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코로나 방역대책 관련 학교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공식 일정을 전격 취소하면서 윤석열 당선인과 안 위원장 간 공동정부 구성에 균열 조짐이 가시화됐다. 윤 당선인은 돌연 잠적하다시피 한 안 위원장의 행보 등 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인사 원칙과 과정을 안 위원장에게 설명했지만 문제제기를 받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과 서울소방본부의 소방정책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인수위에 불참 의사를 알렸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내각 인선에서 안 위원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게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윤 당선인이 이정식 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후보자를 발표해 18개 부처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결과적으로 안철수계 인사는 내각에서 배제됐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한 가운데 안 의장 자리를 비워둔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윤석열 당선인의 3차 인선 내각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후보 지명자에 대한 질문보다 안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만 쇄도했다. 윤 당선인은 "이해가 안 된다", "저하고 얘기를 할 때는 이렇게 안 하시고 본인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가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등 직접적으로 안 위원장으로부터 문제제기를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이 두 차례 인선 결과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는 듯 하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위원장으로부터도 인사 추천을 받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추천 받은 분들과 우리나라 인재풀에서 저희가 잘 찾아서 서로 비교해서 장관 후보자를 선정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안 대표와의 전날 오전 회동에 대해서도 "제가 충분히 설명을 드렸고 본인(안 위원장)이 불쾌하거나 이런 거는 전혀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데 이어 안 위원장도 현재 거취를 고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린다. 각론 대부분이 합의에 이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논의도 중단됐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결별할 경우 '철수 정치'라는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태 해결을 위해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신뢰와 소통을 위해 대화를 하고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 배분, 합당 후 의사결정기구에 국민의당 몫을 약속한 것 이상으로 더 무엇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는 분위기인 만큼, 양 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