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 tvN 제공한때 가장 익숙했던 무대를 오랫동안 떠나 있었다. 며칠인지 일일이 날짜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본업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목을 쓰고 몸을 쓰려니 좀처럼 잘되지 않는다. 아이돌로서 '멋진'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먼저 저만치 앞서나가 있는데. 프로그램에 출연하느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부쩍 줄었다. 해야 하는 미션은 고난도인 데다가 계속 쌓인다. 준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엄마는 아이돌'은 여러 얼굴을 한 프로그램이었다. 박선주, 김도훈, 배윤정 등 각 분야에서 정평이 난 전문가들이 나와 출연진에게 냉철한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오디션 성격이 있었고, 주어진 기한 안에 무대를 만들어 올린다는 점에서는 한 편의 '쇼'였고, 육아를 병행하는 일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리얼리티이기도 했다.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품이 많이 드는 이 프로그램에서, '마마돌' 여섯 명은 참 자주 울었다. 다른 멤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뜻대로 미션을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시련 끝에 결국 해내서, 팬들의 따뜻한 응원을 들어서, 눈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절친해진 동료들 덕분에, 그리고 정해진 '끝'이 있어서….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PD는 지난 8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엔 프로그램에 눈물이 과하면 시청자들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들을까봐 염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차츰 깨달았다. 눈물의 빈도와 강도보다는, 시청자도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울음이 터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애써 걷어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일문일답 이어서.
▶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꼽아 달라.'넥스트 레벨'(Next Level) 미션! 10시간 동안 한 장소에 갇혀서 1절을 외워야 퇴근하는 거였다. 이 노래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었고, '에스파가 뭐야' '세계관이 뭐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절절하게 10시간 동안 연습했는데, 막상 방송에 내려고 편집하다 보니까 좀 지루한 거다. 편집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떻게 해야 임팩트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이들의 노력을 잘 알 수 있을까…. 아무리 짧게 해도 15~20분은 되는데 채널 돌아가는 거 아냐 싶었다. 이 과정을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실까 걱정 많이 했다. 본 무대는 화려하니까 걱정이 안 됐지만 중간 10시간 미션 단계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그 부분을 너무 재밌게 봐주시고 '희망 얻었다' '용기가 생겼다' '같이 울었다' 댓글 달아주셔서 시청자들이 제작진 이상으로 깊이 공감해주시고 이 이야기에 같이 스며들어 주시는구나 느꼈다.
민철기 PD가 '엄마는 아이돌'에서 가장 어려웠던 미션으로 꼽은 '넥스트 레벨' 미션. 하지만 멤버들은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tvN 제공▶ 마마돌이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거나, 콘서트를 한 것도 방송을 통해 나갔는데 그때 연출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노래만 단순히 들려드리는 게 아니라 영상을 통해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모습도 쫙 보여드리고 싶었다. 멤버들이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자리이면서, 팬들이 (마마돌에게) 갖는 마음을 멤버들에게 한번 전달해 보고 싶었다. 종이비행기 날리는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하늘이 도운 건지 선예씨에게 선예씨 고모님이 쓴 편지가 걸려서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살아난 느낌이었다. 시청자들이 보낸 응원의 메시지를 보면서 다 많이들 울었다. 누구 한 명이 울면 (그 옆의) 다섯 명을 다 담아낼 순 없었지만, 정말로 많이 울었다.
▶ 출연진이 울컥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당사자들에게도, 제작진에게도 감정 소모가 컸을 것 같다.눈물이 과하면 사연 판다, 너무 운다는 비판이 금방 온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방송에) 낼지 항상 고민한다. 너무 과해도, 너무 부족해도 안 되니까 처음에는 눈물을 담아내는 데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저는 이분들의 처지가 너무 공감돼서 (눈물 나는 상황이) 자연스럽지만, 시청자들이 느끼는 건 제작진 생각과 다를 수 있어서…. 회가 갈수록 눈물의 빈도, 강도, 횟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같이 눈물 흘리며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건 분명히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출연진이 역경을 딛고 해냈을 때 '성취'에 관한 눈물, 노력했을 때의 눈물… 그런 걸 시청자들이 다 이해하고 공감해 주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
너무 많이 덜어내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눈물이 안 날 수가 없기도 하다. (웃음) '나는 왜 안 되지' '다른 동료들한테 민폐 끼치는 게 아닌가' 하면서 스스로의 벽에 부딪힐 땐 지난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거다. 그동안 변한 내 체력, 무대 떠나 있으면서 감이 떨어진 것… 맘은 저기 있어도 몸이 안 나간달지… 눈물이 나지 않겠나. 자연스러운 눈물을 억지로 걷어내진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편집 흐름상 조절한 면도 있긴 하지만, 일부러 줄이진 않았다. 시청자분들이 공감 가져주실 거라고 믿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갔던 것 같다.
