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준엽(왼쪽). 장영수씨 제공"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좋은 친구들과 부디 행복하렴. 그리고 오늘도 꿈에서 아빠보고 웃어줘." 어린시절 뇌전증을 앓던 20대 청년이 7명에게 새 새명을 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충북 청주시 평범한 청년 고(故) 장준엽(21)씨 이야기다.
장 씨는 어린시절 여느 아이들 같이 밝고 개구졌다. 태권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태권도와 복싱을 배워 건강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지난 2001년 갑자기 쓰러진 뒤 뇌전증이라는 병을 얻었다.
그때부터 증상이 나타날 때면 길바닥에 넘어지기 일쑤였고 집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잠시 기억을 잃기도 했다.
그런 장 씨의 모습에 친구들은 하나둘씩 멀어지기 시작했고, 외톨이가 됐다.
부모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병세는 계속 악화됐다.
최근들어서는 아무 이유 없이 쓰러지는 경우도 잦았다.
고(故) 장준엽(왼쪽). 장영수씨 제공그러면서도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만 받으면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랜 대기 끝에 드디어 오는 7월 7일 수술 날짜가 잡히고, 내년 대학에 입학할 준비도 했다.
그러다 수술 날을 두달여 앞둔 지난달 22일 밤 장 씨는 방에서 쉬고 있다 쓰러졌다. 머리를 바닥에 크게 부딪혔고 이튿날 급히 충북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장 씨는 닷새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장 씨의 가족은 장기이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장 씨는 심장과 간, 신장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짧은 생을 마쳤다.
장 씨의 아버지 장영수씨는 7명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아들이 자랑스럽고, 또 미안했다.
아들이 병을 얻은 뒤부터 쓰던 일기도 이어가고 있다. 아들과의 대화다.
"우리 큰 아들 오늘은 뭐하고 지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분들 몸에서 살고 있으니, 건강하게만 지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