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6일 취약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을 찾아 "청년 기회국가를 만들겠다"며 청년층 지지를 호소했다.
전날 경부선을 누비며 탈진영, 탈이념을 강조한 데 이어 중도층 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점심시간 강남 찾아 청년 주거공약 강조…안철수 캠프 사고에는 '묵념'
이 후보는 이날 점심시간 서울 강남역 강남스퀘어 유세현장을 찾았다.
이 후보는 전날 부산 유세 현장에서 선물 받은 파란 운동화를 신고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화 끈을 꽉 조인 뒤 연단에 올라선 이 후보는 양손을 번쩍 들어 '따봉'을 했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며 "유가족과 고인을 위로하는 뜻을 담아 잠시 묵념하자"고 말한 뒤 지지자에게 묵념을 제안했다. 이후 이 후보와 지지자들은 10초 가량 고개를 숙인 채 묵념했다.
선거 유세에 앞서 안철수 후보 유세버스 관계자 사망사고 관련 고인들의 명복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날 민주당은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유세 차량에서 로고송과 율동을 자제했다. 지지자들 연호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절제된 분위기였다.
묵념을 마친 이 후보는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청년 기회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코로나19 극복 위한 경제 부스터샷 △주가지수 5천시대 및 주가조작 엄단 △5강 경제대국 실현 등 공약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기회를 줘서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실패해도 재도전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청년 표 받겠다는 얍삽한 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성세대는 고도성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누리고 성공했지만 우리가 간과했던 공정성 문제 때문에 저성장이 왔고,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부족이 청년들로 하여금 경쟁이 아니라 전쟁을 하게 만들었다"며 "청년들에게 한쪽 편 들어 싸움 시킬게 아니라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주거공급을 확대해 주거문제부터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주택을 최초 구입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서울 용산공원을 넓히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려우니 거기에 10만 세대쯤 지어서 청년들에 우선 공급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택 공급에 있어 30%는 무조건 청년에게 분양 기회를 주겠다고도 했다.
또 이 후보는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며 "이미 디지털 세상은 우리 곁에 와 눈 가리고 부인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불공정을 발본색원 해 불공정한 주가조작 등에 가담할 경우 1회 적발에도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군복무와 관련해 "남자라서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갔다면 복무기간 입은 손실을 우리 국가 모두가 보전해주는 게 상식"이라며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하고 퇴역 후에는 그 기간 동안 입은 손실을 보상하겠다. 헌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피해 가지 않는 방식으로 반드시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연설 끝난 후 도열한 청년들과 주먹을 맞부딪히며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후 '주가 5천시대, 주가조적 근절'이라고 적힌 판넬에 직접 이름 석자로 서명하기도 했다.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주가5천시대, 주가조작 근절' 서약식을 가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어제도 경부선 유세 돌며 탈이념 탈진영 강조…비방수위는 '조절'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전날에도 유세 내내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 지지에 열을 올렸다. 그는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경부선'을 주파하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부산에서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떻습니까.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떻습니까.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습니까"라며 "국민에게 도움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더 유능하게 우리가 가진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편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일을 최대치로 해내 좀 더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는 게 정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서울 고속터미널 유세장에서도 경제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영화 <동막골> 대사를 인용해 "마을 주민이 행복하게 살자, 인민군 장교가 마을 이장에게 '동무 와이리(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라고 물었고, 이장이 무심하게 '뭘 마이(많이) 멕이야지(먹여야지)'라고 답했다"며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먹고사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 후보는 정치적 진영이나 이념적인 발언은 되도록 전면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 13일 제주 유세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검사 나부랭이", "궁예의 지배"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비방을 이어간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가 종종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유세한 점을 들어 "누구라고는 얘기 안 하겠지만 아주 사소한 규칙일지라도 지도자란 사람이, 리더가 되겠다는 사람이 먼저 지켜야 하는데 가장 많이 어기고 있다. 자질이 있나"라고 반문할 뿐 비방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