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제주 본사. 연합뉴스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이 6조 원을 돌파했다. 2020년 연매출이 처음으로 4조 원을 넘어선 뒤 1년 만의 성과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작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논란 등 잇따라 잡음이 불거진 만큼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어서다. 카카오가 이를 위해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등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 지난해 매출 6조 돌파…네이버 맹추격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11일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6조 136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매출 수준은 경쟁사인 네이버의 뒤를 바짝 쫓을 정도로 성장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6조 8176억 원이다.카카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969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7%다. 순이익은 1조 64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7% 뛰었다.
카카오 제공지난해 4분기 실적은 다소 아쉽다.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1조 7852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전 분기 대비 35% 감소한 1085억 원을 기록했다.플랫폼 부문 매출은 1조 48억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9%,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플랫폼 부문 매출은 △카카오톡 한줄 광고인 비즈보드 등이 포함되는 톡비즈, △다음·카카오스토리 등이 포함되는 포털비즈, △카카오모빌리티·페이·엔터프라이즈 등 자회사 실적이 포함되는 플랫폼 기타 부문으로 이뤄진다.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카카오커머스의 4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보다 29% 늘어나며 플랫폼 부문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780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게임, △뮤직, △스토리(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픽코마), △미디어 부문으로 이뤄진다. 일본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의 작년 4분기 거래액이 199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 증가해 콘텐츠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1조 6766억 원을 기록했다. 상여 등 일회성 비용 증가, 인건비와 투자 증가 등이 영업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주가 곤두박질에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달래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성장통도 컸다. 카카오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골목상권 침해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집중 질타를 받았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올해 초에는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의 주식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6월 17만 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8만 원대(전일 종가 8만7300원)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카카오는 이날 처음으로 지속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앞으로 3년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재원으로 주주환원에 쓰고 이 중 5%분은 현금배당에, 10~25%분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한다. 앞으로 3년 동안 최소한의 기본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회사 성장에 따른 추가 배당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금 배당은 1주당 53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올해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자사주 소각과 특별 자사주 소각을 합산해 총 3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전날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주가 15만원 실현 전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 재차 사과하고, 쪼개기 상장 아니다 해명도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TV 캡처카카오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하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된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에 대해서도 일축했다.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전 국민의 지지 속에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 한번 최근까지 불거진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들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궁훈 차기 대표를 중심으로 논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 기대하는 미래지향적 혁신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회사 쪼개기 상장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배 CIO는 "카카오의 자회사 상장은 공동체의 성장과 동반해 카카오의 주주 가치를 크게 증대시켰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쪼개기 상장 이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 공동체 중 일부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앞으로 상장이 예정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실상 매출이 없었던 사업을 초기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받고 사업을 키워낸 케이스"라며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는 인수한 사업을 저희가 성장시킨 경우"라고 말했다 .
그러면서 "자본력과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 속에서 카카오가 사업 기회가 포착되는 영역에 적시에 진출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 분사를 통한 외부 자금 투자가 필수였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배 CIO는 본사의 핵심사업을 물적분할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배 CIO는 "카카오 본사는 톡비즈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이 증가하고 있고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본사에서 잘 운영되고 있는 주요 사업부들의 물적 분할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여민수 공동대표는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3월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차기 단독대표로 내정된 남궁훈 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