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경찰 내부 '온도차'…체질개선·수사역량 강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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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서 70년 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는 대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대폭 축소되면서 자연스레 경찰의 수사권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 됐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1차적인 변화를 준 뒤 한 단계 더 변화된 만큼 '책임수사'에 대한 경찰의 역량은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이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CBS노컷뉴스는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 수사 권한의 변화, 내부 통제 시스템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역량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층 무거워진 어깨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해법을 분주하게 모색하는 기류가 흐른다.

'검수완박'까지 남은 4개월
경찰 수뇌부 '자신감'-일선 '업무 과중' 우려
인력 및 예산 등 과제 산적
장비, 시스템 보완도 필요


▶ 글 싣는 순서
①'검수완박'으로 힘 실린 경찰, 정말 재난인가 '팩트체크'
②'검수완박' 이후 경찰, 검찰과는 다를 수 있나…'견제·통제' 관건
③'검수완박' 경찰 내부 '온도차'…체질개선·수사역량 강화 '핵심'
(계속)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검수완박' 법안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4개월. 권한 강화가 예상되는 경찰도 내부적으론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수뇌부는 실무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뿐더러 수사 역량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등 위 아래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인력 및 예산, 사건 적체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산적한 가운데 '검수완박'에 따라 과제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부 체질 개선부터 수사 역량 강화 방안까지 면밀하게 짚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수완박' 맞이하는 경찰, 수뇌부-일선 '온도차'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해 "대한민국 경찰, 특히 수사 경찰은 전 세계에서 수사 기법 전수를 요청할 정도로 전문성과 역량 측면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김 청장은 또 '검수완박'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후 경찰 내부망을 통해 "통과된 개정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있으나 경찰수사 체제는 큰 변화 없이 기존 틀을 유지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일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총량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무 변화 역시 향후 대통령령 등 후속 법령 개정에 따라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경찰의 권한과 책임, 의무 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 두고 경찰 수뇌부에서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온도차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대표적인 일선의 우려는 '업무 과부하'다. 사이버범죄를 담당하는 A수사관은 "검수완박을 시행하면 아마 경찰서가 폭발할 것"이라며 "사건이 너무 많은데도 외부 압력이나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는 차단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일선서 B형사과장 또한 "이미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경찰 사건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수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내실을 더욱 다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선서 C형사과장은 "형사들 간 수사 역량 차이는 천차만별"이라며 "수사를 오래 했거나 연구와 고민을 해본 경찰은 역량이 월등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교육 등을 통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이 역시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 C형사과장은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육도 못 받는다. 팀 일원이 교육 인원으로 빠지면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팀이 안 돌아간다"며 "교육 받더라도 일주일 안에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외국 같은 경우는 수사역량을 키우기 위해 6개월, 1년씩 교육 받는데 우리처럼 해서는 수사에 도움 되지도 않고,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효율적인 인력 배치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A수사관은 "경찰서에서 일하는 머리 좋다고 인정받는 경찰들은 다 승진 때문에 본청으로 간다. 이런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할 수 있다'고만 하는 건 문제"라며 "본청이나 국가수사본부에서 기획 업무를 하는 젊은 경위, 경감을 일선 수사 부서로 내보내는 식으로 수사 인력을 확충하면 현재 상황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선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경찰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감지됐다. 일선서 형사팀 소속 D경위는 "파급력이 큰 대형 사건들을 지방청이 담당하고 수사하면 경찰에 대한 위상은 전과 달라질 거라고 본다"며 "경찰들은 그런 것들을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기존에 6대 범죄 수사를 계속해왔고,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 한해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여전히 살아있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태다.

업무 과중, 인력 등 과제 산적…장비 및 시스템 보완 필요

연합뉴스연합뉴스전문가들은 우선 '수사 과부하'와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국대 이윤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과중으로 인한 수사 지연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어 인력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는 경찰 증원이 아니더라도 경찰 인력 구조 재조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주 복잡한 법률 문제는 경찰서별로 법률 전문가 고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본적으로 내근 인력을 줄여야 한다. 현재 11개 계급 중에 7개 계급이 일선 경찰관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한다"며 "계급 구조를 조정하고 사무실에 제복 입고 앉아있는 경찰관이 현장, 길거리로 나와야 한다. 미국의 경찰 계급이 5개 또는 많아야 6개인 것도 그 이유다. 우리나라 경찰 숫자가 14만 명이면 적지 않은 숫자"라고 덧붙였다.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한 실태 파악을 우선적으로 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순천향대 오윤성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1년 반도 안 지난 상태에서 수사권 조정이 과연 현장에서 제대로 되고 있는지, 국민이 만족하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검증의 기회가 없었다"며 "제도에 대한 효과나 보완점 검토 없이 검수완박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작은 3급지 경찰서 경제범죄팀을 보면 팀장 밑에 수사관이 두 명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수사관들이 전임자한테 물려받은 사건이 수백 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하는 사람들은 정신이 없고 범죄자들은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하면 곳곳에서 구멍이 발생한다.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이 어느 정도인지 직무 분석을 한 후 수사 쪽에 인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 과학수사 강화와 장비 및 시스템 보완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은 경찰에서 밝히지 못한 증거 등을 사건 송치 후 디지털포렌식과 DNA 감정 등에 따라 추가로 밝혀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대검찰청에서는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와 DNA 감정실 등이 있다. 경찰 역시 경찰청 및 각 시도청에 디지털포렌식 센터를 가동하고 DNA 분석의 경우 국과수와 협업하고 있지만 역량 강화 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한편 김 청장은 지난 2일 간담회를 통해 "경찰은 책임수사 체제를 좀 더 빈틈없이 보완하고 또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성 배양 등 필요한 교육과 수사 기법, 장비 시스템 보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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