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인 쪽에 무게 추를 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단일화 이슈를 키워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성은 낮지만, 실제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될 수 있도록 잔잔하게 불씨를 살려두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단일화는 늦었지만, 담판할 시간은 많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거가 2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대한 협상이나 너무 긴 대화가 오가게 되면 국민들이 우리 후보의 진짜 정책이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며 "그런 방식의 단일화 시한은 이미 한참 지났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말이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는 단일화의 반대급부로 공동정부 구성, 지방선거 공천 등의 협상을 진행하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국무총리 자리를 보장한다든지, 지방선거 공천권을 준다는 등의 제안을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물밑접촉에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부터 협상 테이블이 열리면 자리싸움으로 밖에 안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심지어 선대본부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야권 단일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자강론이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지금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했을 때, 안 후보 지지층의 40% 정도는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 본다"이라며 "단일화 자체에 대한 반대기류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단일화를 하면 대선에서 이긴다지만, 안 한다고 해도 현재 구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굳이 무리한 조건을 수용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 후보가 17일 유승민 전 의원과 공개 회동하고, 홍문종 전 의원 등 강성 친박 세력도 선대본에 합류시키는 등 진정한 '원팀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10% 미만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어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온도차가 생긴 상황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타이밍을 볼 때 지금은 단일화 카드를 던지기보다 조용히 쥐고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던져야 할 것 같다"며 "명분과 시점이 결합될 경우 실제 담판 한 번으로도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침묵 이어갈 尹, 투표용지 인쇄까지 여론이 변수
유세버스 사고로 숨진 국민의당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거대책위원장 손 아무개씨의 빈소. 이한형 기자결국 윤 후보의 침묵은 단일화 카드를 결정적 순간까지 보관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도 단일화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국민의당 유세차량 사고 사망자의 빈소를 찾았는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투표용지 인쇄일 하루 전인 오는 27일까지의 여론의 향배다. 1, 2위 후보 사이, 오차범위 내 접전이 계속되거나 여권의 호재로 이재명 후보가 치고나갈 경우, 야권의 불안감은 커지고 단일화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정권교체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야권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될 경우, 여소야대 국면은 필연이고 정계 개편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안 후보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을 바로세운다는 큰 틀의 선언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추후 행보에 큰 동력이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