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사내맞선'에서 신하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세정.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올 봄, 각종 로맨스 드라마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그 중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이 주연으로 나선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은 K-로코(로맨틱 코미디)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리며 흥행 선두에 섰다.
넷플릭스 공식 주간 시청 시간 톱10에서 3094만 시간으로 2주 연속 비영어 시리즈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로 시작한 시청률은 11.6%까지 올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초반부터 '사내맞선'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아니다. 김세정, 안효섭 등 갓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청춘 배우들이 주인공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무엇보다 최근 식상해진 '캔디형' 여자 주인공과 '재벌' 남자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과연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렸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사내맞선'은 클래식한 로맨스 요소들을 다채롭게 재해석, 변주해 보통 시청자들도 유쾌하게 공감 가능한 '로코물'로 사랑 받았다. 그 입소문의 중심에 이미 여러 드라마들을 성공으로 이끈 김세정이 있었다. 그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씩씩한 신하리 역을 통해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당당히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았다.
'프로듀스 101' 그룹 아이오아이부터 '사내맞선'에 이르기까지, 김세정은 어떤 변화 속에서 20대 후반을 보내고 있을까. 다음은 김세정과의 화상 인터뷰 일문일답.
SBS 월화극 '사내맞선'에서 신하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세정.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Q '사내맞선'이 11%대를 넘기며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성적도 좋았다. 간만에 흥행한 로맨틱 코미디이기도 한데 그 비결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A 사소한 것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친구들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일들을 그럴싸하게 이겨낸다. 사실 이들이 겪은 모든 일들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일들인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랑받을 만한 방법으로 그들이 이겨내서 사랑 받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OTT에서는 어쩌면 반응이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는 내부적으로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K-로코(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이 엄청 크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들에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게 K-로코의 장점인데 그런 부분을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라 기대를 걸었었다.
Q 비슷한 시기, 박민영 주연의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나 김태리 주연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경쟁을 하기도 했다. 특히 박민영과는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했는지, 그리고 주연 배우로서는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A 일단 대본을 받고 이름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다른 글과 영상을 많이 보지 않는 편이다. '볼 시간에 대본 한 글자를 더 읽자' 이런 마음을 견디기가 힘들어서 그렇다. (박민영) 언니 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 클립으로는 챙겨봤다. 역시 언니는 언니더라. 언니가 사랑에 빠지는 눈빛 연기를 정말 엄청나게 해내시는데 '민영 언니가 민영 언니 했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차별점은, 제가 그 인물이 되면 그 이상을 논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이 인물이 되고자 온전히 할애해서 연기를 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차별점을 두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리를 더욱 실제 존재하는 인물처럼, 하리만의 삶을 살게 하는 것. 그게 제가 노력할 부분이었다.
Q 현장에서 사진을 많이 찍더라. 분위기도 좋고, 특히 하리와 둘도 없는 단짝인 진영서 역의 설인아와는 실제로도 굉장히 친해졌던데A 현장은 더 화기애애하고 행복했다. 서로 주고 받는 감정과 상황, 여러 가지 배려가 섞여 있어서 제가 담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다. (설)인아 배우는 너무 큰 도움이 되는 배우이자 동료다. 이미 제가 배운 게 너무 많아서 고마운 친구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지금도 열심히 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지 않을까 싶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인아라는 좋은 친구, 동료를 얻었다는 점, 앞으로도 오랜 시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될 거란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SBS 월화극 '사내맞선'에서 신하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세정.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Q '케미'가 좋았던 강태무 역 안효섭과의 호흡은 어땠나A 정말 열심히 하고, 긍정적이고, 배려심도 많으시다. 한편으로 내향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 보였다. 