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릴레이 삭발 투쟁에 나섰나[그래?픽!]

[기획]
장애인 단체, 출근길 지하철 붙잡다가 중단
"인수위 면담서 투쟁 요청 받았다"
이준석 '불법 시위' 주장에 정치권 공방 이어져
개정된 교통약자법, 국회 문턱 넘었지만…
"국비 지원 못 받아" 전장연, 예산 반영 두고 비판
희의록 보니…재정 지원에서 엇갈려

편집자 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근길 지하철이 한 때 멈춰섰습니다. 다름 아닌 장애인 단체가 붙잡은 것인데요. 지난 2001년부터 20년 넘게 목소리를 내온 이들은 최근 단체 행동에 나서다, 지난달 29일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신 이들 단체는 오는 20일까지 매일 삭발 투쟁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인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CBS노컷뉴스가 이들의 사연을 연속으로 살펴봅니다.

▶ 글 싣는 순서
①그들은 왜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나 
②그들은 왜 릴레이 삭발 투쟁에 나섰나
(계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제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제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한 번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은 장애인 단체가 끝내 단체 행동을 중단했습니다. 이 단체 행동은 지난해 1월부터 이어오다 지난 2월에 잠정 중단됐었는데요. 지난달 24일 재개한 이후 일주일 만에 멈추게 됐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인수위와의 면담에서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투쟁을 멈출 것을 요청받았다"며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수위의 23년 장애인권리예산반영과 장애인권리·민생4대법안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한다"며 삭발 투쟁을 예고했죠.
실제로 이들 단체는 다음날인 30일부터 경복궁역에서 매일 한 명씩 삭발을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오는 20일까지 인수위로부터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출근길 지하철을 다시 붙잡을 거라는 말과 함께요.
이들 단체가 제안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30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들 단체 행동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들 단체 행동을 '부조리', '불법 시위' 등으로 규정해 연일 비판하고 나서면서죠.
이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고, 같은당 김예지 의원도 출근길 지하철 단체 행동에 참여해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앞서 기사에서(관련 기사 :  [그래?픽!]그들은 왜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나) 보도했듯이 이들 단체가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나온 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1월부터 목소리를 꾸준히 내오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가 이어졌고 장애인권리예산이 현실적으로 마련 되지 않는 등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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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전장연 측이 문제를 삼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문턱을 넘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인데요.
이들 단체는 "중앙정부의 (광역)이동지원센터의 운영비 지원이 원안의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후퇴해 상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 기획재정부 예산 반영이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으로 통과됐다는 얘기죠.
개정된 교통약자법을 살펴봤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제16조(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등) 제7항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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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장애인 단체는 법안 말미에 '지원할 수 있다'가 아닌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해야 담당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하는 게 용이할 거라고 본 거죠.
전장연 정다운 정책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이양 사업으로 분류된 사업은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방 사업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현장엔 실제적으로 돈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의 범위와 기준보조율)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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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에서 언급된 보조금 제외 사업(별표2)에는 총 298개의 항목이 있는데요. 이 항목엔 '장애인특별운송사업(운영비)', '장애인복지관 운영',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운영'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장연 측은 국가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특별운송사업'을 지방이양사업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국회에서도 해당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여야 국토교통위 소속 위원들도 모두 앞다퉈 교통약자법을 발의하고 나섰는데요. 지난 2020년 11월에 법안이 상정된 이후, 지난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어설 때까지 총 9차례 발의 및 심사가 이뤄졌죠.
개정된 법은 결국 참석 의원 228명 중 227명의 찬성과 1명의 기권으로 큰 반대없이 통과됐습니다. 그런데도 대체 왜 잡음이 이어지는 걸까요.
그래서 당시 관련 회의록을 들여다봤습니다. 개정안을 통과하는데 있어 여야 위원들 모두 조속한 개정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운영비 지원에 대해선 공방이 이뤄졌죠.

