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백호현 씨 (경북 울진 음식점 사장)
213시간 43분. 울진과 삼척의 산불이 213시간. 그러니까 9일 만에 잡혔습니다.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타버렸습니다. 바람을 타고 번지는 산불과 그걸 막아서려는 인간의 노력은 그야말로 사투라고 부를만 했죠. 우리는 그 사투의 현장을 그저 뉴스로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는데요. 그런데 그 산불 현장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내며 또 다른 의미의 사투를 벌인 지역의 가게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중의 한 곳을 연결해 볼 턴데요. 이 사장님은 산불이 난 다음 날부터 매일 같이 100인분의 도시락을 만들어 보내셨어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울진의 음식점, '비스트로 백호'의 백호현 사장님 연결해 보죠. 사장님 안녕하세요.
◆ 백호현> 네. 안녕하세요.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백호현 씨 부부가 울진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만든 70인분의 도시락 /백호현 씨 제공◇ 김현정> 저희가 지금 사진을 한 장 보여드리고 있는데 도시락들이 잔뜩 쌓여 있는 사진이에요.
◆ 백호현> 네.
◇ 김현정> 굉장히 맛있어 보여요. (웃음)
◆ 백호현> 아닙니다. (웃음)
◇ 김현정> 이런 도시락을 매일같이 만들어서 나누신 거예요?
◆ 백호현> 그런 도시락도 만들었고요. 그다음 날부터는 죽을 만들어서 어르신 분들이 좀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소화가 잘 되게 아무래도 죽이 나을 것 같아서 죽을 계속 만들어서 지금 계속 보내고 있었어요.
◇ 김현정> 새우죽, 닭죽, 이런 것들을 싸서 보내셨네요.
◆ 백호현> 네. 새우죽, 닭죽, 전복죽, 소고기죽 이렇게 여러 가지 해서 계속 보내고 있어요.
◇ 김현정> 그래서 저는 직원이 엄청나게 많은 중소기업급의 재벌급 식당인가보다 했더니 그냥 이태리식하고 일식 파는 평범한 레스토랑이에요.
◆ 백호현> 그냥 시골에 작은 가게라고 생각하시면 되세요.
◇ 김현정> 그러면 종업원 몇 명 두셨습니까? 직원이 총 몇 명입니까?
◆ 백호현> 직원은 총 두 명이고요. 저랑 와이프까지 해서 총 4명이서 일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러면 주로 음식 만드시는 건 사장님이시고요?
◆ 백호현> 네, 저랑 와이프랑 같이 음식을 만들고 있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어떻게 메뉴에도 없는 이런 도시락, 이런 죽을 만들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 백호현> 여기가 아무래도 작은 시골 사회이다 보니까 저희가 직접적으로 산불 자체를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거기 위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아니면 이재민 분들이 있으시니까 저희도 바로 만들어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해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 김현정> 세상에. 그런데 마음은 굴뚝같아도 그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많은 양의 음식을 언제, 어떻게 준비를 하신 거예요?
◆ 백호현> 보통은 오전에는 저희가 거의 장사를 접고 오전에 계속 만들어서 점심시간에 보내드리든지 아니면 저녁에 필요하시면, 저녁에 보내드리든지 그렇게 계속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사장님하고 아내 분하고 직원 둘하고 다 모여서?
◆ 백호현> 네.
◇ 김현정> 그러면 사장님 가게 음식은 언제 준비하세요?
◆ 백호현> 저희가 점심에는 아예 장사를 거의 못 하고 죽을 만들면서 가게 준비 하고 저녁에만 장사를 거의 했죠.
◇ 김현정> 그거를 만들어서 배달은 어떻게 하시고요?
경북 울진군 산불 사흘째인 6일 울진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의 모습. 이한형 기자◆ 백호현> 배달은 저희가 직접 갖다 드리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면 깊은 산골 같은 경우는 또 갖다 주시는 자원봉사자 분들도 계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는 상호가 걸려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알려지기가 쉬운데 그분들은 지금 음식을 배달해 주시는 분들은 자기 일을 퇴근을 하고 나서 저희 가게에 오셔서 음식을 갖다 주시는 건데 한 4시간 정도 걸려요. 왔다 갔다 하면, 하나씩 나눠주면. 정말 정말 고생하는 분들은 그분들이 진짜 고생하시는 거죠.
◇ 김현정> 이게 한두 분의 정성이 아니네요,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그렇게 해서 이재민들에게 드리면 얼마나들 감사해하고 좋아하세요?
