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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수사, 검찰-공수처 폭탄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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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수원지검·공수처 등 고발장만 5개 접수
공수처, 아직 '선별 입건'이라 분석 중
검찰, 수사 시작하더라도 공수처법상 공수처에 통보해야

박은정 성남지청장. 연합뉴스박은정 성남지청장. 연합뉴스박은정 성남지청장의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이 검찰과 공수처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고발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어떤 수사기관이 중심이 돼 이 사건을 맡을지 아직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에 사건 이첩을 통해 한 수사기관에서 수사해야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들이 떠넘기듯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지검·수원지검·공수처 등 고발장만 5개 접수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이 수면 위에 드러난 건 지난달 25일 박하영(48·사법연수원 31기)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사직 의사를 담은 글을 올리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수사팀과 박은정 지청장(50·연수원29기)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수사팀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개진했지만, 박 지청장은 '법리검토를 먼저 해보자'며 계속해서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식적으로는 '검토 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를 막았기 때문에 박 차장이 사직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시민단체 등이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 각각 박 지청장을 고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사건을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수원지검에도 이틀 후 고발장이 접수됐다. 도태우 변호사가 박 지청장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고, 수원지검은 형사1부(김형석 부장검사)에 맡겼다. 수원지검은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수사 무마 의혹 경위 파악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이 고발 사건을 맡게 되면서 경위 파악은 수사 결과와 함께 대검에 보고하기로 했다.

공수처에도 고발장이 쏟아졌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지난 3일 박 지청장을 고발한데 이어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박 지청장을 고발했고, 9일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도 같은 혐의로 박 지청장을 수사해달라고 고발했다.

현재 중앙지검은 사건 배당을 했지만 직접 수사할지 수원지검으로 보낼지에 대한 수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 무마 의혹이 벌어진 장소를 고려해 사건을 관할 검찰청으로 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원지검이 감독기관이기도 한 데다 이미 경위 파악을 하고 있었던 상황도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맡게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김진욱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윤창원 기자김진욱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윤창원 기자

공수처법상 박은정 고발 사건, 공수처 결정 내려야 

변수는 공수처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조사분석실에서 박 지청장 등의 고발 건을 입건할지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선별 입건을 없애고 검찰처럼 고발장을 접수하는 즉시 입건하는 사건사무규칙을 입법예고했지만, 아직 시행령이 시행되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도 "분석 단계이기 때문에 특별히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원지검이 사건을 맡더라도 공수처법상 공수처에 통보를 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 24조 2항에 따르면 검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할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수처에 알려야 한다. 이때 공수처가 요청할 경우에만 이첩을 해야 하는 것이고, 무조건 이첩은 아니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지금까지 선호해왔던 '검찰'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인데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법상(공수처법 24조 1항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사건의 경우 처장이 봤을 때 △수사의 진행 정도,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이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 조항을 근거로 '김학의 사건'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시기가 언제가 됐건 공수처는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 사건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이 직권남용으로서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지 보려면, 사건의 본류인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잘못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5~2017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총 6개 기업이 유리한 인허가의 대가로 프로축구단인 성남FC에 후원금 약 160억원을 지급했다는 게 골자다. 현재 이 사건은 성남지청과 수원지검을 돌고 돌아 분당경찰서에서 재수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당서가 계좌분석 등을 통해 100만원 단위 이상의 자금 흐름을 전부 확인해 작년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한 사안"이라면서 "그러나 경찰로 다시 사건이 넘어온 만큼 분당서에 수사팀을 별도로 구성해 보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경찰 재수사를 통한 결과를 살펴본 뒤 수사 무마 의혹 입건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기관들의 책임 회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자신에게 불리하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에 대해서는 한 없이 미루면서 사건 실체를 밝히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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