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이른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처분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찰 내 요직으로 중용될 수 있을 지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사팀이 무혐의 의견을 정식 보고해 처분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결단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4일 오후 '채널A 사건' 수사팀으로부터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정식 보고를 받고 결재를 검토 중이다. 채널A 사건은 2020년 당시 이동재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감 중인 신라젠 대주주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알려달라'며 여권 인사 관련 폭로를 강요했다는 게 핵심이다. 중앙지검은 같은해 4월 수사에 착수해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한 검사장에 대해선 처분을 미뤄왔다. 법원은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이 전 기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보고에는 정진우 1차장검사, 이선혁 부장검사, 김정훈 부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중앙지검은 수사팀으로부터 정식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증거 분석 상황과 관련 법리 등을 종합해 신속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빠른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당장 보고 받은 지 하루이틀 만에 결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마무리를 위한 절차 등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검장 결재만 남았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게 이 지검장 측의 기류다. 다만, 이번 주 안에는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보고 결재를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당장 지난달 28일에도 수사팀이 '사건 처리 계획 보고' 형태로 이 지검장에게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이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반려했다고 보도도 나왔다. 중앙지검장은 1일 "지검장까지 정식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부장이 사건 처리할 때 처리 계획 보고서를 들고 차장에게 주면, 차장이 직접 보고하거나 부장에게 보고하라고 하면 그게 보고지, 어떤 공문이 있어서 결재를 상신해야 보고인가"라며 "그럼 의견 협의라고 봐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에 관해 독립적인 지휘 및 처분 권한은 이 지검장이 갖고 있다. 2020년 7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배제 지휘에 따라서다.
이정수 서울 중앙지검장. 윤창원 기자
이 지검장이 수사팀의 무혐의 보고 결재를 미룰 명분도 없다는 검찰 내부 기류도 읽힌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하는 카드가 변수지만,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무리하게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이 무려 2년 동안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 의견을 공식적으로 보고했다"면서 "뚜렷한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지검장이 수사팀 의견을 배제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치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는 이상 무혐의 보고 결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면 검찰 내 요직으로 직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여간 좌천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곧바로 중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검찰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해 온 윤 당선인에게 부담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재명 전 대선후보 관련 사건이 쌓여 있는 수원지검장 기용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