◆ 백호현> 대흥리라는 산골 동네가 있는데 그쪽에 가니까 제가 직접 갖다 드렸는데 가니까 어르신 분들이 모여계시더라고요. 한 80대 이상 분들이. 그런데 음식을 갖다 드리니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정말 고맙다고 이렇게 해 주시는데 저도 뭐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셔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좀 짠하면서도 기분이 되게 좋죠.
◇ 김현정> 가슴이 그냥 짠하셨겠어요. 거친 손 잡아주시는데.
◆ 백호현> 네네.
◇ 김현정> 사장님 댁 피해는 전혀 없습니까?
◆ 백호현> 저희도 사는 집 앞까지는 탔는데 저희 집이 직접적으로 타지는 않았어요.
◇ 김현정> 지금 자택 바로 앞에까지는 탔어요?
◆ 백호현> 네.
◇ 김현정> 어머나, 그러면 그 소리 듣고 가서 불도 끄고 그러신 거예요?
◆ 백호현> 네, 저랑 제 동생이랑 와서 급하게 작업도 하고 불을 일단은 잔불이라도 꺼야겠다 하고 불 끄다가 가서 도시락 만들고 이렇게.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러니까 그냥 뉴스로만 보면 산에 불만 쭉 보지 사실은 민가들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는데 이게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민가들, 주민들 한 분, 한 분이 가슴 졸이면서 9일을 보내신 거네요.
◆ 백호현> 뉴스에는 산이 다 탔다, 서울 면적의 얼마가 탔다 이렇게만 나오는데 직접적으로 정말 집이 불타고 있고 내려왔는데 저희가 길 걸어가는 길가 옆에가 다 타고 있고 정말 영화 찍는 것처럼. 그래서 저희가 지나가다가도 같이 불 꺼주고 차타고 지나가다 차 세우고 불 꺼주고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 김현정> 그게 먼 산 얘기가 아니네요. 진짜.
◆ 백호현> 그렇죠. 저희가 지나다니는 길가에 불이 그렇게 많이 났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 당연히 이재민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거고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한 겁니다.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사장님도 편한 상황이 아니신 거예요. 당분간에 지역 분위기가 우울할 수밖에 없으니 장사도 어찌 될지 모르고 이런 상황. 좀 걱정되지는 않으세요?
◆ 백호현> 걱정이 된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솔직히. 저희 매장의 걱정은 안 되고 솔직히 집을 다 잃어버리신 분들 아니면 농가나 이런 게 다 타버리신 분들 그분들은 앞으로 한 20년, 30년을 더 고생하셔야 되는데 저희는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아니니까 크게는 걱정이 안 되고. 솔직히 진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조금 그래요, 제 입장에서는 매장을 하시는 분들이 SNS에 올리고 이렇게 하면 선행이 많이 알려지고 좋기는 하지만 정말 불나자마자 그 옆에서 자원봉사자 분들이 되게 많거든요. 자기 생업 포기하고 오셔서 설거지 하시고 밥 지어주시고 하시는 분들이 한 10일 정도 그걸 매일 밥을 1000인 분 씩, 1500인분씩 이렇게 만드시는 분이 계시는데.
◇ 김현정> 이재민 분들이 모인 현장에.
◆ 백호현> 네. 그분들이 소방관님들한테도 음식을 제공해 드리고 이재민들한테도 음식을 제공을 다 해드렸는데. 진짜 고생하셨던 분들은 진짜 그 분들이시죠.
◇ 김현정> 이 마음도 참 예쁩니다. 그분들도 대단하시고 사장님도 대단하시고. 뿐만 아니라 지금 주변의 다른 가게들도 이런 훈훈한 마음 모으는데 동참하고 계시다면서요.
◆ 백호현> 네. 여기서 많은 가게들이 조금씩이나마 이렇게 다들 동참해서 진행을 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참 아직 우리 사회가 죽지 않았구나. 남이 아픈 건, 남이 슬픈 거 보고 같이 아파할 줄 아는, 그래서 우리가 아직은 살만 한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한 번 귀한 마음 감사드리고요. 그 지역이 얼른 피해를 털고 일어서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백호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백호현> 네.
◇ 김현정> 울진에서 이재민들과 그 진화 대원들을 위해 계속 도시락을 싸서 공급해 온 식당 사장님이십니다. 울진의 '비스트로 백호' 백호현 사장 연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