이 일을 하면서 억지로 그걸 깨는 순간들이 정말 많이 온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억지로 성격을 바꾸면서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억울해 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물론 각자의 선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효섭) 오빠는 그 성격을 아직도 보존하고 있어서 박수 쳐주고 싶었고,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의 '엠마 스톤'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는데 본인의 만족도는A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만족이라고 하면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서는 85점~90점? 아쉬운 건 이전에 더 기초 체력을 기를 걸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전에는 제가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핑계 하에 덜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는데 단순히 지치고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런 적도 있다. 이번에는 그런 핑계 없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체력이 조금 더 좋았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Q 하리처럼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연애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한 적도 있는데 혹시 생각이 달라졌는지A 저는 없다. 사실 그래서 너무 그런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실제 그렇게 사랑하는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연기를 하면 안되니까. 단순히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시간을 좋아하고 나면 그냥 익숙해진 게 아닐까. 너무 익숙해서 사랑이라는 착각을 원했던 건 아닐까. 그냥 단순히 그 친구와 보낸 시간이 좋았던 건데 그걸 착각하고 아직도 난 이 친구를 너무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도 그런 비슷한 부분을 친구와 가족에게서 찾아왔던 것 같다. 최대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가려 했다. 연애는 언젠가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지만 아직 제 일만큼 저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못 만났다. 저는 운명을 믿는다. 그렇지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의 일로만 만나겠다. (웃음)
SBS 월화극 '사내맞선'에서 신하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세정.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Q 굉장히 에너지 넘치는 성격이고 실제로 '긍정적인 단어'란 말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긍정적인 단어란 무엇일까
A 일단 억지 긍정은 절대로 안된다. 있는 현실 그대로 잘 받아들일 수 있는 긍정을 찾아가야 한다. 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단어는 '행복'이다. 일단 제가 책임져야 될 행복은 현재만의 행복이 아니다. 제가 살아가야 하는 건 과거에서 온 나이고, 현재를 겪는 나이고, 미래를 겪을 나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걱정하는 지금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삶을 사는 나'인 것 같다. 미래를 걱정해서 현재를 조금 흘려보내더라도 그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의 기준은 당장의 행복이 아니라 모든 걸 여러 가지 보고 '행복하면 됐어'라고 나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Q 김세정이라는 사람이 성장한 세 가지 결정적인 순간은A 첫 번째는 어린 시절 제가 돌봐주지 못했던 제 모습을 다행히 어른이 돼서 발견을 했다. 그러지 않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두 번째는 나와 내 주변 사람 사이 선을 확실하게 긋는 것. 나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이 선을 얼마나 뚜렷이 해야 되는지 알아갔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선을 잘 지켜야 하고, 상대방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그 선을 지켜왔던 순간이 두 번째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세 번째는 억지로 긍정적이지 않을 것. 우러나는 긍정이어야 한다는 것. 억지스럽게 지금의 행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답을 내리는 게 더 긍정적이며 좋다고 깨달은 순간이다.
Q 노래, 예능, 연기 모두가 뛰어난 '전천후 아티스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A 저는 이 꿈을 꿀 때부터 목표를 갖고 꿨던 것 같다. 처음 중학교 때 가수라는 직업을 꿈꿀 때 나는 먼저 아이들로 데뷔를 해서 이후 솔로를 한 다음 연기를 해서 그 다음 뮤지컬을 하고 디너쇼까지 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막연히 계획을 세웠었다. 활동을 하면서도 그걸 절대 잊지 않고, 그러려면 내가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꾸준한 계획과 연습, 도전을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타이틀은 아직도 제가 열심히 하게 하고, 제 심장을 뛰게 한다. 제가 가야 될 길은 멀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어떻게 쌓을지 두근거림으로 다가올 것 같다. 이전에 꿈꿨던 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제게는 하나의 보상이자 위로인 것 같다. 이제 위로를 받았으니 그만큼 또 보여드리고 열심히 해나가는 제가 되어야겠다.
Q '열심히 한다'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때로 강박이 되거나 지칠 때는 없었나A 일단 강박을 가졌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지금은 저를 계속 체크하면서 열심히 하는 거라 걱정이 크게 없다. 옛날에는 지금의 저를 돌아보지 못하고 미래에 저만 보내서 가느라고 자꾸 넘어지고 다치고 아팠다. 이제는 자꾸 돌아보려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방전이 될 때면 제게는 또 그만큼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 속에서 방전을 이겨나가기도 해서 큰 걱정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