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은메달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부터), 금메달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안나 셰르바코바, 동메달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침공과 금지약물 복용 적발, 동료들에 대한 몽니까지 각종 논란에도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전망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리는 2022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 러시아 대표팀의 출전 여부에 대한 의문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ISU 관계자는 세계선수권 출전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변경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ISU는 이날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와 남은 시즌 대회들에 대한 공식 입장'을 올렸다. ISU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엄청난 불신감 속에 주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빙상 종사자의 안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면서도 세계피겨선수권과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계획된 대회는 치른다는 입장이다. ISU는 "우크라이나와 향후 몇 주 동안 ISU 경기가 열릴 예정인 이웃 국가들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용 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ISU는 계획된 모든 ISU 대회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팀의 세계피겨선수권 출전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에 대해 해당 국가들에서 열리는 모든 국제 대회를 취소하고 두 국가의 국기와 국가 사용을 금지하라고 산하 종목 단체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자 싱글 카밀라 발리예바(15) 등 러시아 대표팀도 세계선수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침공과 도핑 논란에도 ISU는 대회 출전을 허용한 모양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를 마친 뒤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됐지만 러시아반도핑기구는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했다. 이를 근거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이후 도핑 적발 사실이 불거지면서 시상식조차 열리지 못했다.
IOC가 이런 사정을 알고 ROC 피겨 대표팀에 대한 메달 수여에 제동을 걸었고, ISU와 세계반도핑기구 등과 러시아반도핑기구의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기했다. CAS는 그러나 발리예바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 결정을 내리면서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엉덩방아를 3번이나 찧는 등 평소와 다른 경기력으로 5위에 그쳤고 최종 4위로 메달이 무산됐다. 결국 ROC 선수들이 금,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발리예바가 고의로 실수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내면 IOC는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에 따라 ROC 선수들이 메달을 수여받을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짰다는 것이다.
다만 ROC 피겨 대표팀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은메달에 머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가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며 "다시는 스케이트를 신지 않을 것"이라고 오열한 것. 금메달을 차지한 안나 셰르바코바는 발리예바의 도핑과 트루소바의 몽니 등 동료들의 논란 속에 피겨 여왕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피겨 대표팀이 세계선수권에 나서는 것이다. 선수 출전 등록 마감 시한은 28일이다. 도핑과 팀 워크 논란에 자국의 침공까지 러시아 피겨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