제392회 국토교통소위제1차

  • 국회 회의록 일부

    국토위 이지민 전문위원
    "운영비의 경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장애인특별운송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있으므로 특별교통수단의 운행이나 이동지원센터의 운영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특별교통수단이 광역 장거리 이동을 위한 지자체 간의 원활한 환승·연계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른 이동권 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운영비의 국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원래 법률제안 취지대로 운영비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적으로 우리 국토위의 의견을 달아서 나중에 전체 의결할 때 대통령령에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도 개정하도록, 시행령도 개정하도록 하는 의견을 제출해야 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국토교통부 어명소 교통물류실장
    "현재 보조금법 시행령에서는 장애인 특별운송사업에 대해서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재부하고 협의를 했는데 기재부에서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하위 법령에 있는 법을 근거로 해서 상위법을 정하겠다는데 '하위 법령에 이런 법이 있으니까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굉장히 무성의한 것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의원님들이 내셨던 안들이 조금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현행은 '할 수 있다'라고 재량조항으로, 여기는 설치만 돼 있고 아예 운영비 자체가 없지만. 그런데 박재호 의원님 안은 재량조항을 그대로 두고 박주민 의원님하고 신영대 의원님 같은 경우는 강행규정으로 ;운영비까지 지원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좀 모아야 됩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국토위 위원장)
    "오늘 우리가 위원님들의 뜻으로 안을 의결해서 올릴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 부처 간에 사전 조율을 충분히 거쳐야 되고 또 이것이 올라가면 나중에 법사위나 본회의 과정에서 다른 상임위와의 조율도 필요한 부분이라, 지금 너무 우리의 일방적인 입장보다는 그동안 정부 간에 합의된 사항들 또 조율된 사항들을 우선 존중을 하고 필요하다면 사전 조율을 통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터놓은 상태에서 의결을 해야지, 우리가 먼저 일방적으로 우리 원하는 대로 이렇게 하다 보면 사실은 우리의 결정 자체가 나중에 번복되거나 중단되는 그런 안타까운 일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위원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은 정부 측에서 최대한 수용을 하시되 현실적인 조정안을 잘 만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여야 위원들이 관련 법안을 다양하게 발의했지만, 운영비 지원 관련에 대해선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는 내용입니다.

제392회 국토교통소위제1차

  • 국회 회의록 일부

    이지민 전문위원
    "재정 지원 관련해서 위원님들 다 이렇게 지원해주자고 하시는 취지는 저도 이해를 합니다만, 지금 이게 보조금법 시행령이긴 합니다만 재정 당국의 보조금법에 따라 위임받은 시행령이고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 하려면 예산에 반영이 돼야 되는데 일단 그게 재정 당국하고 조율이 돼야 되는 사항이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상위법률이 개정되면 거기에 따라서 시행령 바꿔야 되는 것 아니에요?"

    이지민 전문위원
    "이 법의 시행령이 아니라 기재부 소관 법률에 따른 시행령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그러니까 그것을 우리가 개정할 것을 촉구하자는 거예요, 국토교통위원회 명의로"

    이지민 전문위원
    "그게(보조금 시행령이) 하위법령이고 이 법률이 더 상위에 있는 건 맞고요. 하지만 이 법률에서, 보조금법 시행령이라는 게 결국 보조금법의 위임을 받아서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재정 당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부처 간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허영 의원
    "그러면 특별운송수단에 대한 그 시행령 규정을 왜 제외시켰습니까, 시행령에? 그 이유가 뭡니까"

    이지민 전문위원
    "운영비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게 재정 당국의 입장인데, 그게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염려하는 것은 부처 간 이견이 노정될 경우에 이 법이 법사에서 바로 통과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염려의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위원들은 그러면서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 내용을 두고 기재부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사위에서도 이 내용은 다시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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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의견을 고려해 운영비 지원을 의무 사항이 아닌 임의 사항으로 의결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 제71호를 조속히 개정한다'라는 내용을 덧붙였죠. 자연스레 시행령 개정이 과제로 남게됐습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교통약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를 했는데요.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제16조 제5항 단서를 삭제하고, 같은 조 제7항 중 지원할 수 있다를 지원하여야 한다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상민 의원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지역마다 (지원이) 다르고 (장애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형편들이 달랐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서울에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지방과 같이) 열악한 곳은 잘 안 갖춰져 있다"며 "이에 대한 애로사항을 받게 돼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향후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전처럼 약속만 하고 또 다시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죠.
저상버스 도입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차례 교통약자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매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 배경 가운데 하나가 예산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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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연일 장애인 단체 행동을 비판해온 이준석 대표를 향해 "조건없이 100분토론 방식으로 언론을 통해 토론하자"며 제안한 상태입니다.
이에 이 대표도 "1대1로 시간 무제한으로 하자고 수정 제안한다"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자리가 오랫동안 해묵은 과제를 풀리게 할지, 다시 한 번 갈등을 일으킬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여야 의원들 뿐만 아니라 여론의 관심이 모아진 만큼,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소수의 목소리가 모처럼 공론의 장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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