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입니다"…서울지하철은 도입 불가, 광주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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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통공사 직원들이 프로그램 직접 개발…예산 대폭 절감
기기 한 대당 설치 비용 10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절약
배터리 교체 필요없는 방식 도입으로 유지보수 비용도 최소화

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 위에 설치된 음성 안내 기기. 김수진 기자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 위에 설치된 음성 안내 기기. 김수진 기자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 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가 난색을 표한 임산부 배려석 안내 시스템을 광주교통공사는 확대 적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객님께서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고객님. 임산부가 승차하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2일 오전 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열차가 운천역에 정차했다. 한 시민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자 상단에 설치된 검은색 스피커에서 배려를 권하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광주교통공사가 이달 말까지 광주광역시 지하철 내 기존 2대의 열차에 시범 적용하던 임산부 배려석 음성 안내 시스템을 전체 배려석 가운데 50%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이 같은 음성을 더 많은 임산부 배려석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서울시 정책 제안 사이트에서 임산부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주에서는 비슷한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한 계기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9월까지 열차 1편성당 2석으로 음성 안내 시스템을 확대 설치했다. 현재까지 46개의 음성 안내 기기가 설치됐는데 이달 말까지 92개로 두 배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가 마무리되면 한 열차(편성)당 총 8석의 임산부 배려석을 확보한 광주 지하철 1호선에는 음성 안내 기기가 부착된 좌석이 총 4석까지 늘어난다. 전체 임산부 배려석 가운데 절반 수준이다.

음성 안내 기기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임산부 배려석에 승객이 앉아 있는지 감지해 10~15초 뒤 스피커에서 안내 설명이 나오도록 개발됐다. 설명이 송출된 이후에는 1분간 감지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고 이후 시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기 설치 확대는 지난 광주시민 6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5%가 '전 열차 확대'에 동의하면서 추진됐다. 또 조사에 참여한 시민 69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인지 알 수 없는 때가 있는 만큼 비워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에 부착된 확대된 스티커. 김수진 기자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에 부착된 확대된 스티커. 김수진 기자
확대 설치가 가능했던 재정적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직원의 자체 제작 기술을 활용해 최소화된 비용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기는 공사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까지 92대를 제작하기 위해 1100만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기기 1대를 도입하는데 1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또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전동차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앉았을 때 불빛이 반복적으로 켜지고 경고음이 나는 기기를 설치할 때 거액의 비용이 투입된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은 다른 지역보다 규모가 크고 설치비 46억 원에 연간 유지보수비 2억 원까지 큰 비용이 든다"며 "송신기와 수신기의 고장과 파손으로 인해 거액의 유지보수비가 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 김수진 기자광주광역시 지하철 1호선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 김수진 기자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다른 시도의 지하철 같은 경우 외부에서 제작하면서 기기 1대 당 100만 원 가까이 든다고 알고 있다"며 "공사 직원 4명이 직접 공부하며 알림 시스템을 코딩하고 납땜과 가공 등 기기를 제작해 크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교통공사 고객센터에는 음성 안내 시스템에 대한 시민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다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을 이용하며 직접 소리가 나오는 센서를 보고 놀랐다는 최모씨는 "이 같은 센서가 생기기 전에 임산부 배려석을 양보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선진적인 기기의 도입이 광주시민으로서 뿌듯하다"며 "시스템이 잘 유지되어 다른 지역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교통공사는 앞으로도 저출생 관련 정책에 맞춘 새로운 시도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교통공사 이상용 기술본부장은 "음성 안내 시스템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용 문제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안다"며 "자체 기술과 예산을 제작해 전 열차에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광역시 민선 8기에서 추진하는 광주형 출산 보육 패키지 정책 시행에 맞춰 실효성 있는 임산부 배려석 운용이 되도록 추가적인 직원 의견 공모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산부 배려석과 관련해 추가적인 사업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모든 전동차의 열차 시트가 노후화되면서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임산부 배려석에 다른 색의 시트를 적용하는 방안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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