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여야가 지난 22일 처리에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검찰의 입장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를 하니까 법사위원장을 만나뵀고요. 국회의장 두 번 뵀고, 부의장님, 사무총장님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에 대해 동향이나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떻게 하는지 전혀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만나뵌 적도 없습니다. 국회에 검사들도 있었기 때문에 확인해봤는데 전혀 그런 내용을 몰랐답니다.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무능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데, 그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습니다."검찰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지난 주 변곡점을 맞았다.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수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자 여론이 험악해지면서 의장이 나선 셈이다. 그 전까지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찰의 최선봉에 서서 검찰의 입장을 국회에 전달하고 자체적으로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회와 대검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박 의장의 중재안이 여야에 제시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까지 하면서 김 총장은 이 사태를 알았느냐는 검찰 안팎의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김 총장은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한 당일 '두 번째 사직서'를 냈다. 앞서 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직서(17일)를 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다(18일). 김 총장은 중재안이 제시되기 직전 출근길에서 "국민과 여론이 원하지 않는 권력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한 탓에 '중재안을 미리 알았던 게 아니었느냐'는 의심도 터져나왔다.
김 총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들이 물어보기 전에 먼저 박 의장과의 면담 전후 상황을 밝혔다. 지난 21일 박 의장과의 면담 시 김 총장은 △형사사법체계 근간에 대한 4차례 입법은 모두 국회 특위를 거쳤다는 점, △최대 2년, 최소 7개월의 특위를 거쳤다는 점, △2019년 검찰 개혁 당시 여야·검찰·법무부 참여한 사개특위에서 1년 3개월간 논의 거쳐 입법이 이뤄진 점, △수사 공정성 위한 특별법 제정 등 개선방안까지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약 40분간의 면담에서 박 의장은 이 내용을 들었고 '중재안'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김 총장의 설명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국회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중재안을 처음 알게 된 경위는 언론 속보를 통해서다. 22일 오전 10시쯤 간부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한다는 속보를 떠서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그날 점심을 먹는 도중 국민의힘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이 먼저 나왔고 이후 민주당이 수용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같이 식사하던 대검 간부들과 상의한 뒤 이 상황에 대해 책임지고 중재안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즉시 법무부장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중재안 '중'자를 들어본 적도,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회를 오가며 박 의장의 중재안이나 여야 합의 상황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게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무능'까지 언급했다.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제출된 이후 정당과 일체 연락한 사실이 없었는데, 정당에 의견을 내거나 대화하는건 국가기관인 검찰로서 적절치 않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직서를 낸 이후 여야, 대통령에게 연락이 왔냐는 질문에는 "제가 사직서를 낸 것만 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김 총장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검찰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①검사의 수사권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음, ②선거범죄 부실 처리될 염려 ③여죄수사 못하면 사건 처리 지연 ④사개특위 先결론 後논의는 선후가 잘못됐음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