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원 동해시 평릉동의 양봉농장이 산불로 전소됐다. 양봉농장주가 타버린 벌집 속을 확인하고 있다. 백담 기자거친 화마는 농가의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
5일 방화에서 비롯된 강원 강릉 옥계 산불이 인접한 동해시 평릉동으로 번지면서 불길이 지나간 한 양봉 농장도 모두 전소돼 시설과 벌통 220개가 소실됐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지 하루가 지난 6일 오후, 양봉 농장주 엄기윤(69)씨는 다 타버린 벌통을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몇 주만 있으면 꽃을 찾아 힘찬 날개짓을 해야 할 벌들이 있어야 할 벌통은 사라지고 불에 타 검게 변한 철근 지붕과 기둥이 휘어지고 부서진 채 폭격 현장을 방불케 했다. 엄 씨가 불에 타 재로 변한 벌집을 잡고 반으로 가르니 타 죽은 애벌래와 벌이 가득 차있었다.
"지인 양봉농장에 불이 번졌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는데 내 농장은 이미 활활 타고 있었어요. 이미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상황이라 손을 쓸 수도 없었구요"
"오늘 아침 확인해보니 8개 양봉농장이 전소됐다고 들었어요. 최근 3년 동안 극심한 흉작이라 이번에는 결실을 좀 맺나 했더니 다 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요. 허망하기만 합니다"강원 동해시 평릉동의 한 양봉농장이 5일 발생한 산불로 전소했다. 백담 기자산불은 양봉 농장의 앞날마저 암울하게 만든다.
"산불이 다 정리가 되면 시에서 죽은 나무가 보기 싫다고 벌채를 해요. 그때 아카시아 나무도 통째로 베어버리는 게 문제죠"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버리면 꿀이 채취가 안돼요. 꿀이 정상적으로 채취되기까지는 한 10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겠어요""재난 상황이고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것 알지만 정부가 우리 피해 상황을 면밀히 보고 피해 복구 지원을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특히 벌채 같은 경우 양봉업자들을 생각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봐요" 박영환 동해시양봉협회장의 말이다.
지난 5일 강원 동해시 괴란마을의 마을 물탱크가 산불로 인해 전소됐다. 백담 기자산불은 상수도가 공급되지 못해 자체 급수에 의존해야 하는 농가의 식수난도 가중시키고 있다.
검게 타버린 동네 물탱크를 바라보던 동해시 괴란마을 주민 심호섭 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식수,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물탱크가 산불로 전소되면서 마을 전체에 물 공급이 끊긴 것이다.
"상수도가 연결되어있지 않은 집들은 여전히 물이 나오지 않아 생활조차 어려워 걱정이 큽니다"
물탱크가 불에 타면서 화재 자체 진화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5일 새벽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해시 일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민가와 농가를 덮진 화마로 괴란마을 가옥 5채와 축사 1곳이 전소됐다.
낮은 산이 둘러싼 구조라 피해가 더 컸다. 검게 변한 마을 뒷산을 등에 지고 마을 주민들은 긴박했던 화재 상황을 떠올렸다. 전날 오전 11시경 마을 곳곳이 불에 휩싸이자 주민들은 대피보다는 '자체진화'를 선택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큰 화재가 계속되면서 소방 지원이 더딘 탓에 주민들이 직접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물 공급이 끊기면서 제대로 된 진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다친 사람이 없어 정말 다행이에요. 주민들과 힘을 합쳐 다시 복구 작업을 시작하고, 다시 일어서 봐야죠"심씨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잿더미로 변한 이웃 주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