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역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한때 40만을 웃돌았던 주간 일평균 환자는 10만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전파력이 델타보다 2~3배 높은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속도전'을 강조해왔던 방역당국은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으로 간주하는 체계를 더 이어갈지 고심 중이다.
신속항원검사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고위험군만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 비해 정확성이 현저히 낮아 대유행 상황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PCR·환자관리 한계로 인한 고육책…'정점 시기'엔 일정 효과
정부가 한 달여 전부터 호흡기 전담 클리닉 등 동네 병·의원 등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PCR 검사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일 검사량이 많게는 70만 건을 넘어서면서 '24시간' 안에 확진 여부를 알리는 것도 녹록지 않아졌다.
서울 구로구의 한 이비인후과가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검사 즉시 귀가해 자택 격리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도, 보건소와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실상 '재택 방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관건인
고위험군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골든 타임'이 지체되는 게 문제였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PCR 없이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인정하는 한편 같은 달 25일부터는 동네 병원에서 신속검사 양성을 받은 고위험군은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배정하기 시작했다.
유행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3월 초 유병률이 급격히 치솟은 점도 하나의 근거가 됐다. 신규 환자가 20만에 육박했던 지난달 3일 기준 양성률은 51.3%로 검사를 받으러 오는 '2명 중 1명'이 실제 감염자였다.
지역사회 유행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신속항원검사로도 어느 정도 확진자를 감별해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당초 신속항원검사의 전면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전문가들이 '보완적'인 활용 필요성에 공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난달처럼) 많은 감염자가 나왔을 때는 신속항원검사를 이용해야 되는 게 맞다"며 "PCR로는 다 진단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도 하고, 유병률이 높아졌을 때는 신속검사 양성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도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같은 먹는치료제를 사용하려면 투약시점이 (증상 발현) 5일 이내라 하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
신속항원검사를 하자마자 고위험군에게 빨리 약을 쓸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하지 말라'고 반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신속검사, 가짜 양성·음성 '빈번'…발생률 감소상황서 실효성 의문
문제는 원래 신속항원검사가 확진자를 가려내는 정확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 '있는 환자도 다 놓친다'며 신속항원검사의 폐해를 걱정했던 이유기도 하다. 15분이면 결과가 나오지만, 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맹점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올 1월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 시점에서는 성능이 우수하지 못한 자가항원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정부의 신속항원검사 확대 움직임에 반대했다.
학회는 숙련된
전문 의료인이 시행해도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확진자를 양성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비율)가 50% 미만에 불과하단 점을 들었다. 일반인이 자가검사키트로 '셀프 검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2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증상이 감지되지 않는 감염 초반부터 확진자를 모두 솎아내는 PCR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황진환 기자하지만 정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의 양성 예측도가 지금도 90%를 상회하고 있다며, 지난 13일 종료하려던 신속항원검사 확진인정 조치를 내달 13일로 한 달 연장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0일 "앞으로 유병률 혹은 (환자) 발생률이 점점 떨어지게 되면 양성 예측률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가 현재보다 떨어지게 됨에 따라, 지금처럼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을 확진자로 인정할 것인지는 검토해야 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망에 잡히는 환자 감소세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62만여 명으로 '피크'를 찍을 당시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40만 명대였다. 76일 만에 3만 명대를 기록한 전날 기준으로 7일 하루 평균 환자는 8만 2320명까지 하락했다.
전문가 "PCR 기본체제로 돌아가야"…보건소→동네병원 이관도 고민
전문가들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유행상황 등을 고려할 때 종전의 PCR 기본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엄 교수는 "
환자가 계속 감소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신속항원검사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고위험군에 대한 빠른 진단·투약을 (명분으로) 얘기하지만, 그게 잘 안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 생길 거다.
이제는 놓치는 환자가 계속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 위원장은 "신속항원검사는 유병률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만 보조적으로 쓸 수 있는 검사다. 관련 논문들의 공통된 견해"라며 "유병률이 높을 때 (감염자) 반 정도를 찾아내고, 낮으면 10~20% 미만이라 봐야 한다. 유병률이 떨어지면 환자 10명 중 1명도 못 찾는다는 건데, 진단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지난달 말 하루 30만~50만 건 사이를 오가던 선별진료소 검사량은 전날 기준 4만 7200여 건으로 감소했다.
주간 평균으로 봐도 10만 9253건 수준이다. 하루 최대 80만 건 이상이 가능한 PCR 검사의 여력은 충분히 생긴 셈이다.
엄 교수는 "지금 정도의 검체, PCR 검사량이라고 한다면 신속항원검사는 당장 중단해도 상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처럼 보건소에서 PCR 검사기능을 도맡는 것이 아니라
동네 병·의원으로 검체 채취 및 결과통보 작업을 이관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진단검사의 기능은 다 1차 의료기관으로 넘겨 달라는 것이 보건소들의 근본적 입장이고, 저도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동네 병원은 PCR 검체를 따서 (수탁기관에) 보내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정부가 인증한 동네 병원에 PCR 검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수본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향후 RAT 검사 양성을 인정하지 않았을 경우, 또 PCR 검사로 돌아갔을 때 (검사) 불편이 예상될 수 있다"며
"질병청과 함께 협의해서 의료기관의 (PCR 검사) 인정여부 등을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