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주인공 강로서 역을 연기한 배우 혜리.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제공밝고 쾌활한 에너지. 배우 혜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KBS 2TV 퓨전 사극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그런 혜리의 힘이 장르 불문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룹 걸스데이 데뷔부터 하면 혜리도 어느덧 연예계 생활 11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주연급 배우에 이르기까지 부침이 없지 않았다. 첫 사극에 도전했던 영화 '물괴'는 저조한 흥행 성적뿐만 아니라 연기력 논란이 뒤따랐다. 대표작인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이미지를 오랜 시간 넘어서지 못하기도 했다. 당연히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작품이지만 대중적 평가가 그랬다.
그러나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간 떨어지는 동거'부터 '꽃 피면 달 생각하고'까지 지난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던 결과물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혜리는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냈다.
당연히 노력 없이 이런 성과가 따르지는 않았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틈틈이 연기 스터디에 참여했고, 꾸준히 레슨도 받았다. 자기 혼자 결론을 내리거나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그 결과 혜리는 로맨스·수사·액션·사극 온갖 장르가 뒤섞인 이번 작품에서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낼 수 있었다.
다음은 혜리와의 화상 인터뷰 일문일답.
KBS 2TV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주인공 강로서 역을 연기한 배우 혜리.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제공Q '꽃 피면 달 생각하고'를 지나면서 스스로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A '간 떨어지는 동거'와 이번 작품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그 안에서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었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감사함을 느끼는 촬영으로 기억이 되는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열심히 하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지 배웠다. 인간으로서 성장한 점은 20대 마무리에 닿아있는 작품이었는데 열심히,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목표는 부지런해지자는 타이틀로 잡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꾸준히 빠지지 않고 가는 저를 보며 많이 성장했다고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웃음)
Q 사극 드라마는 처음이라 부담감도 있었을텐데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궁극적으로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또 적극적이고 쾌활한 강로서와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A 사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너무 제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틀에 갇혔으면 더 두렵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깊게 들어가면 조선 시대에 여자가 그래선 안돼, 술을 마시면 안돼, 이런 생각에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아닌 게 왜 아닌지 이야기해보고, 판단해보자는 메시지가 있다. 로서는 그 선을 깨고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저도 생각은 하는데 로서처럼 깰 용기는 없다. 현명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점이 나와 다르고, 부러우면서 대리 만족을 하게 된다.
Q 또래 배우 유승호와의 호흡은 현장에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사극 경험이 많다 보니 연기적 조언도 해줬을 것 같다A 침착하고 잘 인내하는 성격이다. 7개월 동안 이런저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중심을 잘 잡더라. 어떻게 저렇게 진중하나 싶을 정도로 나이가 어리지만 배울 게 많은 상대역이었다. 구체적으로 연기에 대한 팁을 줬다기보다는 제 장점과 단점을 많이 알려주셨다. '네가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감 주는 말을 잘 해주셔서 고마운 게 많다. 우리 둘 다 웃음을 잘 못 참아서 "진짜 그만하라고" 이러면서 계속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주인공 강로서 역을 연기한 배우 혜리.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제공Q 20대 마무리 지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스스로 기대하는 30대의 모습이 있을까. 최근 '1박 2일'에서 우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A 제가 '잘한다' 하면 잘하고 '못한다' 하면 안하고 싶은 성격이다. 30대는 기대가 많이 된다. 더 성장할 수 있고,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면서 올해는 건강하고 부지런히 살고 싶다. '1박 2일'에서는 연기를 떠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멤버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방송과 실제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이런 고민들이 저를 더 발전시키게 하고,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놀라운 토요일'과 '판소리 복서'를 하게 된 전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생긴다는 게 부러운 마음이다. 끈기가 없는데 이걸 배우고 싶다. 물론, 데뷔할 때부터 일기는 10년 간 썼는데 이건 집착 같다. 끈기는 내가 하고자 하는 걸 위해 노력하고 착실히 수행하는 거라고 본다. 작심삼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Q 아이돌 그룹 멤버로, 배우로, 예능인으로 바쁘게 활약해왔다. 20대를 돌이켜보면 어떤가
A 20대는 바쁘게 살았지만 조금 더 부지런하면 어땠을까 고찰하게 된다. 제 스스로 게으르게 산 것 같아서 30대는 이런 후회를 하지 말아야지 싶다. 인간 이혜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만족한다. 일 말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즐겁고, 애틋한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인간으로서는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다.
KBS 2TV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주인공 강로서 역을 연기한 배우 혜리.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제공Q 남자친구인 배우 류준열에게 받은 응원이 있다면? 반대로 아이돌 출신 배우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궁금하다A 늘 잘해내고 있다고 응원해준다. 이번에 특별히 말을 덧붙인 게 있다면 제가 한 작품 중에 제일 시나리오가 재미있다는 의견을 주더라. 사극이라 어떻게 촬영하고 고생하는지 뻔히 보이지 않나. 고생 많았다는 말, 건강 잘 챙기라는 걱정이 더 많았다. (아이돌 출신 배우 후배들에 대한) 조언은 제가 해줄 만한 입장은 아닌 것 같아 쑥스럽지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한계나 이미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Q 최근 '놀라운 토요일'을 함께 했던 한해가 '은인'이라고 하더라.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20대 이야기만 봐도 그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A 제가 해준 게 없다. 그때는 저도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어서 한 건 아닌데 고민을 서로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일방적인 건 아니었고, 서로 그렇게 보기로 해서 그런 표현을 쓴 게 아닐까 싶다. 인간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타인에게 바라는 게 없어야 되는 것 같다. 나도 상대도 서로 바라는 게 없어야 좋은 인간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늘 연기가 좋을 수는 없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나 방법이 있다면A 요즘 스터디에 빠져있다. '간 떨어지는 동거' 전에도 했고, 이번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또 다른 스터디도 구성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대화를 할 수 있어 되게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현장에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연기) 선생님은 연예인이라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시야가 넓어지더라. 매체 연기를 하지 않는 분들과 같이 하면서 그 분들의 좋은 점을 많이 봤다. 작품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궁금증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 늘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