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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파행→항의 하차…언론자유 휘젓는 대선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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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토론 무산 '좌편향' 주장→11일 개최 변경
SBS, 민주당 항의에 라디오 진행자 하차 결정 의혹
언론계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 비판 한목소리
8일 긴급 기자회견 개최 등 정치권 행위 규탄 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포토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해 포토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권의 '무리수'에 언론계가 들끓고 있다.

야당이 때아닌 색깔론으로 TV토론을 삐걱거리게 만드는가 하면, 여당은 SBS 라디오 진행자 항의 하차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따라 선거철에 더욱 중요한 권력 감시와 비판, 그리고 견제를 위한 언론의 순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예정이었던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은 국민의힘이 "주최인 한국기자협회와 방송사 JTBC가 좌편향 됐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을 거부해 무산됐다. 이에 기자협회와 JTBC는 즉각 반발하며 국민의힘 공식 사과와 관련자 업무 배제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57년 역사 우리나라 최대 기자단체이고 보수 매체 기자들도 포함돼 있다"며 국민의힘 측이 갑자기 지난 5일 실무회의에서 기자협회와 JTBC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토론을 파행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JTBC 지회도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 자리에서 특정 언론사를 근거도 없이 비난하고, 실무협상 단계에서 4당 합의로 계획됐던 TV토론을 무산시킨 것은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언론 관계 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을 두고 국민의힘 해명처럼 관련자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다자토론을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진단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은 같은 날 CBS노컷뉴스에 "토론 회피를 위한 핑계이고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무리한 주장이다. 이기고 있는 후보는 늘 토론에 소극적"이라며 "그런 논리라면 국민의힘 대선 캠프가 (한국기자협회에 소속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을 좌익집단으로 규정한 셈이다. 국민들이 다양한 정치세력을 접하고 균등한 판단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민희 사무처장은 "현업 언론 단체에서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주관할 리 만무하다"면서 "그 동안 후보들 토론이 적극 이뤄지지 않았던 큰 책임이 윤석열 후보의 토론 기피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자토론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유권자의 요구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짚었다.

이재익 PD.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유튜브 영상 캡처이재익 PD.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유튜브 영상 캡처SBS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는 항의 하차 문제에 휘말렸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이재익 PD가 지난 4일 방송에서 풀어준 노랫말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항의해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이 PD의 블로그 글에 따르면 당시 그는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를 소개하면서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내로남불'을 비판했다.

그런데 주말 사이 민주당으로부터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가 들어왔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카드'가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보인다. 결국 이 PD는 회사의 결정에 의해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SBS 측은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PD의 하차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우선 담보해야 한다는 SBS 시사프로그램의 대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와 한국PD연합회는 이 같은 정치권과 SBS 사측 행태가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라고 정면 비판했다.

SBS노조는 7일 성명을 통해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 침해"라며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 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일침했다.

SBS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한국PD연합회 역시 "민주당 관계자의 항의 전화는 방송의 독립을 침해한 부당한 압력일 뿐 아니라, 어리석은 자해 행위에 불과하다"며 "SBS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부당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이재익 PD의 복귀를 촉구했다.

파행을 겪은 대선후보 TV토론은 협의 끝에 한국기자협회 주최·6개 방송사(종합편성태널 4개사·보도채널 2개사) 중계로 오는 11일 열리게 된다. '좌편향 발언' 당사자인 국민의힘 황상무 선거대책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도 SNS로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언론계는 더 이상 정치권의 '무리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언론단체들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잇따른 정치권의 언론사 항의 방문 등 언론 자유 후퇴 행위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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