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계약에 신음하는 경비노동자…"주민 발의 조례로 개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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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김정남 기자
#. 60대 경비원 A씨는 3개월마다 계약을 한다. 재고용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계약이 돌아오는 시기마다 늘 조마조마하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다시 계약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계약할 때 불이익이 있을까 문제가 있어도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최근 충남노동권익센터가 지역 경비노동자 43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15.6%가 A씨와 같이 3개월 이하 초단기 계약을 맺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1년을 초과하는 기간을 계약하는 경비노동자는 8.7%에 불과했다.
 
#. 경비원 B씨는 출근시각과 퇴근시각이 같다. 24시간마다 교대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6시간의 휴게시간이 있지만 아파트단지 내에서 역할도 찾는 사람도 많은, 업무의 특성상 실제로 지켜지지는 않는다. 또 여전히 많은 경비노동자의 휴게공간은 열악하다. 24시간의 장시간 노동 자체도 힘에 부칠 뿐더러 급여는 휴게시간 6시간을 제외한 18시간으로 책정돼 나온다고 한다.
 
경비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조례로서 바꿔보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경비노동자 당사자들은 물론, 지역 노동단체와 진보정당 등이 모여 대덕구에서부터 관련 조례를 개정해나가는 움직임에 들어갔다.
 
대전과 대덕구의 22개 단체·정당이 모인 '대덕구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에 관한 조례개정 운동본부'는 14일 오전 대전 대덕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 발의 운동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주민 발의제란, 지역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례 제정을 주민이 직접 추진하는 제도다.
 
운동본부는 "현재 있는 공동주택 경비원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는 경비노동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법적 기준은 되지만 실질적으로 경비노동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고용불안과 노동환경 개선 문제를 해결해나가기에는 부족한 상태"라며 "이에 현 조례에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남 기자김정남 기자
아파트 경비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이정수 대전세종지역서비스노조 대전경비관리지부장은 "저희 경비원과 용역업체 간 계약은 길면 1년 짧게는 3개월, 심지어 1개월짜리 계약을 맺는 때도 있다. 일자리를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부당한 업무 지시나 갑질로 인해 불만이 생겨도 속으로 삭혀야 한다"며 "경비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된 지도 반년이 지났지만 아파트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해 경비원 수를 계속 줄이고 있고, 제가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4년간 3분의 1이 줄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례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내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발전이 이뤄진다면, 그것이 또한 아파트 공동주택에 거주하시는 대전시민 60% 이상을 위한 길이라고도 믿는다"고 말했다.
 
대덕구 공동주택 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에 관한 조례개정 운동본부의 심유리 공동대표는 "대덕구 주민 발의 운동을 시작으로, 대전의 다른 구에서도 의원 발의를 통해 조례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길 바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조례안에 경비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개선을 위한 정책 연구 개발을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또 초단기 계약을 하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구의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항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90일 동안 2200명의 청구인 서명을 받는 등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선거권이 있는 구민의 1/70이 청구인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대덕구에서는 2178명 이상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 주민 청구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해당 조례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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