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미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권의 안보와 외교, 산업, 경제 정책 등이 한 자리에서 논의되는 매우 중요한 회담이다.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 △공급망 문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로 대표되는 경제 안보 △아시아·태평양 역내 협력 등의 글로벌 이슈 협력 등 세 가지다.
세 가지 의제가 갖는 의미는 한미 관계가 기존의 한미군사동맹을 통한 군사적 안보와 한미 FTA를 통한 경제 동맹을 넘어, 디지털·반도체·청정에너지 등에 대한 '기술 동맹'으로 격상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세 가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목표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안보실은 "현재 한미 관계는 전통적 군사동맹 관계에서 한미 FTA를 통한 경제적 동맹 관계로 발전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더 나아가 한미 관계가 '기술 동맹'으로 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北 ICBM 발사 임박…플랜B준비+한미훈련 정상화
연합뉴스먼저, 한반도 안보 의제는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로서는 항상 핵심적인 화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의 핵심 인사들이 민감한 이슈를 깊게 논의하는 소인수 정상회담(small group meeting)을 통해 한반도 안보 문제를 의제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먼저 짚고 가야 할 것은 한미 간 확실하고 실효적인 대북 확장 억제력"이라며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액션 플랜' 중 하나로는 '한미 확장 억제 전략 협의체'(EDSCG) 재가동이 거론된다. EDSCG는 한미 외교·국방 당국이 '2+2' 형태로 대북 확장 억제를 위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구체적으로는 협의체를 통해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전략자산(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의 상시 순환배치가 논의될 수 있다.
김 차장은 "EDSCG는 북한의 핵 억제에 중요한 요소다. 2016년 이후에는 2차례 약식으로만 열렸는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협의체를 정례화하고 의제를 확대해 대북 확장 억제, 대응능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축소됐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정상화시킨다는 목표도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끝나가는 추세인 만큼 올해 안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정상화한다는 게 윤석열 정권의 목표이기도 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김 차장은 "이번 주말까지 북한의 핵실험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고, ICBM 발사는 임박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미정상회담 일정 2박 3일 동안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도발 성격에 따라 기존 일정을 변경하더라라도 한미 정상이 즉히 한미연합방위태세 지휘 통제 시스템에 들어가도록 (일종의) 플랜B를 마련해 놨다"고 밝혔다.
경제동맹 넘어 기술동맹…"中배척은 아냐"
또다른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와 아시아·태평양 역내 협력 등 글로벌 이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가 최대 관심사다.
IPEF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미국 중심의 포괄적 경제협력체제로,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필리핀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무역과 공급망 안보, 디지털 경제,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노동·환경 등을 망라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IPEF에 참여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IPEF 참여시 구체적인 내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IPEF는 전통적 경제협력과 달리 공급망과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체"라며, "IPEF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각 국가들이 필요한 아이템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상호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과 서비스 개방 등 한미 FTA를 토대로 한 한미 경제동맹을 넘어 기술·에너지·공급망 등 최근 글로벌 경제 이슈로 떠오른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훨씬 포괄적인 경제동맹을 맺겠다는 의미다. 또 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현재 안보 상황도 한미 동맹의 진화에 속도를 내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 사건은 '경제가 곧 안보'라는 인식을 가져 온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디젤엔진에 사용되는 요소수의 원료 수출을 통제하면서 우리나라 산업 안보에 비상등이 켜졌고, 군에서 비축한 요소수를 공급하면서 군사 안보에도 영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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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의 IPEF 참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다. IPEF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에 대응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장관과의 화상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IPEF 참여 방침에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도 중국의 반응을 의식한 듯 애써 "IPEF에서 중국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한중 FTA의 후속 협정을 지금 중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중국과도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와 투자 촉진 문제뿐만 아니라 민감한 공급망을 서로 원활하게 주고 받는 시장 개방 논의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회담 90분…尹-바이든 매일 만나
청와대 대신 용산에 집무실을 마련한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진행할 공식만찬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이 낙점됐다. 연합뉴스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은 20일부터 2박 3일 간이다. 윤 대통령 취임 11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방한 첫날 삼성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메시지도 낼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에는 소인수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 등이 90분 동안 열리고, 저녁에는 우리 측 50명, 미국 측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이 열린다.
김 차장은 "동아시아와 글로벌 평화.번영을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을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