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준비가 진행되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와 행진을 허용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한 가운데, 경찰이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법원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신청에도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12일 서울행정법원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행진금지통고 집행정지 조건부 인용과 관련 "법무부의 지휘(승인)를 받아 즉시항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만 오는 14일에 열릴 예정인 무지개행동의 집회와 행진은 법원이 허용한 범위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서울청은 향후 진행될 본안소송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따져볼 예정이다. 서울청은 "이번 결정 취지에 따라 집회가 계속될 경우 주변 도심권 교통 체증과 소음 등 극심한 시민 불편이 예상되고, 대통령실 기능과 안전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대법원 등 헌법기관을 보호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취지와 형평성도 고려돼야 한다"며 "10일 심문기일 진행 후 11일 법원 결정 시까지 충분한 소명 기회가 부족한 면이 있었던 만큼 본안소송을 통해 사법부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9일 무지개행동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을 맞아 용산역 일대를 행진하는 내용의 집회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용산서는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100m 이내"라며 행진을 금지했다.
이에 무지개행동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대통령 집무실 근처 행진을 막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이를 일부 인용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 이촌역 인근 대통령실 출입구(미군기지 13번 게이트)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서울행정법원은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용산역부터 이태원광장 구간까지 2.5km 행진 시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이동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재판부는 "이전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의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제한했던 것은 대통령 관저 인근의 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른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경찰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집시법 제11조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 처분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