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진취재단다소 시들어진 듯 했던 대장동 공방이 공식 선거운동 레이스 중반 '윤석열 게이트' 대 '이재명 게이트'로 다시 불붙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을 두고 여야가 아전인수 격 해석으로 서로를 맹공하는 것이다. 그간 대장동 이슈에서 불리한 위치였던 민주당이 새로운 녹취록 내용과 관련 보도를 업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공방 소재가 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이름이 모두 언급된다.
김만배씨는 녹취록에서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은 죽어', '이재명 게이트'를 말한다. 그러나 각 후보를 사건에 엮을 만한 구체적 단서나 내용, 맥락은 없다. 여야가 '해석의 영역'에서 하루 종일 정쟁을 벌인 배경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게이트'를 들고 나왔다. 조승래 선거대책위 수석대변인은 김만배의 누나가 윤 후보 부친의 집을 산 것과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인사들이 윤 후보와 가까운 법조계 사람들이라며 "대장동 비리 곳곳에 온통 윤 후보의 그림자만 어른거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
이러니 김만배가 윤석열 후보와 욕하며 싸우는 사이라고 말한 것이고, '내 카드면 윤석열은 죽는다',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 죽는다'라고 말한 것"이라며 "본질은 '윤석열 게이트'"이라고 강조했다.앞서 우상호 선대본부장은 지난 20일 이 녹취록을 근거로 김만배씨가 윤 후보를 '원래 죄가 많은 사람', '되게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며, 윤 후보가 김씨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전날 TV토론회에서 김씨의 발언 일부를 패널로 제작해 윤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이 '정영학 녹취록'을 고의로 왜곡·공개했다며 "악마의 편집"이라고 맞섰다. 유상범 선대본 법률지원단장은 기자회견에서 "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영장이 법원으로 청구될 경우, 사법농단 수사로 (양승태 대법원장 등) 판사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윤 후보가 '판사들에 의해 죽는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유 단장은 "우 본부장이 윤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김 씨의 특정 발언 부분만 강조하고 나머지 부분은 알아볼 수 없도록 지웠다. 고의적인 2차 가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불리한 발언을 패널을 준비해 내보인 데 대해서도 "독일 나치의 '괴벨스식 선동'에 나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의 반격에 민주당 우 본부장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발표한 내용에도 제가 말한 내용이 다 포함됐는데, 제가 뭘 조작했냐"며
녹취록의 문맥을 보면 김만배씨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윤 후보 모두를 좋게 평가한 뒤, 그럼에도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라 영장이 들어오면 죽는다'는 취지로 대화가 이어진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민주당발 '윤석열 게이트' 공방과 함께 전날 대선TV토론에 이어 '이재명 게이트'도 시끄러웠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고 나왔는데 (전날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녹취록에 자신의 이름이) 안 나온다고 거짓말했다. 빨리 사퇴해야 할 것 같다"고 으름장을 놨다.
녹취록에 맥락이 딱히 없이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이재명 후보가) 입구에서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인 것 같다"고 해석한 민주당 선대위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논평을 통해 "
황당한 궤변으로 국민들을 우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혹평했다.
그간 대장동 이슈에서 내내 불리한 위치를 점하던 민주당은 윤 후보의 대장동 브로커 봐주기 수사 의혹 보도를 가지고 총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의 주역이 바로 윤석열 중수2과장인 게 드러났다"면서 "대장동을 앞으로는 '윤석열 게이트'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사법거래, 윤석열 게이트'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일당이 본인들의 추악한 대장동 비리를 이재명 후보에게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증거가 매일매일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
윤 후보는 당시 중수2과장으로서 130여명의 수사팀을 이끌고 있어, 개별 참고인 조사를 직접 하지 않았다"며 해당 수사에서 9조원대 금융비리를 밝혀내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성역 없이 처벌했다"고 반박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김만배 녹취록'이 갑자기 공개되는 이유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녹취록 공개로 득을 보는 사람이 김만배 씨와 한배를 탄 공범"이라며 "대장동 게이트 몸통이 이재명 후보인 것을 국민이 다 알고 계시는데 진실 공방 만들어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