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 진입을 명령했죠. 일단 지도부터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우크라이나, 우리나라의 6배나 되는 크기의 나라예요. 거기에서 돈바스라는 곳은 지금 지도로 보시다시피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지역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 돈바스라는 지역에는 러시아인이 50%가 넘게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돈바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50%는 러시아 출신이라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반군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돈바스 안에 사는 러시아 민족이 핍박을 받고 있다. 우리가 러시아인들을 구하러 가겠다.' 이런 명분을 내세워서 돈바스 침공을 감행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세계정치가 어디 그렇게 단순합니까? 정말 그렇게 인류애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죠. 다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시작은 돈바스인데 이게 나아가서 우크라이나 전체를 삼키려는 게 아니냐. 그렇게 되면 세계 3차 대전으로까지 번지는 건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인 이곳. 당사자 얘기를 듣고 싶어서 우크라이나인을 저희가 섭외했습니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올레나 쉐겔 교수, 만나보죠. 쉐겔 교수님 나와 계세요?
◆ 올레나 쉐겔>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안녕하세요. 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대한테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진입해라, 명령했다는 얘기까지는 저희가 전해 들었는데 실제로 지금 상황은 어떻다고 알고 계십니까?
◆ 올레나 쉐겔> 네. 먼저 방금 돈바스 지역의 50%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여기에 대해서 제가 조금 설명을 해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시죠.
◆ 올레나 쉐겔> 50%는 러시아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요. 왜냐하면 러시아계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있는데 이 사람들은 19세기로 러시아 제국 때부터 이주해 왔던 사람들이거든요.
◇ 김현정> 이미 한참 전부터요?
◆ 올레나 쉐겔> 그렇죠. 그러니까 러시아 제국 때 넘어온 사람들도 있고 소련 때 넘어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50년 전에 온 사람들이랑 100년 전에, 그보다 더 전에 온 사람들이랑 국민이 차이가 있을 거고요. 그다음에 이 지역에는 원래 러시아계 사람들이지만 굉장히 오래전에 이주해 왔던 사람들은 스스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지고 2014년에 전쟁이 시작했었을 때 우크라이나 본토로 대피한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정말 거기 살았던 사람들 중에 아주 일부, 아주 소수 사람들이 남아서 이제 러시아와 협력을 하면서 이렇게 전쟁을 도와줬던 사람들, 인구 중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그런 거는 잘 아셔야 되는 겁니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러시아계 사람들 다 남아서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지금 싸우고 있다 그렇게 보시면 안 되고요.
◇ 김현정> 외부로 알려지기로는 이 돈바스라는 지역이 굉장히 특수하다. 그래서 돈바스에 있는 그 러시아계 출신들이 '우리는 독립하고 싶다, 우리는 피해당하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걸로 알려져 왔거든요. 그거는 아니라는 거예요?
◆ 올레나 쉐겔> 항상 사실은 그런 주장은 항상 러시아가 뒤에 밀어붙이고 있어서 그런 얘기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극소수라고 생각을 하셔야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지원이 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 올레나 쉐겔> 그럼요. 그리고 아까 질문하신 것은 이번에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군 진입을 명령을 했는데 사실은 오늘 정도로 예상했던 일이고요. 왜냐하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처음에 공격했을 때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그루지야(현 조지아)의 남오세피아나 아파제 지역처럼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사실상 그 지역이 미 승인국이 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제 그루지야랑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 김현정> 그루지야.
◆ 올레나 쉐겔> 네. 그런데 러시아는 8년 전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지렛대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또 서방국들과의 협상에서도 민스크 협정 이행과 더불어서 나토 축소 등 수많은 요구를 내세우면서 협상 카드로 사용도 했었죠. 하지만 이제 우크라이나와 서방국들이 양보를 안 하자 결국 이제 독립 승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저로 하여금 놀라게 한 것은, 승인 그 자체보다도 푸틴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얘기한 이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들의 영토입니다. 러시아가 침략해 컨트롤해 왔던 이른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들은 원래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주, 그리고 도네츠크 주에 속하는 땅이거든요. 그런데 이 각 공화국은 해당 주에 3분의 1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3분의 2는 러시아가 발도 딛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땅이거든요. 그런데 푸틴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 두 인민공화국들을 승인했을 때 그 영토는 루한스크주. 그리고 돈네츠크주 전체로 인정했다고 그런 얘기를 한 겁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교수님. 굉장히 얘기가 복잡해요. 지금 심오하고 굉장히 복잡해서 사실은 저희 우크라이나 얘기 잘 몰랐거든요, 여태. 그런 저희로서는 좀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서 제가 조금 더 쉽게 질문을 드릴게요. 그러니까 어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대여, 우크라이나로, 돈바스로 가라'라고 얘기하는 그 TV연설에서 뭐라고 했냐면 '우크라이나에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서서 지금 사실상 미국 식민지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또 소련 붕괴할 당시에 우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강제로 뺏긴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찾아와야 된다', 또 이런 얘기 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올레나 쉐겔> 우선은 러시아 관련 언론은 푸틴의 프로파간다 수단이고.
◇ 김현정> 프로파간다, 선동이요?
