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마트 노는 날이야?" 월2회 대형마트 '놀일'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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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형마트 의무휴업 10년째지만 전통시장 성장 제자리…대형마트 쉬어도 전통시장 안 갔다
규제 사각지대 식자재마트 배송 서비스에 자체 PB 브랜드까지…4천억 매출 올리기도
정치권도 10년 규제 손질하자 적극적 움직임…"대형마트 의무휴업 제한 제외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식용유와 밀가루가 떨어졌다. 반찬 거리도 마땅한 게 없다. 냉장고를 뒤지던 주부 최모(43)씨는 차키를 챙겼다. 현관을 나서는 순간, 남편의 한 마디가 그녀를 붙잡았다.

"오늘 마트 노는 날인데?"

집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을 켜고 온라인 장보기 앱에서 식료품을 주문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코로나로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10년 전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는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형마트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2010년부터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Km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하고 3천㎡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신규 출점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는 등 영업시간도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온라인으로의 시장 이동이 가속화면서 오프라인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네이버와 쿠팡 등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된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도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시장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영업규제를 받는 건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20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로 전통시장을 방문하겠다는 응답의 3배 이상을 차지했다.


대형마트 월 2회 쉬는 동안 쿠팡 날고 식자재마트도 4천억 급성장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지역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0년 2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 2018년 23조 9천억 원으로 2조 5천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8년 동안의 물가상승률과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전통시장에 투입한 예산 2조 4833억원을 감안하면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전국 전통시장 수도 1517개에서 1437개로 줄었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체감 경기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전통시장 경기전반 체감지수는 지난 2016년 74.3에서 2018년 59.7로 떨어졌다. 코로나가 발생 이후인 지난해는 47.3으로 절반 가량 하락했다.

반면 유통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타 유통업체들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192조 9천억 원을 기록해 지난 2013년 (38조 5천 억)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51억 1668만 달러(약 6조 1653억 원)로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의 50억 7669만 달러보다 20% 넘게 성장했다.

면적이 3천㎡를 넘지 않는 식자재마트 역시 대형마트와 달리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식자재마트는 생활용품과 가전제품은 물론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일부 마트는 포인트 제도와 배달 서비스, 자체 브랜드인 PB상품까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일반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식자재마트는 최근 규모가 급성장했다. 국내 최대 식자재마트인 장보고식자재마트의 경우 지난 2020년 매출이 3770억 원을 기록했다. 세계로마트 역시 2019년 3328억 원에서 지난 2020년 3977억 원으로 20% 가까이 오르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한국유통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식자재마트 점포는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7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비중 역시 36.5% 증가했다.

대형마트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식자재마트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유통산업발전법 무용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도 10년 된 낡은 규제를 손질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등 11명은 지난해 6월 대형마트를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 의원은 "유통산업의 생태계에 급격히 변화하고 있지만 과거 대규모점포에 대한 규제가 불합리하게 남아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의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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