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연합뉴스·국회사진취재단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국민의힘이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전략공천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공천 철회를 촉구했다. 현 정권의 감사원장 출신이 불과 몇개월 뒤 야당에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구도 자체에 '민주주의의 염치가 사라졌다'고 본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과 최재형, 두 사람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중요한 근본을 무너뜨렸다"며
"어느 기관보다 정치로부터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할 검찰과 감사원의 장이 정해진 임기를 내던지고 정치로 직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사람은 후배들에게 단번에 전국적인 정치인이 되는 법을 선명히 보여줬다. 야심있는 후배들이 잘 보고 배웠을 것"이라며 "악행은 또 다른 악행을 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어떤 대통령도 중립적인 인사를 검찰과 감사원에 임명하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정보와 수사 감사를 사유화하고 자기 정치를 위해 언제 뒤통수를 노릴지 모르니 말이다"며 "결국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만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그 비용은 오롯이 국민이 치러야 한다.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는 건 쉬운 게 민주주의다. 이렇게 그냥 넘어가도 좋은지 묻고 싶다"며 최 전 원장에 대한 전략공천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임 전 실장은
"민주주의는 다른 말로 염치이며, 염치가 사라진 세상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해 현 정권의 감사원장 출신이 야당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직행하는 모순을 꼬집었다.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재형 당시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차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전날 윤석열 대선후보의 '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어떤 후보도 이같은 망언을 한 적이 없다"며 "정권이 검찰을 사유화하는 걸 넘어 정치 검사들이 정권을 사유화하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 검사만 해온 윤 후보와 그가 '독립운동가'라 칭한 한동훈 검사는 명백한 검찰주의자들"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김건희 씨의 신기가 더해지면
우리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괴물정권을 만나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고 통한의 아픔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발전했지만, 가슴을 쥐어뜯는 대가를 치렀다"며 "비리로 점철된 이명박 정부와 최순실(최서원)의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대한민국은 발전했으나, 국민들은 생업을 접어두고 거리로 나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벽에 대고 욕이라도 하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고 위기감을 상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이 대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등판해 여권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