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환점을 돌아 정부출범을 3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생은 보이지 않은 채 갈등만 도드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코로나 손실보상과 부동산 정책 등은 감감무소식이고 집무실 이전과 인사 갈등만 중심이 됐던 한 달이었다는 지적이다.
'묵묵하기만'했던 인수위 부동산 대책마저 추후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8일 인수위 공식출범 한 달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귀가 두 개가 아니라 천 개, 발이 두 개가 아니라 천 개가 있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활동 소회를 밝혔다. "역대 인수위 중 이렇게 많은 간담회와 현장 방문은 드물다고 듣고 있다"며 "인수위 본연 업무에 대해서는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런 자평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를 이끌 비전보다는 갈등만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출범 초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부터 장관 인선, 공동정부 구성까지 갈등의 중심에 섰다. 인수위 발 정책이 주목받았던 것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법적 사회적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지엽적 이슈들뿐이었다.
그나마 인수위의 주요 어젠다로 주목 받았던 부동산 정책마저 발표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졌다. 이날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 실무 담당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와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메시지가 시장에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며 정책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 당초 부동산 정책은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었다.
이한형 기자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문제가 최대의 뇌관이었던 만큼 전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지만, 인수위가 정책 내용은 차치하고 발표 타이밍마저 못 잡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이었던 코로나 손실보상 추가경정안 제출 시점 또한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 놓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발표되는 메시지가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아직도 새로운 정부의 색깔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과거 정부의 인수위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장미빛이라고 비판을 받을 지언정, 윤석열 정부가 어떤 나라를 만들지에 대한 총론을 보여줘야 하는데 '공정과 상식'이라는 표현 이상 내용이 나온 게 없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탓? 민생문제 소통한다지만 청문 국면에 주목 미지수
인수위는 여소야대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강한 정책 의지를 보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항상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하나씩 할 일을 해 나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 없이도 가능한 것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여야 공통공약인 경우 입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므로 이 부분부터 실행에 옮긴다"는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실제 인수위는 민주당과의 마찰이 예고되는 정부조직법 개편과 추가경정안 제출 등을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인수위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에다가 인수위가 아무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를 부풀려놓으면 실망이 커진다"며 "인수위가 정책이나 국정에 대해 큰 소리를 치고 다니기보다는 논란 없이 정권 인수를 잘 마무리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2차 국정과제 선정을 완료한 인수위는 다음달 국정과제 최종안을 확정해 공지할 예정이다. 분과별로 내세울 수 있는 민생현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 정국이 돌입되는 상황에서 인수위에 대한 기대는 이미 상당부분 사그라들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인수위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인데 이번 인수위에 과연 이런 인재들이 제대로 배치돼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메시지도 통일이 안 돼 산만하고 하다못해 인수위에서 내세웠던 '전봇대 뽑기' 같은 어젠다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