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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국으로 확대되는 신속항원검사…'변이 감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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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부터 PCR外 24시간 이내 RAT 음성확인서도 인정
내달 입국後 검사도 축소…1일차 PCR→3일 이내, RAT는 권고
PCR 자비부담·국내 체계 형평성 근거로…'방역'보다 '편의' 초점
전문가 "새 변이 스크리닝 거의 불가" "무용지물 된 방역패스 격"

인천공항. 황진환 기자인천공항. 황진환 기자
정부가 오는 23일부터 해외입국자의 사전 검사로 기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외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도 함께 인정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유입 감시 등 '방역 허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중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는 등 일상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입국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재유행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가 '입국 편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리스크 일부 시인…"RAT 양성 시 PCR·변이분석 조치"

16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23일부터 해외 입국자는 입국 전 검사로 PCR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병행할 수 있다. PCR 음성확인서는 '입국 전 48시간 이내' 실시한 결과여야 하고, RAT는 '24시간 이내'라는 점만 다르다. 실제 감염자를 가려내는 정확도 차이를 고려한 조치다.
 
다음 달 1일부터는 국내 입국 이후 검사 기준도 완화된다. 현행 지침은 입국 1일차에 바로 PCR 검사를 시행한 뒤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것이었지만, 이젠 PCR 검사 시기가 '3일 이내'로 늘어난다. 이에 더해 2차 RAT 검사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바뀐다. 자가검사키트로 확인차 해보는 것을 권장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정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부는 국내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인정하는 조치가 연장된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당국은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한해서만 PCR을 실시하고, 그 외 검사대상은 모두 RAT를 기본값으로 적용하고 있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PCR 검사량이 폭증하자, 빠른 검사·치료를 위해 한시 도입됐던 신속항원검사는 당초 종료시한이었던 지난 13일을 넘겨 연장된 상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저희가 PCR 검사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표준적인 확진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음에 따라, 외국에서 들어오는 분들과 국내에서 진단받는 분들의 형평성 논란이 계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국 기준을 PCR·RAT 등 '투 트랙'으로 준용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외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도 꼽았다. 손 반장은 "해외에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PCR을 대체하는 조치들을 많이 취하다 보니 우리나라 간의 형평성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고 밝혔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PCR 검사를 하는 국가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서 외국에서 PCR을 받기 쉽지 않거나 혹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내국인, 우리 국민들께서 외국을 갔다 오시는 경우에 비용부담 고충이 상당하다고 하는 지적들도 있어 왔다"고 설명했다.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뉴질랜드 등 많은 주요국들이 해외입국자의 PCR과 RAT를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반면 PCR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이다.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계획의 일환으로 해외입국 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방역 상 일부 리스크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부분을 시인하기도 했다.
 
손 반장은 "변이 관측에 있어서 다소 약화되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는 다시 한 번 저희가 확진을 위해 PCR 검사를 하거나 변이 분석을 하는 등 2차적인 조치들을 취하기 때문에 큰 틀의 분석과 흐름 파악에는 큰 애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새 변이, 유행 이후에나 발견" "방역패스와 똑같은 꼴"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판단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한다. 일상회복을 재개하는 맥락에서 전반적인 완화 기조를 감안해도 '변이 감시' 상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방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빼고 다 풀린 거다 보니, 그 수준에 맞게 요구조건을 낮춘 것이라 보여진다"며 "정책 결정에는 항상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있는 건데, 부작용을 본다면 변이바이러스 유입이 좀 더 용이해지고 빨리 도입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세계보건기구)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변이 감시체계의 강화다. 조기 발견해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란 것"이라며 "이미 미국 뉴욕에서 확산 중인 BA.2.12.1이 들어와 있는 거고, (BA.4나 BA.5 같은) 남아공의 오미크론 하위변이도 유입돼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오미크론 감소추세도 완만해져 어느 정도 '바닥'을 치는 상황이 다가왔다고 봐야 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쯤 (확진자) 반등이 우려된다"며 "국민 불편을 해소해준다 해도, 방역당국의 할 일이 약화되면 안 되지 않나. 편의성 문제보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변이가 출현해 난리 나는 걸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입국 기준으로 확대하는 조치는 '무용지물'이 된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전례를 밟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예전에 방역패스란 건, 백신 접종과 PCR 음성확인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사람들이 다중시설을 이용케 해 시설 내 대규모 유행을 막고 이용자들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그런데 방역패스에 (정확성이 낮은) RAT가 도입되면서부터 전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도 똑같은 상황이다. RAT 음성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라며 "'동전 던지기' 확률이랑 비슷한데 (실제 양성을) 50%도 못 맞춘다. 더군다나 해외에서 한 신속항원검사는 인증(validation)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신 위원장은 "새로운 변이가 들어오면 다시 벌어질 대유행을 잘 막아야 하는 게 방역당국의 책임인데, 국민들의 수용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밀린 것"이라며 "50~80%는 (감염 여부가) 걸러지지 않은 사람들이 입국한다는 건데, '과학 방역'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체제에서는 PCR이 선행돼야 가능한 '전장 유전체 분석'이 불가하단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RAT가 지속되는 한 국내 방역에서도 변이 감시가 온전히 이뤄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국내 검사체계도 PCR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 RAT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없다 보니 여기서 변이가 나오면 결국 전파경로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 역시 "BA.2.12.1 등은 지역사회 여기저기 퍼져 있을 텐데 검사는 거의 되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RAT 확진 인정이 계속되는 한 변이에 대한 스크리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며 "새 변이가 들어와도 유행이 확산된 다음에야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외입국 기준은 형평성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나쁜 변이가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건데, 국내 방역이 안정됐다고 외국도 똑같은 게 아니다"라며 "지금 중국은 물론 남아공 등도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데 방역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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