◆ 올레나 쉐겔> 네. 그리고 사실 이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셔야 하는 거고. 지난주에 한 한국 언론사가 러시아 가짜뉴스를 그대로 한국에서 발표한 일이 있었는데.
◇ 김현정> 어떤 거죠?
◆ 올레나 쉐겔> 그건, 제가 언론사를 얘기를 하면 안 되겠지만.
◇ 김현정> 언론사 얘기는 하지 말고, 어떤 가짜뉴스를 말씀하시는 건지.
◆ 올레나 쉐겔> 우크라이나 군이 도네츠크 루한스크 이른바 공화국들을 공격했다라는 걸로 나왔는데 사실은 거꾸로였어요. 그쪽에서 우리가 공격을 받은 거였어요.
◇ 김현정>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은 거였다.
◆ 올레나 쉐겔> 네. 그런 뉴스를 했는데 그런 가짜 뉴스가 보도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러시아는 철수하겠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사실은 철수는커녕 병력을 늘리기만 하고 있고.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평화유지군을 보내 공격적인 전면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또한 이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반군 통신을 도청한 우크라이나 보안국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을 체첸 카디로프의 군대도 도착해 있다고 하거든요.
◇ 김현정> 상황은 그렇고요. 교수님. 제가 궁금한 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강제로 뺏긴 거다. 사실상 거기는 지금 미국 식민지다'라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올레나 쉐겔> 푸틴이 사실은 굉장히 이제 역사 왜곡으로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마크롱 등 다른 국가수반들을 만나면 길게 자기가 상상한 현실과 아무 상관도 없는 역사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대국민 연설에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민족이라는 민족도 없다.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이런 내용을 계속 말을 했었거든요. 이 연설 내용을 분석해보면 결국 자국민들에게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 김현정> 선전을 정당화. 그래서 결국은 우크라이나를 다시 차지하고 싶은 야욕이 있다라고 보시는 거예요.
◆ 올레나 쉐겔> 그렇죠. 푸틴이 제국주의, 식민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자국민들에게 이른바 위대한 러시아제국을 재건설하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고 정당화시키기 위한 그런 연설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서 이제 돈바스 지역은 말하자면 그 명분을 충족시키기용, 침공의 명분을 갖기 위한 어떤 그런 거라고 보시는 거군요.
◆ 올레나 쉐겔> 그렇죠. 그런데 제가 아까 말씀하다가 이제 끝까지 못 했는데 이게 러시아가 컨트롤 해 왔던 지역은 돈바스 지역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데. 푸틴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른바 공화국들의 영토를 원래 우리가 지금 컨트롤 하고 있는 이 땅으로만 보지 않고 돈바스 지역 전체로 본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침략이 안 된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를 공략해도 그건 침공이 아니라 두 이른바 공화국의 땅을 보호한다는 그런 핑계가 생기는 겁니다.
◇ 김현정> 핑계가 생기는 거다.
◆ 올레나 쉐겔>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 올레나 쉐겔> 우크라이나는 이 상황을 보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도 진군하려고 하면서도 진군을 진군이라고 부를 진실성마저도 없는 푸틴이 정말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2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러시아군 탱크가 진입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자국군에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교수님은 한국에 계시지만 지금 가족들은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사시는 거잖아요.
◆ 올레나 쉐겔> 네.
◇ 김현정> 어떻게 지금 안위를 전달받고 계세요?
◆ 올레나 쉐겔>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 우크라이나에 계셔서 제가 걱정하는 마음을 말로 전할 수도 없죠. (한숨) 그리고 동생도 있고 두 돌도 안 된 조카가 있어서. 우리 부모님은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한다고 하시는데, 맞는 말이지만 러시아 정규군과 70살 다 된 노인이 맞서서 뭘 하겠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정말 존경스럽지만 딸로써는 정말 한국에 데리고 오고 싶거든요. 저는 우리 부모님만큼 용감한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 김현정> 아니, 안 오신데요? 부모님 오시라고 해도 안 오신대요?
◆ 올레나 쉐겔> 제가 11월달에 오시라 했어요. (울먹)
◇ 김현정> 우크라이나 지키신대요?
◆ 올레나 쉐겔> (한숨) 안 오신답니다. 그 마음이 아파서 모르겠어요.
◇ 김현정> 안 오신답니다. 무기 들고 나는 나라 지키련다. 그러시군요.
◆ 올레나 쉐겔> 저는 정말 강제로라도 데리고 오고 싶어요. 저는 용기가 없어요. (눈물)
◇ 김현정> 저는 우크라이나 얘기, 저도 인터뷰하려고 공부하면서 보니까 여기가 지정학적인 요충지인데다가 땅이 비옥하고 이러다 보니까 계속 역사적으로 계속 시달렸더라고요.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이고, 서로 이 땅 차지하려고 하고 고생 많이 한 나라더라고요.
◆ 올레나 쉐겔> 그거는 한국이랑 조금 비슷하지 않나요?
◇ 김현정> 비슷해요. 비슷해요. 그래서 저는 참 여러 가지로 감정 이입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쪼록 관심 더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교수님도 힘내시고요.
◆ 올레나 쉐겔>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올레나 쉐겔> 네.
◇ 김현정> 우크라이나인, 지금 한국외대에서 강의하고 계세요. 올레나 쉐겔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