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매진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번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컴퍼스를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들을 대거 만난다.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에 입국한 직후 바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시설을 둘러본 뒤 간단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평)에 이른다.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하며,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축구장 약 400개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7월 첫 생산라인(P1)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P2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갔고 P3이 2020년 4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P3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경기 평택에서 화성, 기흥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단지는 부지 자체가 큰 데다 건물 외벽이 유명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색상과 그래픽으로 칠해져 있어 상공에서 바로 눈에 띈다고 한다.
2017년 7월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헬기를 타고 지나가면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보고 방대한 규모에 놀랐다고 언급한 적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같은 경로로 이동하다 수분간 상공에서 평택컴퍼스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제조시설 확충에 매진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의 오랜 파트너인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매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과 5월 백악관에서 주요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반도체 회의에 삼성전자를 초청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급망 대책회의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대상에 포함시켰다.
특히 지난 3월 회의에서는 화상으로 참여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부문 사장을 소개하며 "삼성은 텍사스에 170억달러(약 20조원)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2천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고, 11월 신규 공장 부지로 오스틴에 인접한 텍사스주 테일러를 확정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선정할 당시 기자회견 사진.(왼쪽부터)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평택캠퍼스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동행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삼성전자가 당면한 각종 경제현안 등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력 증대를 위해 520억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경쟁법안'을 각각 처리했다. 양원은 최종 조율을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인데 일부 의원들이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공장 방문에 동행하는 것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잇따라 참석했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도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회사진취재단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둘째날인 오는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영 만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에 더해 국내 6대 경제단체장들도 함께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물론, SK·LG(배터리), 현대차(전기차) 등은 모두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사업인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만찬에서 기업인들이 양국 정부 관계자와 자연스럽게 경제 및 산업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등 양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경제안보'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며 "최근 대미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기 위해 기업인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