'엄마는 아이돌'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마마돌은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콘서트도 열었다. '엄마는 아이돌' 공식 홈페이지▶ 짧은 기간 내에 '데뷔'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모든 걸 집약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 설득이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관련한 일화가 있나.일정 잡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멤버들은 정말 다 최선을 다했다. 안 되는 스케줄이 없었다. 집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개인적 역량이 떨어져 있던 걸 올려서 3개월 이내에 여섯명을 한 팀으로 만들어야 했다. 굉장히 촉박한 일정이었다. 촬영, 방송회차 구성 같은 것도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보기에도 무리였는데 잘 따라오셨다. 중간에 위기도 많았는데 어떻게든 다 해냈다.
컴백 소환단('마마돌'의 컴백을 응원하는 아이돌 패널들)들도 워낙 바쁘셔서 최대한 시간 내서 참여해 주셨는데 시간 관계상 편집된 분도 있다. 그 점은 아쉽다. 어쨌든 이 방송 프로젝트를 위해서 정말정말 헌신하셨다. 소환단도 우상이었던 분들을 보며 꿈을 키워왔기에, 자연스러운 리액션 등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마스터들도 필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고, 애정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 데뷔하고 음원을 내는 것 정도는 예상했지만, 콘서트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려놨던 것인가.
(마지막은) 콘서트로 끝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순전히 시청자들의 관심과 응원에 달린 거였지만. (웃음) 반응만 보면 사실 체육관 하나 빌렸어야 했는데 코로나 이슈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큰 데를 잡기는 힘들겠더라. 저희가 3개월 동안 스케줄을 너무 무리하게 하다 보니 콘서트 준비 시간도 많지 않았다. 체육관에서 하면 그에 걸맞은 무대가 있어야 했는데 여력도 없었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만 했다. 좀 아쉽다. 더 많은 팬들 앞에 섰더라면 멤버들도 팬들도 더 좋아했을 텐데. 멤버들도 콘서트 해 본 지 너무 오래됐고, 안 해 본 분도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콘서트를 구상하긴 했고, 만약 (프로그램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면 가족들을 모시고 할까 생각하긴 했다. 콘서트 하고 끝내서 너무 다행이다.
마마돌의 데뷔곡 '우아힙'은 3분 10초다. 민철기 PD는 데뷔 무대가 진행되는 3분 10초를 위해 3개월 동안 달려온 것 같다고 밝혔다. '엄마는 아이돌' 공식 홈페이지▶ 마마돌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혹시 스핀오프 프로그램 계획이 있나.'엠카운트다운'이 데뷔 무대인데 은퇴 무대였다. 끝나도 멤버들이 퇴근을 안 하더라. 더 있다 가겠다고. 저희 데뷔곡 '우아힙'(WooAh HIP)이 3분 10초다. 그걸 위해 3개월을 달려온 거다. 경력 단절된 시간까지 해서, 모든 시간이 그 3분 10초를 향해 있었는데 끝나니까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제작진도.
(스핀오프 프로그램 계획은) 아직 없다. 저도 이 프로그램 정리하고 있는 상태라서… 차차 고민해야겠지만 '언제 이들과 같이 프로그램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특집을 한다고 해도 이번처럼 헌신적으로 또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다. (웃음) 이분들이 사적으로 만날 수는 있겠지만, 연습실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그 공간 속으로는 못 돌아가니까 거기서 오는 아쉬움은 있다.
▶ '엄마는 아이돌'을 연출한 입장에서 만족도가 어떤지.저는 아주 만족한다.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참 생각하면 울컥하면서도 미소지어지면서도… 그런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고, 유튜브 조회수나 댓글 반응도 너무 좋아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뭐라 표현할까. 참 힘든 길이었는데 잘 끝냈다는 생각이다. 멤버들을 한국에까지 불러놓고, 얌전히 잘 사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잘 안 됐으면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이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감사해하고 있어서 그 부담감은 털었다. 30~40대 여성 시청자분들이 정말 많이 지지해주셔서 제작하는 데 힘이 많이 됐다. 그래서 멤버들도 (힘든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