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게브리오캡슐. 한국MSD(주)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23일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 사(社)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라게브리오 캡슐'(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을 전격 승인했다. 라게브리오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도입되는 경구용 치료제다.
최근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 구간에 진입하면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1천 명을 웃돌고 사망자는 연일 수백 명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주사형 치료제인 '베클루리주' 또는 팍스로비드 투여가 어려웠던 경증~중등증 성인 확진자를 대상으로 라게브리오를 투입해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초 도입돼 10만 명 이상에게 처방된
팍스로비드는 높은 중증 예방효과에도 불구하고, 중증 간 장애·신장애 환자는 복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병용금기 의약품만 28종(국내 허가된 성분은 23종)에 달해 투약대상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처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성인 환자들에게 라게브리오가 일종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이 해당 약물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이후 안전성과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해왔다. 감염내과·독성학·바이러스학 등 외부 전문가 11명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전날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공급위원회'를 거친
식약처는 "라게브리오 사용의 유익성이 잠재적 위해성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강석연 의약품안전국장은 "공중보건위기대응 공급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대부분은 이번 승인에 동의했다"며 "일부 '대상군 조정이 필요하다' 정도의 의견이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라게브리오는 리보핵산(RNA) 유사체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과정에서 리보핵산 대신 삽입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멸을 유도하는 의약품이다.
하루에 800㎎(200㎎ 4캡슐)씩 12시간마다 2회, 총 5일 동안 복용하면 된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이 나타난 지 '닷새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약해야 한다는 점은 팍스로비드와 같다.
임상 증상이 나빠져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이미 복용시기를 놓친 것이기 때문에 투약 시에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다만,
다른 기저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는 감염 초기에 한해 라게브리오 사용이 가능하다.
임신부와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는 사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임기 여성은 라게브리오 투여 도중 또는 마지막 투여 후 나흘 간 피임이 필요하고, 가임기 남성 역시 마지막 투여 이후 3개월 동안 피임이 요구된다. 수유부는 투약기간과 마지막 투여 이후 4일 간 수유가 권장되지 않는다.
식약처 박윤주 의약품심사부장은 "임부에 (실제) 투여된 경험은 없으나 사용량보다 3~8배 높은 용량을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사항이 관찰됐다"며 "파트너가 있는 가임기 남성의 경우, 약물에 노출된 정자로 인해 태어난 태아에 영향이 있는지 관련연구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병리학과 손우찬 교수는 복용 시 주의사항을 어겼을 경우 유전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0'이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유전독성 실험에서 일부 양성으로 나온 항목이 있긴 했지만 다른 여러 실험에서는 상당히 낮은 정도로 판단이 됐다. 투여기간이 닷새밖에 되지 않는단 점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된 라게브리오의 중증·사망 예방효과가 30%에 그친다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팍스로비드(예방효과 88%)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치료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이에 대해 "아주 높은 예방효과라 말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임상현장에서는 여전히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에 제한이 있고, 환자의 기저질환·사용약물에 따라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예방효과가) 낮은 수준이라 해도 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의 옵션이 있다는 것은 고위험군에게 중요한 의미"라며 "
치료 옵션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게 환자의 관점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허가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임부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처방이 금지됨을 안내하는 한편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남성, 수유부에 대해서도 주의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 라게브리오 복용 후 부작용으로 인해 입원치료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환자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해당 환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피해보상 신청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초도물량 10만 명분 중 2만 명분이 이미 사전에 도입된 상태다.
정부는 오는 24일 통관절차를 거쳐 26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등 치료 현장에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제약사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추가적인 도입계획 등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