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근길 지하철이 멈춰서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장애인 단체가 붙잡은 것인데요. 이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년간 목소리를 꾸준히 내오다 최근 다시 단체 행동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CBS노컷뉴스가 이들의 사연을 연속으로 살펴봅니다.
▶ 글 싣는 순서 |
①그들은 왜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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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월 18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다시 한 번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았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온 단체 행동이 벌써 17번째에 달했는데요. 이들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장애인권리예산 기획재정부 책임 촉구"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장연이 아침부터 여러차례 지하철을 붙잡은 주요 배경에는 장애인 이동권·탈시설권리 보장과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예산 반영이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으로 통과됐다며 기재부의 장애인권리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죠.
그래도 법이 통과됐는데 장애인 단체는 왜 계속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전장연은 기재부 측으로부터 관련 부처와 협의하라며 예산 확대가 어렵다고 답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전장연 정다운 정책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나서 (내건) 공약들을 실제로 지켜지는지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논의를 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장애 등급제로 필요한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는 당사자들이 있어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려고 했지만, 정부에선 판정 부분과 기준만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나와 5년 내내 싸웠다. 대상이 늘어나든, 지원이 늘어나든 예산 확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소속 장애인들이 지난 2003년 1월 22일 낮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요구가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닌데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지난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로 한 장애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촉발됐습니다.
당시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와 이동할 권리를 외쳤고, 이는 결국 법 제정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2004년 12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나오면서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은 것이죠.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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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조(목적)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 등 교통약자(交通弱者)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에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하여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약자의 사회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이동권)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안타깝게도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다 급기야 지난 2017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1·5호선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가 또 다시 발생해 한경덕씨가 숨을 거뒀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약자는 2020년말 기준 1540만 명으로 전체인구 5183명의 29.7%로 집계됐는데요. 국민 10명 중 3명은 교통약자라는 말입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 주 교통수단으로 버스가 꼽히는데요. 국토부에 따르면 교통약자의 지역간 주이용 교통수단은 △승용차(61.5%) △고속·시외버스(23.2%) △기차(5.9%) △장애인 콜택시(5.3%) 순인데요.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내 주이용 교통수단을 보면 버스 의존률이 확연히 늘어납니다. △버스(55.1%) △걷기·휠체어(16.6%) △자가용(9.5%) △장애인콜택시(7.4%) 등의 순이죠.
이는 교통 약자들이 지역 내에서 사실상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는 결과입니다. 전장연이 이동권 확대 중 하나인 저상버스 도입을 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저상버스가 순탄하게 도입된 게 아닙니다. 국토부는 지난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도모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운행거리를 초과한 차량을 대체하거나, 차령이 만료된 차량을 폐차할 시 저상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게 됩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1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07~2011, 이하 1차 계획)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011년까지 31.5%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2차 계획(2012~2016)에선 41.5%, 3차 계획(2017~2021)은 42%로 내걸었죠.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저상버스 도입률은 정작 2011년에 12.8%에 그쳤고 2016년 19%, 2020년엔 27.8%에 머물렀죠.
그나마 수요가 높은 서울 지역은 57.8%로 보급률이 가장 높았습니다만, 경기 14.1%, 울산 12.3%, 충남 10%, 전남 11.5%에 머물렀습니다.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는데요.
국토부 관계자는 "저상버스 수요가 많은 수도권 및 대도시와 달리 지방 시·군 단위로 가면 수요가 낮다. 이용자도 낮을뿐더러 지방 버스 운영 사업자들이 유지비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또 다른 하나는 예산을 요청해도 (원하는 만큼 편성)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국회 본회의에 통과되면서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며 "저상버스 도입률도 이에 따라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계획안(2022~2026) 일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서울의 경우 2026년까지 모든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100% 교체하기로 하고, 광역시 70%, 도지역 52%로 저상버스 비율을 각각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계획안은 현재 공청회까지 진행됐으며,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 단체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5년마다 정부의 계획이 발표됐지만, 막상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서죠. 이 때문에 직접 단체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 원을 거주시설 예산 6224억 원 수준으로 증액 반영 등을 요구했습니다.
연합뉴스 기재부 측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산은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편성하는데요. 우리나라 예산안 편성은 크게 8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기재부가 3월 31일까지 소관 부처에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보한 뒤, 5월 31일까지 소관 부처들의 예산 요구서를 받고 편성에 나서면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까지 이뤄지죠.
더욱이 저상버스 보급에 관련된 예산은 지난해보다 크게 뛰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상버스·장애인 콜택시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 여러가지 사업들이 있는데, 교통약자에 대한 관련 예산들은 올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도입은 3차 교통약자 증진계획 목표에 달성했고 저상버스 도입 예산 마련도 국토부와 기재부도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저상버스 도입 관련 예산이 지난해 660억 원이었다면 올해는 986억 원으로 확대됐고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도 지난해 48억 원이었는데 올해 94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장애인 단체가 저상버스 보급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상버스 도입 예산 말고도 또 다른 관련 예산 마련을 촉구하고 있죠.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관 부처의 요구가 중요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입니다.
잇따른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시민들의 불만도 곳곳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장연 측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항의 댓글이 달리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하철 시위를 막아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올 정도죠.
전장연 측은 앞으로도 출근길 지하철을 붙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모처럼 대중에게 관심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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