생사 문제가 걸린 전당대회 룰 문제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의 경우 공천권을 갖게 되는 만큼, 각 계파는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을 전대 룰에 관철시키기 위해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 의원의 중재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이날 우 의원이 "민의를 더 잘 반영하자는 취지는 반영하되, 현저하게 유불리에 영향을 준다면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며 룰 변경을 요구하는 친명계 입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에둘러 밝히자, 친명계가 동요하는 분위기다. 친명계는 지난 4월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 결론처럼 당 대표 투표 과정에서 권리당원이나 일반국민 여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 입김이 강해지면 이 의원이 당권을 잡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체제를 어떻게 꾸려야 할 지 역시 계파 간 유불리가 극명해 풀기 어려운 난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는 현 민주당 전대 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친명계 입장과 최다 득표자가 당대표를 맡고 이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이 되도록 하는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친문계의 주장은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친명계는 향후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운영을 기대하고 친문계는 다양한 계파가 지도부에 포진해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
우상호 "중재 자신있다"지만 2개월 '관리형 지도부' 한계
이같은 과제의 난도에 비해 우 의원의 임기는 2개월에 불과하다. 때문에 새 비대위가 적극적인 혁신에 나서기보단 최대한 잡음을 줄이는 '관리형'에 그칠 것이란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본격적인 민주당의 혁신은 8월 정당대회 이후 탄생하는, 공천권을 오롯이 갖춘 '힘 센' 지도부에서 이뤄질 것이란 의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계파 갈등은 다음 총선 공천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있는 만큼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해도 욕 먹을 자리라 큰 마찰 없이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조차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 의원은 위원장 선출 당일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가) 계파색이 가장 옅고 다양한 계파와 충분히 대화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라며 "최근 다양한 분들 접촉해서 만나는 중이고 보면 알겠지만 제가 비대위원장 된 이후 계파갈등으로 비칠 글들이나 주장이 현저히 줄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