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의 부실화 문제와 관련해 새 정부가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해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켰지만, 우려되는 대목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국회 검토 의견이 나왔다.
1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추경안 관련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사항도 담겼다.
이 프로그램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문제의 안정적 해결을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 주체인 '새출발기금(가칭)'을 마련해 최대 30조 원 규모의 잠재 부실채권을 매입, 상환일정을 조정하고 채무감면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은행권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추경 예산 7천억 원이 올해 투입되며, 2023년 이후 2조 9천억 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예결위는 "이번 추경안에는 (일단) 30조 원 가운데 20%인 6조 원의 채권매입을 기준으로 예산이 산출됐다"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6조 원의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할 경우 캠코의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론 "캠코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부채관리계획이 포함된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해야 하고, 이에 따라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단기 200%, 장기 250% 이하의 목표를 설정해 부채비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조정 프로그램 추진에 따라 올해 대출채권 6조 원을 매입할 경우, 캠코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334.1%로 상승하고, 출자금 예산 7천억 원 전액이 반영되더라도 부채비율이 적정 비율인 200%를 초과한 245.5%여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6조 원 어치 부실 우려 채권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채권 값의 60%(예상채권매입가율)인 3조 6천억 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일단 7천억 원의 예산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캠코에게는 버거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예결위는 "금융위원회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적정 부채비율 내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캠코의 재무와 신용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장기 계획이 법 개정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예결위는 "(정부는) 2023년에는 나머지 24조 원의 채권 매입을 위해 캠코에 2조 9천억 원의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캠코의 자본금은 3조 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2021년 말 기준 캠코의 납입자본금이 1조6119억 원임을 감안하면 자본금이 1조 3881억 원 이상 증자될 경우 법정 자본금을 초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올해 7천억 원, 내년 2조 9천억 원 등 내년까지 3조 6천억 원의 출자를 계획하고 있어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검토 중인 '예상 채권매입가율 60%'와 관련해선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지나치게 높게 측정되지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검토 보고서에 담았다. 부실 채권을 통상적인 경우보다 너무 비싸게 사들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해당 보고서는 "캠코가 2017년부터 매입해 온 부실채권의 매입가율을 살펴보면 연간 매입가율은 3.45%~39.5% 수준"이라며 "추경안 편성을 위해 설정된 예상 채권매입가율 60%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캠코가 매입한 채권 가운데 매입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무담보채권의 규모가 매입가율이 높은 담보채권의 규모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업(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될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회수 가능성이 높은 담보 채권보다는 회수 가능성이 낮아 위험성이 더욱 높은 무담보채권 위주로 매입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상채권 매입가율이 지나치게 높게 측정되진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