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평화회담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숭고한 일'이라고 자평하면서다.
자취 감췄던 푸틴, 기자회견서 "숭고한 전쟁"
연합뉴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6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분리주의자들을 보호하고, 네오나치를 물리치며,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립해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서방의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평화회담에 대해선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 처한 상황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전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냐'는 우주기지 근로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 목표는 틀림없이 분명하고 숭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자주 말을 더듬거나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전쟁 초기까지 러시아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개 장소에서 모습을 감췄다. 전날 모스크바에서 오스트리아 총리와 정상회담 했지만, 러시아는 어떤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쟁 전 긴 테이블 양쪽 끝에 앉아 서방 지도자들을 만난 사진이 공개된 것과 정반대다.
러, 화학무기 사용 의혹
러군 탱크·장갑차 '무덤' 된 키이우 외곽 거리. 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새로운 공격을 위해 재정비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학무기 생산과 사용, 비축은 1997년 화학무기조약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로이터의 입장 표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세력은 남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하기 위해 화학작용제를 섞은 최루가스를 포함한 다양한 폭동진압 작용제를 사용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학작용제가 화학 무기 수준인지, 시위 진압용인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