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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수위 한껏 높인 원희룡 "文 정부, 다주택자 죄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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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 취임 후 1주일 만의 기자간담회서 文 정부 시절 정책 강도 높게 비난
"文정부, 다주택자 역할 '싸그리' 무시…尹정부는 죄악시·응징하지 않을 것"
임대차3법엔 "국회 상황으로 일방적으로 고칠 수는 없지만…3가지 장치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단언
전문가들 "합리적 접근하겠다는 원론적 얘기" vs "장관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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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다주택자 정책과 관련, "주택 숫자를 가지고 무조건 죄악시하지 않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정책 대전환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지난 23일 장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6월) 발표할 정책 일정을 선보였다.

이 날 원 장관의 발언 가운데 작심한 듯 발언 수위가 유독 높았던 지점들이 있다. 바로 문재인 정부 시절의 다주택자 대책에 대한 평가다.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다주택자 정책에 대해 "지나친 자산 독점은 해소시켜야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획일적으로 다주택이 생기게 된 이유,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싸그리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부작용이 커졌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주택 정책이 그동안 지나치게 시장을 무시하고 역행하던 부분을 정상화한다는 기조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주택 숫자로 죄악시하거나, 1가구 1주택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는가 하면, "결론적으로는 다주택자에 대해서 주택 공급자로서,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으로 담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죄악시, 응징 위주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지난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의 역할을 '싸그리 무시'하고 이들을 '죄악시'하며 '응징'하는 정책을 펼쳤다고 말한 셈이다. 지난 16일 취임 후 불과 1주일 만에 처음으로 언론을 대한 자리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법한 표현들이지만,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답게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이른바 '전월세 대란' 우려가 나오는 임대차3법 문제에 대한 해법에서는 표현 수위는 비교적 낮았지만,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원 장관은 임대차3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문가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에서 공론의 장을 열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더 나아가 "2+2년(계약갱신청구권 임대차기한), 5% 상한(임대료 상승폭)으로 전국적으로 획일화시켜놓은 것은 매우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가격을 직접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을 경직시키고,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임대차3법을) 고치겠다는 것은 하나의 방향, 입장이지, 바로 현실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세입자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임대차 보호법의 3가지 장치를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이 대안으로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 장관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가는 피해라든지 경제의 부작용 등을 무시하고 자유방임주의로 가는 극단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가져가겠다"고 정리했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임대인들에게 가급적 인센티브로 접근하면 좋겠다"며 건설임대·비(非)아파트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거론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세제 혜택, 금융 혜택을 못 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 장관이 풀어놓은 다주택자 정책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명지대학교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5평짜리 오피스텔, 주택만 가져도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2배씩 올라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이 징벌적 과세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물론 부동산 가액으로만 따지면 소형 주택 투기가 일어나 서민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니, 주택 수과 금액을 함께 포함해 규제할 수 있다"며 "원 장관은 다주택자가 가수요자이자 주택 공급자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이전 정부와 달리 죄악시까지는 하지 않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겠다는 원론적인 틀에서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대차3법 개편안에 대해서도 "고금리 시대에 5% 제한은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고, 계약 갱신 요구권 제도 역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임대료 상한선을 두되 더 낮은 임대료를 책정하면 세제혜택을 주거나, 임대차기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일부 재조정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자체는 공론장에 보낼 수 있는 논란"이라면서도 "장관의 '죄악시' 등의 워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솔직히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경우에는 투기 목적이 강한 경우가 많고, 집 없는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다주택자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고,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부담도 지우는 것 자체는 정당성, 합리성이 있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시장 질서를 명확히 세운 뒤 그 안에서 미세 조정하지 못하고 '핀셋' 규제에만 의존한 바람에 유동성 과잉 사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며 "반대로 획일적이고 경직된 대응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원 장관의 대안에 대해서는 "임차인 주거 안정의 책임을 민간 임대사업자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큰 틀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동안 한시적으로는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이것이 과도하면 시장 교란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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