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자사가 개발한 위장약의 특허 만료로 경쟁사의 복제약(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자, 데이터를 조작해 허위로 특허를 받고 경쟁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대웅제약과 회사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검찰은 '제품 발매 전 특허를 출원하라'는 지시를 내린 대웅제약 회장 등 경영진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웅제약 전·현직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대웅제약과 지주회사 대웅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웅제약 제제팀장 A씨와 지적재산권(IP) 팀장 B씨 등은 2015년 1월 조작한 실험 데이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특허 심사관을 속여 2016년 1월 위장약 '알비스D'의 특허를 출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알비스D는 대웅제약이 1990년대 개발한 위장약 알비스의 후속 제품으로, 2013년 1월 알비스의 원천 특허가 만료되자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2015년 2월 출시한 약품이다.
검찰은 매년 600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알비스 매출액이 2014년 이후 안국약품 등 경쟁사가 복제약을 내놓은 영향으로 다소 줄어들자, 대웅제약이 알비스D를 개발하고 특허소송 등을 활용해 경쟁사를 견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2016년 2월 거짓 특허를 받은 알비스D에 대해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안국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뒤 이 사실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경쟁사의 복제약 영업 등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허출원 과정에서의 데이터 조작 등 일련의 범행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해 3월 대웅제약에 과징금 22억87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현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 연합뉴스검찰 고발 당시 공정위는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현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이 특허 출원 과정에서 관여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공정위 보도자료(2021년 3월) 등을 보면, 특허 출원은 '알비스D 발매 전 특허를 출원하라'는 윤 전 회장의 지시(2014년 12월)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직원들은 특허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족하자 '1월에 출원 안 하면 죽을 듯', '데이터도 없는데 누가 회장님께 특허 보호 가능하다고 했는지 문의' 등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압박감을 토로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윗선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해 "기소한 직원들을 제외한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정황이 파악된 것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모든 범행이 팀장 등 실무진 선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결론이다.
한편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 3월 대웅제약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연구원 노트북을 숨기고 본인의 노트북 자료를 삭제한 센터장 C씨를 적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C씨를 증거은닉 및 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